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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한국은 왜건의 무덤?"… 볼보 V60의 이유있는 생존


입력 2024.08.11 06:00 수정 2024.08.11 06:00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시승기

스웨덴 감성으로 무장한 짐수레… 거부감 없는 디자인

5000만원대로 즐기는 볼보 감성+넓은 공간은 덤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볼보자동차코리아

'왜건의 무덤'. 해치백을 포함해 왜건의 생김새로 분류되는 차들이 한국에만 오면 지독하게 안 팔리는 까닭에 국내 자동차 시장에 이런 별명이 붙었다. 한국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현대차·기아도 왜건의 영역에서는 무력해질 정도다.


하지만 현대차도 끝내 단종 수순을 밟고 마는 이 시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차량이 있다. 바로 볼보의 왜건인 V시리즈다. V시리즈(V60·V90)은 올해 상반기에만 500대 이상 팔렸다. 얼굴이 6년전에 멈춰있음을 감안하면 대단한 일이다.


볼보 V시리즈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 그래서 시승해봤다. 시승모델은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B5 얼티밋 브라이트 트림으로, 가격은 6260만원이다.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의 가장 큰 장점은 멀리서 봐도 볼보임을 알 수 있는 디자인이 아닐까. 5000만~6000만원대로 구매할 수 있는 V60은 가격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고급스러운 자태를 뽐낸다.


역시나 V60도 다른 볼보의 모델들과 같이 주요 특징적인 디자인 요소를 제외하고는 정갈하게 힘을 뺀 점이 인상적이다. SUV인 XC시리즈와 달리 V시리즈는 특유의 도트 무늬 그릴이 적용됐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 위를 가로지르는 아이언 마크와 토르의 망치를 형상화한 헤드램프까지 전부 동일하다.


모델 체인지 없이 6년째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매년 꾸준히 팔리는 이유가 단번에 납득됐다.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볼보의 대부분 차종들도 최근 모델 체인지가 되지 않은 만큼, V60 역시 오래된 느낌이 전혀 없다. 전기차 전환에 힘을 주고 있는 상황이니 다음 세대 모델이 출시될 지 확실치 않아 오히려 구매할 때 안심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겠다.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볼보자동차코리아

무게 중심이 높지 않은 왜건 특성상 전면만 보면 S60과 같은 세단을 보고 있는 것 같지만, 측면으로 돌아서니 V60의 '왜건' 아이덴티티가 확연히 드러났다. SUV를 눌러놓은 듯한 높이와 옆으로 길쭉해진 창문 모양, 여기에 뒷쪽으로 잡고 쭉 늘려놓은 듯한 모습 덕분이다.


내부로 들어섰을 때는 촌스럽지 않은 외관에 비해서는 요즘스럽지 않은 티가 제법 난다. 요즘 신차와 비교하면 작다 싶은 디스플레이 크기와 화면 양쪽으로 날개처럼 탑재된 송풍구가 특히 6년의 세월을 잘 보여준다. 다행히 외관만큼이나 심플한 디자인 덕에 센터페시아를 제외하면 눈에 거슬릴 만한 요소는 없다.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내부 ⓒ볼보자동차코리아

베이지 톤의 디자인에서 오는 고급감은 플래그십 모델인 XC90과 비슷한 수준인데, 차급에 따라 차별을 두지 않고 어떤 차를 타더라도 볼보 특유의 스웨덴 감성을 동일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우 감사하게 느껴졌다.


볼보의 어떤 차에서나 볼수 있는 실내 곳곳의 나뭇결 디자인 요소와 크리스탈 기어 노브는 V60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면서 운전자를 흐뭇하게 한다. 5000만원대로 동일한 브랜드의 1억짜리 차의 기분을 느끼는 건 어느 브랜드에서나 가능한 일은 아니다.


특히 실내로 들어서니 왜건의 장점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1열은 볼보의 어떤 차에서나 느낄 수 있는 스웨덴 감성이 장점이라면, 2열에서는 왜건이라 가능한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세단과 SUV의 중간의 형상을 한 덕분에 V60의 2열에서는 부족함없는 헤드룸이 인상적이다.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내부 ⓒ볼보자동차코리아

몸집이 길어진만큼 확보된 공간 덕에 기존 중형 세단에서 느끼던 답답함도 찾아보기 어렵다. 2열에 성인 남성, 여성을 태우고 3시간을 내달렸지만, 충분히 만족감을 표했을 정도다.


왜건의 최대 장점인 넓은 트렁크 공간은 중형 세단에선 꿈도 못 꿀 것들을 가능케 한다. 특히 왜건 특성상 천장 높이까지 짐을 실을 수 있기 때문에, 아담한 크기에도 제법 많은 짐이 들어간다. 캠핑이나 낚시, 골프 등을 즐기더라도 굳이 SUV를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달리기 성능은 어떨까?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고 본격적으로 주행을 시작하자 부드럽게 미끄러져 가면서 가속되는 느낌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V60의 최고 출력은 250마력, 최대토크는 35.7kg·m다. 중형 사이즈에서 느끼기엔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SUV처럼 트렁크 공간은 넓지만 주행 시에는 세단을 모는 듯한 느낌이 매우 만족스럽다. 커브를 돌 때도 차가 높이 떠서 휘청이는 SUV 특유의 주행감이 전혀 느껴지지않았고, 바닥에 붙어 부드럽게 빠져나간다.


다만,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응답성은 살짝 늦는 편이다. 가속 페달을 밟자마자 바로 가속되는 것이 아니라 1초 정도 뒤에 꿀렁이며 출발하는 느낌이 강하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보다는 고속도로에서 주행하는 것이 더 편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볼보자동차코리아

시승을 마치고 나니 V60이 한국에서 살아남은 것은 '모든 영역에서 보통 이상'을 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왜건이라 하면 실용성을 우선 순위로 두고 구매한 짐수레처럼 느껴지지만, V60은 볼보라는 브랜드의 인기, 촌스럽지 않은 얼굴과 적당한 크기에 반해서 샀는데 넓은 공간까지 덤으로 받은 느낌이다.


▲타깃

-세단타다 SUV 넘어가려니 주행감이 아쉬운 당신

-왜건 타고 싶은데 짐수레 같아 보일까 걱정했다면


▲주의할 점

-6년 전에 멈춘 디자인과 편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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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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