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행복의 나라', 근현대사 시대극 흥행 대열에 합류할까 [D:영화 뷰]


입력 2024.08.16 14:01 수정 2024.08.16 14:01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택시운전사', '1987' 이런 영화들을 본다면 한 나라의 역사를 대면하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한국 영화계에 배울 점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20세기 소년'과 일본 TV 아사히 드라마 '트릭', TBS '케이조쿠' 등으로 유명한 감독 츠츠미 유키히코가 한국 영화계에 역사를 다룬 시대물들이 활발히 제작되고 현실이 부럽다며 전한 말이다.


한국 영화계에서 근현대사 시대극은 꾸준히 흥행을 이어왔다. '택시운전사', '1987', '남산의 부장들', '헌트', '서울의 봄' 등 1970~80년대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들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 장르는 이제 한국 영화의 강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행복의 나라'가 과연 시대극 흥행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행복의 나라'는 한국 영화사에서 10·26 사건 직후의 재판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영화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된 사건을 중심으로 김재규의 직속 부하로 거사에 연루된 박흥주 대령과 그를 변호한 태윤기 변호사를 중심으로, 당시의 재판 과정을 재구성했다.


10·26 사건은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2005), 우민호 감독의 '남산의 부장들'(2020)에서도 다뤄졌다. 두 작품이 사건에 초점을 맞췄다면, '행복의 나라'는 그 이후의 재판 과정을 촘촘하게 들여다보고 가상의 인물의 시각을 더해 현실과 상상력의 조화를 이뤄냈다.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을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했다.


이 설계의 설득력이 되는 건 배우들의 열연이다. 조정석, 고(故) 이선균, 유재명 등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얼굴을 보여주면서 관객을 야만의 시대에 데려다 놓는다.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연출은 이 영화의 큰 강점 중 하나다.


'택시운전사', '1987', '남산의 부장들', '헌트'에 이어 지난해 천만 관객을 돌파한 '서울의 봄'까지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을 다룬 영화들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높다. 참혹함에 함께 눈물을 흘리고 분노한다. '서울의 봄'의 천만 돌파는 관객들의 이러한 감정이 큰 동력이 됐다.


이에 대해 '행복의 나라' 주연을 맡은 조정석은 "생각보다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사실 우리가 앞으로 꾸려나가야 하는 미래는 역사를 공부함으로 인해 공감을 통해 얻는 혜안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시대물을 찾아보고 공감하고 느끼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행복의 나라'는 개봉 첫 날 박스오피스 3위로 데뷔했으며, 레이스를 시작했다. 개인의 비극을, 민주주의의 비극으로 치환해 싱장성을 담담하게 담아냈지만,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현재 극장가는 '핸섬가이즈', '파일럿' 등 한국 영화의 코미디 영화가 강세로, '행복의 나라'가 가진 메시지와 극의 톤은 가볍지 않다. 또한 지난해 11월 개봉해 천만 관객을 돌파한 '서울의 봄'과 비슷한 시기를 다루고 있어 기시감(既視感)을 줄 수도 있다. 관객들이 이미 익숙한 시대와 사건을 다시 다룬다는 점에서 새로운 흥미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행복의 나라'가 가상의 인물과 상상의 요소를 가미해 현실과 결합시킨 점이 차별화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