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사생은 진화하는데"...적발 사례는 적고 처벌은 미약 [도 넘은 팬심, 사생③]


입력 2024.07.13 14:00 수정 2024.07.14 05:26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하이브가 항공권 정보 불법 거래로 기승을 부리는 사생들의 접근에 칼을 빼들었다. 하이브는 지난 달 아티스트 항공권 정보를 불법으로 취득하고 이를 거래한 혐의를 받는 일당을 경찰에 고소했고 이들이 검찰에 송치됐다고 밝혔다.


ⓒ하이브

피의자들은 연예인의 항공권 정보를 매매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온라인 채팅이나 DM(다이렉트 메시지) 등으로 아이돌 등의 항공권 정보를 불법 거래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 거래된 정보는 극성팬들이 연예인의 좌석 정보를 사전에 알아내 같은 비행기에 탑승한 뒤 근접 접촉을 시도하는 스토킹 행위에 이용됐다. 연예인의 좌석과 기내식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예약을 취소해 일정에 지장을 주는 사례도 확인됐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 태현은 멤버들과 중국 베이징에서의 팬 사인회 일정을 위해 지난 29일 출국한 후 한국 입국 과정에서 기내식이 변경는 상황을 맞닥뜨렸다.


태현은 “누군가 멤버들 좌석 기내식만 미리 예약해서 바꿔놨다. (항공 예매) 시스템이 어떻길래 다른 사람 것도 변경할 수 있을지 이해가 안간다”라고 위버스 플랫폼에 어이없는 상황을 적었다.


이 상황을 심각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 하이브가 아티스트 항공권 정보를 불법으로 취득하고 거래한 혐의를 받는 일당을 고소한 이후 이뤄진 일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적발해 선처 없이 대응한다고 경고했음에도, 항공법을 불법으로 취득한 극성팬들이 태현의 기내식을 임의로 변경한 것이다.


과거 연예인을 극성스럽게 따라다니던 사생의 수준이 디지털 발달에 따라 범죄 수준으로까지 이른 것이다. 업계에서 주거침입은 이제 일상다반사로 여긴다. 차에 위치추적기를 달아놓는 것 역시 이제 더 이상 놀랍지 않은 수법이다. 대포 카메라로 여권 번호나 핸드폰 번호를 찍는 수준을 넘어 이제 회사 메일까지 해킹한다. 그러나 현실적인 대응은 쉽지 않다.


한 아이돌 소속사 관계자는 “(사생들의 행동에 대해)법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처벌의 수위가 세지 않고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 적발해서 경찰에 넘기면 정신적으로 문제 있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꾸만 반복되니까 연예인들이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더욱 엄중하게 대응하려고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예인 사생뿐 아니라 데이트 폭력 등으로 인해 ‘스토킹’에 대한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법적으로 변화는 이뤄졌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2021년 10월부터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사생도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법률 제18조에 따르면 스토킹범죄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를 경우에는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형량이 가중된다.


스토킹행위에는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 직장, 학교, 그 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등이다. 다만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경우에는 형사처벌 되지 않는다.


김경남 변호사는 사생을 스토킹범죄로 간주해 연예인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 변호사는 "팬들이 소속사에서 공개하기보다는 현장을 방문하고 응원하는 것은 정상적인 팬의 범주겠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사적인 공간이나 연예인의 가족에게 접근하는 등 사상 팬으로서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법이다. 직접 찾아가지 않더라도 정보통신망을 통해 말, 글, 그림, 영상, 화상 이런 것들을 도달하게 하거나 계속 전화를 걸어서 벨을 울리게 하는 행위 역시 스토킹 범죄로 인정된다.


실제로 에이핑크 멤버 겸 배우 정은지를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이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해당 여성은 지난 2020년 3월부터 정은지에게 “저를 당신의 집사로, 반려자로 받아주시겠습니까”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총 544회 차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20년 5월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강남구 소재 헤어 메이크업숍까지 정은지 차량을 자신의 오토바이를 타고 스토킹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21년 7월에는 정은지가 거주하는 아파트에 잠복해 있다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법원은 이 행동들을 관심과 애정의 표현을 넘어선 범죄 행위로 판단했다. 현재 이 여성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며 벌금 10만 원과 보호관찰, 사회봉사 120시간, 스토킹 범죄 재범 예방 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을 선고한 1심에 불복해 2심 항소심을 기다리고 있다.


실형 사례도 존재한다. 가수 비와 배우 김태희 부부를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여성은 1심에서 징역 6개월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 실형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것이 죄질이 좋지 않다. 피고인이 조현병 진단을 받은 뒤 이로 인한 심신 미약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 피고인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재범의 우려도 상당하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2021년 3월부터 10월까지 14차례에 걸쳐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비·김씨 부부 자택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는 등의 행위를 했다. 이로 인해 A씨는 3차례 경범죄 통고를 받았으나 2021년 10월 21일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뒤에도 또다시 초인종을 눌렀다가 비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법적 대응으로 엄포를 놓아도 디지털 발달과 함께 법의 사각지대 속에서 진화하는 것도 문제다.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도 여전히 X에서는 익명 계정을 통해 연예인들의 항공권 정보, 휴대전호 번호가 거래되고 있다. 현장에서 적발할 수 있는 행동도 문제가 되지만 정보를 이용해 익명을 바탕으로 한 괴롭힘과 위협이 더욱 위협적으로 느껴지고 있는 실정이다.


보통 IP를 우회해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사고 판다. 수사가 들어가도 해외를 바탕으로 하면 특정이 되지 않아 수사가 오래 걸린다는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행위다.


다른 소속사 관계자는 "사이버에서도 사생활을 침해하는게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고소 공지를 하면 전반적으로 재생산되는 정보들이 사라지고 커뮤니티 분위기도 변화가 된다. 수사에 시간이 걸릴 지언정 끝까지 찾아내 엄벌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과거에는 연예인이 악플러를 고소한다, 아니면 사생팬을 고소한다라고 하면 연예인이 되려 비판받기도 했다. 또 이미지를 위해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제 시대가 변화하면서 이같은 범죄 행위도 처벌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팬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성장한 연예인 입장에서는 사생 처벌을 결심하는게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연예인에게 정신적 고통과 불안, 공포심을 유발하는 행위는 엄연한 범죄다. 형사 처벌 받으면 사생의 인생도 망가지게 된다. 건강한 팬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연예인의 일상생활을 보호하고 존중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