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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4법' 주말 넘겨 '5박 6일' 필리버스터…MBC 방문진법 29일 처리


입력 2024.07.29 05:00 수정 2024.07.29 09:07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25일~30일 100시간 넘겨 끝날 듯

세번째 법안 저지 토론 진행 가운데

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상정 대기

입법강행→필버→거부권 무한반복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 불참 속 재석 189인, 찬성 189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뉴시스

'방송 4법' 국회 본회의 통과 저지를 위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주말을 넘겨 이뤄지고 있다. 다만 야당이 각 법안마다 의석 우위를 토대로 24시간마다 토론을 '강제종료' 하는 식으로 응수하면서, 법안이 순차적으로 통과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야당 주도 입법 독주의 부당성을 알리고, 법안 처리를 조금이나마 지연하기 위해 28일 기준 나흘째 필리버스터를 이어갔다.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통위법 개정안) 필리버스터의 최종 종료 시점은 오는 30일이 될 것으로 예상돼 무려 '5박 6일'의 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국회에 따르면 세번째 법안인 '방문진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이후 3차 필리버스터가 진행되고 있다. 방송 4법을 둘러싼 필리버스터는 지난 25일 오후 5시 29분쯤 시작돼, 오는 30일에는 100시간 이상에 걸친 필리버스터가 끝나고 4개 법안 모두가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을 전망이다.


이날 오전 1시 8분쯤 시작된 방문진법 개정안 필리버스터는 이튿날인 29일 오전 8시 이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표결을 거쳐 강제 종료될 예정이다. 민주당은 주말 동안 전당대회 순회 경선 지방 일정을 소화했고, 이 때 본회의장에 집결할 예정이다.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결한 야당은 방문진법 개정안 역시 단독으로 처리하고, 이후 '교육방송공사법'을 상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여당은 네 번째 필리버스터를 앞두고 있다.


방송 4법은 KBS·MBC·EBS 이사 숫자를 늘리고 시민단체 등 외부에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는 '방송 3법'과 5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의 의결 정족수를 현행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을 일컫는 것으로, 현재까지 2개 법안이 야당 주도로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세부적으로 이날 새벽 1시쯤에는 '방송 4법' 가운데 두 번째 법안이자 KBS의 지배구조를 결정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야당 단독으로 표결됐고, 이에 앞선 26일에는'방송 4법' 중 첫번째 법안인 '방통위법 개정안'도 강행처리됐다. 앞서 열린 첫번째 필리버스터는 24시간 7분, 26일 시작된 방송법 개정안 관련한 두번째 필리버스터는 30시간 20분 간 이어졌다.


현재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인 방문진법은 MBC의 지배구조, 상정을 앞둔 교육공사법은 EBS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법안이다.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방송 4법 상정과 무제한토론 '강제' 중단에 정당하게 항의하며, 본회의 사회 거부라는 방식으로 항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을 둘러싼 신경전도 이어지고 있다.


주 부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간곡히 요청한다.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도, 국민의힘이 벌이는 필리버스터도 중단시켜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증오의 굿판을 당장 멈춰야 한다"며 "방송 4법이 통과되더라도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될 것이 명확하다. 거부권으로 인해 무효화될 법안을 이렇게 밀어붙이는 것은 우리 국회의 입법권을 스스로 무력화시키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도 '방송 4법'을 둔 여야의 필리버스터 대치가 첨예해지는 것에 대해 "운명이 뻔히 정해진 법안에 대해서는 상정 안하면 된다"고 우려했다.


또한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190석 거야에 대항하고 있지만 이것은 '지연 전술'일뿐 실질적으로 법안 통과를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이 밀어붙인 방송 4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행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방송 4법 통과 이후 8월 국회에서도 △야당 주도 법안 상정 △여당의 필리버스터 맞불 △24시간이 지나면 표결을 통한 강제 종결 가능 △야당 주도 법안 강행 통과 △ 거부권 수순이란 극한 대치가 되풀이될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방송 4법 이후 전국민 25만원 지원법(2024년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도 연이어 거부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은 민주당의 당론 법안으로, 여야의 이견으로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민주당은 다음달 1일 본회의를 열고 두 쟁점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30일까지 필리버스터가 이어진다면 4개 법안에 걸친 토론 시간이 100시간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엔 역대 두 번째 장시간 필리버스터 기록을 세우게 된다.


역대 최장시간 필리버스터 기록은 2016년 2월 23일∼3월 2일 민주당 의원들이 '테러방지법 반대'를 주장하며 9일간, 192시간 25분에 걸쳐 진행한 필리버스터다. 그 다음 기록으로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이 추진한 2020년 공수처법·국정원법·남북교류협력법을 막기 위해 진행했던 89시간 5분간의 필리버스터가 있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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