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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돌아오는 거야'…한국, 섣부른 기대는 금물?


입력 2024.07.10 02:00 수정 2024.07.10 02:00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우크라전 끝나면 한러관계 복원?

위험한 오판 초래할 수도"

푸틴 대전략에 적극 호응하는 北

"北 몸값 상당히 많이 올라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뉴시스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동맹에 준하는 협력을 예고하며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한 가운데 한러관계 미래에 대한 다양한 관측이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러시아를 향해 "남북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고 필요한 존재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며 향후 관계 개선 의지를 거듭 피력했지만,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9일 서울 한 호텔에서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북러동맹 복원 함의와 우리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NK포럼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가 북한을 포기하고 한국과의 관계 복원에 힘쓸 거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위험한 오판을 초래할 수 있다"며 "(통상) 러시아가 과거 30년 동안 착실히 교역 관계를 이룩해 온 한국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 선임연구위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있는 한, 대전략 두 가지를 실행하기 위해 (러시아가) 어떠한 행동도 할 것이라고 본다"며 △다극화 세계질서 추구 △과거 소련 세력권을 구성하던 주변국 영향력 복원을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가 원하는 다극화가 무엇인지 문서로 만들어 다 공개해 둔 상황"이라며 "한마디로 얘기하면 우리가 받아들이기 힘든 세계다. 미국 패권이 약화되거나 사라진 세계에서 문명을 기반으로 한 몇 개의 지역 강국들이 세력권을 인정받으며 평등하게 있는 세계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극화 세계질서 추구와 세력권 확보와 관련한 북한의 몸값이 상당히 많이 올라가 있다"고 부연했다.


일례로 미국 패권의 근원으로 평가되는 기축통화(달러)에 선을 그으며 '서방의 간섭을 받지 않는 결제 시스템'을 북러가 구축하기로 한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같은 맥락에서 푸틴 대통령이 북한 방문 직후 베트남을 찾은 것 역시 세력권 확보를 위한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는 평가다.


현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가 30년 동안 한국과 어떤 우호관계를 유지해 왔고, 경제관계를 축적해 왔든, '러시아가 변했다'는 것을 직시해야 된다"며 "한국이 조금 냉철하게 과거 30년을 잊고 새롭게 변화된 러시아를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바뀌었다"며 "지난 30년 역사를 '수치'라고 (평가)한다. 지난 2017년 강도 높은 대북제재에 동참한 것을 러시아 외교의 최대 수치 중 하나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 선임연구위원은 푸틴 대통령의 건강이상설 등 각종 불확실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도 "러시아라는 나라는 서방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스스로의 역량을 과대평가하고 있다. (두 가지 대전략이) 원하는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소련 시대처럼 상당히 요새화될 수 있다. 지난 30년의 러시아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정치 공간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러시아의 대전략에 적극 호응하고 있는 만큼, 전방위 협력을 예고한 북러관계가 한러관계보다 높은 위상을 차지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9일 서울 한 호텔에서 '북러동맹 복원 함의와 우리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NK포럼을 개최한 모습(자료사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독재 세계관 충돌 가능성
협력보다는 균열 야기할 수도"


다만 일각에선 북러관계가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성을 갖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러가 마련키로 한 결제 시스템이 성과를 거둘지 미지수인 데다 북러관계가 역사적으로 부침을 겪어왔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평가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러가 구축하기로 한 결제시스템에 "중국이 동참하게 되면 의미가 있다"면서도 "루블화 결제가 북한에 도움이 되는지, 그만한(충분한) 루블화를 실제 북한이 확보하고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북중러가 사실상 '1인 독재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독재체제는) 국내 정치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국가 관계에도 적용된다. 독재 세계관은 다른 국가에 대한 장악과 위계질서의 구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트롱맨 가운데 어느 한쪽이 숙이지 않는 상황에서 삼각의 독재(자) 관계는 오히려 협력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상당한 균열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역사적으로 북중 및 북러 관계가 협력 못지않게 불신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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