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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또다시 엇갈린 KDI 경제 진단…“내수 회복” vs “회복세 안 보여”


입력 2024.07.08 16:02 수정 2024.07.08 16:07        세종=데일리안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KDI “내수 회복세 가시화 안 돼”

수출 증가세에도 경기 개선 미약

소매판매·설비·건설투자 모두↓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국책연구원이 또다시 정부와 반대되는 경제 진단을 내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수를 놓고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회복 조짐이 가세하다”고 낙관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을 낸 것이다.

다소 엇갈린 정부·국책연구원 진단

KDI는 8일 발표한 ‘7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하면서 경기 개선세가 다소 미약한 모습”이라고 밝혔다. 특히 소비와 관련해선 “일부 서비스업을 제외한 대다수 부문에서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나, 해외소비는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달 1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6월 경제동향(그린북)’에서 내놓은 진단과 상반된다. 당시 기재부는 “제조업·수출 호조세에 방한관광객 증가·서비스업 개선 등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고 밝혔다. 수출 증가세(호조세)는 공감했지만 경기 개선 흐름과 내수를 두고는 온도 차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KDI는 지난해 12월부터 내수가 둔화·부진하고 있다고 진단하는 반면, 기재부는 지난 5월부터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다는 입장을 내면서 긍정·부정 요인이 혼재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재부는 직전 달과 비교…‘트리플’ 마이너스
소매판매액지수 및 소비자심리지수 ⓒKDI

이들이 분석한 자료는 같은데 내놓는 평가는 다른 모양새다. 수출입동향, 산업활동동향, 소비자물가동향 등 모두 같은 자료다. 이는 진단할 때 전달과 1년 전 수치를 두고 비교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그린북에 주로 직전 달과 비교한 경제상황을 발표하고, KDI는 전년 동월과 견줘 진단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KDI의 경우 경기 관련 지표가 오르면서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회복이라고 평가한다”며 “기재부와 달리 절대적인 수준을 두고 평가하지만 기재부는 바닥을 치고 상승하면 회복이라고 보는데 사실 전월(대)비로 비교하는 것이 흐름 자체로는 맞다”고 설명했다.


KDI는 소매판매와 설비투자, 건설투자가 모두 감소하면서 내수 회복세는 가시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5월 소매판매(-3.1%·전년동기대비)는 전달(-2.2%)에 이어 감소세가 계속됐다. 감소세는 전달(-0.8%)과 비교해도 –0.2% 감소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승용차(-9.2%), 의복(-6.8%), 음식료품(-3.6%) 등을 중심으로 감소세가 확대됐다.


서비스 소비는 숙박과 음식점업 중심으로 둔화 흐름이 계속됐다. 도소매업(-1.4%)과 숙박 및 음식점업(-0.9%)이 감소세를 지속하며 소비 부진을 이끌었다. 5월 설비투자(-5.1%)는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감소 폭이 커졌다. 기계류(-4.7%)의 감소 폭이 확대된 가운데 변동성이 높은 기타운송장비(-3.5%)를 중심으로 운송장비(-6.3%)도 감소로 전환됐다.


건설기성(불변·-3.8%)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고 KDI는 분석했다. 높은 건설비용 등으로 선행지표의 부진이 지속됨에 따라 단시일 안에 건설투자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내수부진 원인은 ‘고금리’
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연합뉴스

KDI는 경기 개선세가 미약한 모습에 대한 이유로 고금리 기조 지속을 꼽았다. 통계청이 지난 5월 발표한 ‘2024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1년 전보다 1.4% 늘어난 404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처분가능소득은 가계소비 여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물가를 반영한 가계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1.6% 감소했다.


물가는 석 달 연속 2%대를 기록하는 등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양새지만 내수 회복이 더딘 건 금리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이자 지출은 13만7598원으로 1년 전보다 11.2% 상승했다. 2021년 3분기(8만6611원)부터 11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수출이 잘 나가는 이유는 반도체와 자동차 때문이지만 당장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기엔 부족하다”며 “수출에 낙수효과가 잘 발현되지 않은 상태와 고금리로 인한 고물가 상태가 계속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감세로 인한 소극적인 재정정책으로 인해 내수 부진이 완화되지 않는 것”이라며 “현재로선 내수가 살아날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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