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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노조 "허울뿐인 합병 반대…EC 만나 심사 불승인 요청할 것"


입력 2024.07.11 15:01 수정 2024.07.11 15:12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아시아나항공 노조, 11일 합병 반대 기자회견

"운수권 과다반납, 경쟁력 약화 및 국부유출"

"EC 만나 조건부 심사 불승인 정식 요청할 것"

"대한항공, 고용 승계 관련 서류 한 장 준적 없다"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동조합과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병 반대와 관련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아시아나항공 양대 노조가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천명했다.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되는 수년간 합병 반대에 대한 입장을 간혹 내비친적은 있지만, 기자회견을 통해 집단행동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는 EC(유럽 집행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를 불승인하도록 요청해 합병을 무산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합병 마무리가 가까워지는 시점에서 반대 목소리가 짙어진 이면에는 고용불안이 짙게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대한항공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11일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동조합 및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은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에서 대한항공과의 합병 반대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최도성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와 아시아나항공노조는 국민의 이익 보호와 국가 항공 산업의 발전을 위해 두 항공사의 인수·합병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합병심사가 이어진 지난 4년간 합병 반대 입장을 내비친 적은 있지만, 이와 같은 강력한 합병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들이 속한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동조합과 일반직들이 속한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이 함께 합병 반대 입장을 낸 것 역시 처음이다.


이날 노조가 주장한 합병 반대 이유는 ▲슬롯반납으로 인한 국부유출 및 경쟁력 약화 ▲정부, 산업은행, 대한항공의 결탁 ▲독과점으로 인한 국민 피해 ▲독자생존 가능성 ▲고용불안 등으로 요약된다.


합병 과정에서 각국이 요구한 과도한 슬롯반납으로 인해 합병을 하더라도 세계 7위 경쟁력을 갖춘 메가항공사의 탄생을 기대하기 어렵고, 합병 이후 독과점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권수정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위원장은 "시너지 효과로 내세운 합병의 목적은 영국, 중국, 터키, 호주, EU, ㅝ일본 등 국가에 항공사의 핵심 자산인 슬롯을 연이어 내어줌으로 이미 명분을 상실했다"며 "슬롯은 항공사의 핵심자산으로 한곳을 배분받기위해 수년의 노력이 필요하다. 1+1이 2는 되어야 본전임에도 1+1이 도로 1이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권 위원장은 "대한항공 재벌과 사모펀드 이익을 위해 국민 안전과 편의, 국가 기간산업의 경쟁력을 산업은행과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래한 행위이며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라고 덧붙였다.


합병 심사가 이어지는 지난 4년 간 문제제기 돼왔던 독과점과 경쟁력 약화를 합병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돌연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최근 EC의 승인 조건인 화물사업부 매각이 소규모 화물항공사인 에어인천으로 선정됐다는 점과, 에어인천으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넘어갈 경우 고용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EC는 앞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기업결합 승인 조건으로 화물사업 매각을 내걸었고, 아시아나 화물 매각 측과 자문사 UBS는 에어인천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를 매각하면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던 화물기와 화물기를 조종하는 조종사들이 함께 에어인천으로 넘어가게 된다.


권 위원장은 "소형화물기 4대밖에 없는 에어인천이 아시아나항공 화물부문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은 불투명한 개입과 특혜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다"며 "에어인천의 최대 주주가 산업은행 M&A실 출신 대표가 운영하는 사모펀드운영사 소시어스인 것을 넘어 인화정공의 최근 행보를 볼 때 불안감은 더욱 커질 뿐"이라고 했다.


최 위원장은 "조종사 노조에서는 당연히 EC가 합병을 허가해주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었다. 인수합병 자체는 많은 고용유지의 문제가 있고, EC는 고용문제를 중시하기 때문"이라며 "에어인천은 사모펀드가 갖고 있으며, 사모펀드는 결과적으로 매각이 목적이다. 그 이후 에어인천의 영속성의 의심되며, 지속적인 투자를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이에 노조는 합병 무산을 위해 EC측에 심사 불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 대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조종사노조의 단체 사직도 고려하고 있다. 화물사업부를 매각하더라도 항공기를 몰 수 있는 조종사가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매각이 어려워져 EC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합병이 무산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최 위원장은 "내일 EC에 메일을 보내고, 만남을 요청할 것"이라며 "EC가 만나주지 않는다면 그 앞에 찾아가 피켓 시위라도 할 예정이다. EC에 합병 반대입장을 밝히고, 불승인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노조는 대한항공이 기존 합병 초기 약속했던 고용승계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인수합병 관련 직원들의 고용 및 처우 등을 논의하고자 대한항공 경영층과의 접견을 시도했으며 이를 위해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을 통해 대한항공 노사협력팀에 올해 2월, 3월, 5월, 총 세 번에 걸쳐 우리의 의사를 문서로 전달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어떠한 답을 주기는커녕, 완전 무시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 승계와 관련한 서류나 어떤 입장조차 전혀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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