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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과도정부 수장을 맡은 유누스는 누구


입력 2024.08.07 21:14 수정 2024.08.07 21:15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무함마드 유누스(가운데) 그라민 은행 전 총재가 지난 1월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노동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취재진의 인터뷰에 답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빈민들을 위한 소액대출 제도를 개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빈민퇴치 운동가 겸 경제학자인 무함마드 유누스(84)가 반정부 시위로 정권이 붕괴돼 혼돈에 빠진 방글라데시의 과도정부 수장을 맡았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대통령 대변인은 7일 새벽 모함메드 샤하부딘 대통령이 군부, 반정부 시위 주도 대학생 지도자, 시민단체 대표들과 회의를 열어 유누스를 최고 고문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과도정부는 새로 실시할 총선 준비와 진행을 맡는다.


유누스는 미국 정부의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명문 밴더빌트대에서 유학하고 서른두 살에 치타공대 경제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그러나 대기근으로 국민 대다수가 굶주리는 참상을 목격하고 직접 빈민촌에서 생활하면서 빈곤 해결책으로 무담보 소액 대출 제도(마이크로 크레디트)를 고안해 1983년 ‘그라민 은행’을 설립했다.


그라민 은행은 40여년간 1000만명 이상 빈민층의 자립을 도왔고, 수혜자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빈곤퇴치 모델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노벨평화상·서울평화상을 받았고, 그라민 은행도 계열사를 여럿 거느리며 덩치를 키워갔다.


하지만 2007년 부패한 기득권 정치를 바꾸겠다며 ‘시민의 힘’이라는 정당 설립을 추진하면서 견제 대상이 됐다. 2011년에는 그라민 은행 총재직에서 돌연 해임됐다. 명목상으로는 정년(60세)을 넘어서까지 위법하게 재임했다는 이유였지만, 그의 정치적 영향력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유누스는 이코노미스트지 기고에서 자신에게 190건 이상의 법적 소송이 제기된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 3월에도 200만 달러 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이번 소요 사태로 물러난 셰이크 하시나(77) 전 총리와 오랫동안 갈등을 겪었다. 하시나 전 총리가 과거 그를 “가난한 이들의 피를 빨아먹는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신병 치료 등을 위해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인 유누스는 곧 귀국할 예정이다. 정치적 경험이 전무한 유누스 앞에 놓인 과제는 녹록치 않다. 5주간 방글라데시 전역을 휩쓴 시위로 1만 명 이상이 체포됐고 사망자는 400여명으로 추정된다. 방글라데시 싱크탱크 정책대화센터의 파흐미다 카툰은 미 뉴욕타임스(NYT)에 “평화를 회복하고, 폭력과 기물 파손 사건들을 해결하는 것이 과도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저명한 경제학자이지만 그에게 정치적 안정 회복만큼이나 경제난 해결에 대한 기대치도 높다. 방글라데시는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외환보유고 감소 등의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정치·경제 지도자들이 유누스에게 갖는 존경심은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한 노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했다.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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