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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채권이라도 거르자" 은행권 대출 연체 관리 '사활'


입력 2024.06.20 06:00 수정 2024.06.20 06: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5대 銀 총액 1년 새 5000억 늘었지만

반년 이상 장기 미상환은 오히려 줄어

리스크 최소화 위한 부실 정리 총력전

은행 먹구름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5대 은행이 내준 대출에서 불거진 연체가 한 해 동안에만 5000억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4조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가운데 반년 넘게 상환이 밀린 장기 연체는 오히려 다소 줄어들며 대비를 이루고 있다.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 고금리 터널 속에서 쌓이는 연체는 어쩔 수 없지만, 악성 채권이라도 최대한 걸러 내고자 은행들이 부실 정리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대출에서 상환이 1개월 이상 밀린 연체액은 총 4조50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4945억원)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가 1조26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2.9% 증가하며 조사 대상 은행들 중 최대를 기록했다. 하나은행 역시 9258억원으로, 국민은행은 9247억원으로 각각 30.4%와 33.5%씩 늘면서 해당 금액이 9000억원을 넘어섰다. 우리은행이 떠안고 있는 연체도 8489억원으로 7.3% 증가했다. 농협은행 대출에서의 연체만 7811억원으로 20.6% 줄었다.


5대 은행 대출 연체액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대출 연체가 몸집을 불리는 배경에는 높은 금리가 자리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쌓여가는 이자 부담에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도 연체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악성 채권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금리 여건만 놓고 보면 장기 연체가 누적될 수밖에 없음에도 도리어 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로 5대 은행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 가운데 그 기간이 6개월을 넘은 잔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총 8217억원으로 1년 전보다 0.7% 감소했다.


이는 은행들이 악성 채권이 과도하게 쌓이지 않도록 부실 처리에 안간힘을 쓴 결과로 풀이된다. 은행이 부실채권의 손실을 떠안거나 외부 기관에 이를 헐값에 파는 형태로 리스크를 털어내고 있다는 뜻이다.


은행들은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된 부실채권을 상각이나 매각을 통해 처리하게 된다. 상각은 은행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갖고 있던 부실채권을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렸다는 의미다. 부실채권 매각은 채권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이를 넘긴 것이다.


5대 은행이 이렇게 올해 1분기에 상각하거나 매각한 부실채권은 총 1조60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5% 늘었다. 유형별로 보면 상각이 4613억원으로, 매각이 1조1432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7.1%와 152.5%씩 늘었다.


문제는 현재의 고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타이밍이 계속 미뤄지면서, 한은으로서도 선뜻 통화정책 전환이 어려워진 실정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올해 안에는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에는 그 시기가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의 금리 환경 상 은행 여신의 건전성은 당분간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연체 자체를 억제하기 보다는 기간에 따라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게 최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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