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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탄 전기차에 거부감 커진 배터리…300조원 이차전지 정책 흔들라


입력 2024.08.07 10:54 수정 2024.08.07 12:46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인천 청라·충남 금산 연이은 전기차 화재

소화 어려워 한번 사고 나면 대형 피해

‘폐배터리 순환이용’ 국민 불신 키울 수도

환경부 “늦어도 9월 초까지 대응책 마련”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량들이 전소돼 있다.ⓒ연합뉴스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전기차 화재로 70여 대의 차량이 불탄 가운데 6일에는 충청남도 금산군에서도 주차 중인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연이은 전기차 화재로 소비자 불안이 커지면서 정부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이차전지 순환이용 산업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일 오전 6시 15분께 인천에 있는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로 차량 72대가 모두 불탔다. 최초 발화한 차량은 3일째 주차 중이었으며, 충전을 하지 않던 상황이라 화재 원인 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6일에는 충남 금산에서도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5시쯤 주차타워 1층에 세워둔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주민 신고에 따라 출동한 소방 당국이 소방차 등 장비 12대와 인력 35명을 투입해 1시간 37분 만에 불을 껐다.


연이은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구매자들 사이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3개월 전 외국산 전기차를 구매한 한 소비자는 “이번에 벤츠에서 불이 나는 걸 보고 내 차 배터리가 어디 제품인지 확인부터 했다”며 “단순 고장도 아니고 차량에 불이 나는 상황이니까 솔직히 걱정이 많아지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산 지역 한 자동차 영업 사원은 “연이어서 전기차 화재 사고가 보도되니까 예약 취소한 손님들이 실제로 꽤 많이 생겼다”며 “심지어 어제(6일) 어제 출고한 차를 오늘 취소한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일반 차량 소유주들 걱정도 마찬가지다. 괜히 전기차 근처에 주차했다가 화재가 발생해 자신의 차까지 불에 탈까 염려한다. 일부 아파트 커뮤니티에는 전기차 충전 시설을 지상으로 옮겨 달라는 청원까지 나왔다.


전기차 거부감 확산…계약 취소 잇달아


전기차 화재 사고는 자체로도 위험하지만 전기차 보급 정책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나아가 최근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사용 후 배터리(폐배터리) 자원 순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최근 5년간 국내시장에서 팔린 승용차 ‘유종별 판매 대수 및 점유율’을 집계한 결과 전기차 판매율이 2022년 이후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KAMA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휘발유차 점유율은 2019년 56.81%에서 2020년 58.37%, 2021년 57.33%, 2022년 56.16%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55.10%로 조사됐다.


반면 전기차는 2019년 2.23%와 2020년 1.93%에서 2021년 4.87%로 크게 늘었다. 2022년에도 8.71%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전기차 대세론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2022년 판매율은 8.71%로 정체했다. 지난해는 7.77%로 오히려 떨어졌다.


전기차 판매 부진은 국내에만 국한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테슬라 등은 신규 공장 건설 계획을 보류하면서 시장 상황을 지켜보기도 했다. GM 또한 수요 감소를 이유로 미국 공장 전기 픽업트럭 생산을 미뤘다.


6일 오전 충남 금산군 금산읍의 한 주차타워 1층에 주차 중이던 전기차 하부에서 불이나 소방대원들이 불을 끄고 있다.ⓒ충남 금산소방서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전기차 수요 감소의 배경으로 ▲제품에 대한 생소함 ▲충전 후 짧은 평균 주행거리에 대한 우려 ▲제한된 충전 네트워크 ▲고금리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s) 소비층 흥미 감소 등을 꼽았다.


국내 조사 결과에서는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을 꼽는 소비자도 많았다. 전기차사용협회가 지난해 11월 전기차 보유자와 비(非)보유자 529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전기차를 구매하지 않은 이유로 ‘전기차 급발진, 화재 등 안전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는 답변(35.9%)이 2위를 차지했다. 1위를 기록한 ‘전기차 충전 불편’과 1%p 미만 차이를 보였다.


소비자들이 안전성에 의심을 보내는 상황에 원인 모를 화재가 연이어 발생했으니 전기차 구매 욕구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폐배터리 재사용에 관한 거부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 안전대책 마련 속도 높이기로


정부는 지난달 10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사용 후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도·인프라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폐배터리의 자원화다. 정부는 새 차에 잔존 성능이 좋은 폐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게 할 정도로 폐배터리 재이용을 확대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 배터리에서 문제가 계속 발생하면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기 어렵다. 소비자로서는 새 배터리도 문제가 되는 마당에 폐배터리의 안전성을 믿기 힘든 게 사실이다.


정부도 대응책 마련을 위해 애쓰는 중이다. 환경부는 화재 예방형 (완속) 충전기 보급 사업을 하고 있다. 화재 예방형 충전시설은 배터리 상태정보를 받아 과충전을 막고 충전기에서 전송한 데이터를 화재 예방에 활용하는 장치다.


그동안 배터리 용량의 100%까지 충전하는 완속 충전기는 ‘과충전’ 위험을 지적받아 왔다. 이에 환경부는 충전기 보조금 지침을 바꿔 화재 예방형 완속 충전기 지원 단가를 최대 40만원 인상했다. 더불어 화재 예방형 완속 충전기 사업자들은 시험성적서를 제출하도록 했고, 제품 등록 시 별도의 인증 규격을 준수하도록 했다.


충전기 안전 점검도 확대했다. 최근 환경부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지하 전기차 충전시설 표본조사를 진행했다. 충전기 안전성은 물론 전기차 화재 원인에 대한 분석과 화재 발생 후 확산 요인 등에 관한 총체적 조사에 나섰다.


오는 12일에는 환경부 주관으로 관계 부처 합동 전기차 화재 사고에 대응책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진행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 원인과 사고 예방, 사고 후 대응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며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만큼 논의를 서둘러 늦어도 9월 초에는 대책을 내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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