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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태권브이’ 박태준 금메달, ‘발펜싱’ 깨부수고 훈훈한 감동까지


입력 2024.08.08 06:39 수정 2024.08.08 07:12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상대 압도하는 박태준. ⓒ 뉴시스

한국 태권도 최경량급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박태준(20·경희대)이 태권도의 재미와 스포츠의 감동까지 선사했다.


‘세계랭킹 5위’ 박태준은 8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펼쳐진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결승에서 가심 마고메도프(26위·아제르바이잔)에 기권승을 거뒀다.


기권 선언 전 박태준은 2-0(9-0 13-1)으로 크게 앞서 사실상 금메달을 확정한 상태였다.


마고메도프는 준결승에서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비토 델라킬라(이탈리아)를 잡는 이변을 일으키며 결승에 올라온 ‘다크호스’다. 그의 상승세도 ‘세계랭킹 1위’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튀니지)를 완파하고 결승에 선착한 박태준의 겁 없는 태권도 앞에서는 꺾였다.


박태준은 1라운드 몸통 공격으로 2-0 리드를 잡았다. 1분 여를 남겨놓고 둘의 정강이가 충돌했다. 마고메도프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누웠다. 마고메도프가 주저앉자 박태준은 걱정스러운 듯 다가오기도 했다.


상대 감점으로 3-0으로 앞서나간 박태준은 이후에도 연속 몸통 공격에 성공하며 7-0 달아났다. 마고메도프는 다시 부상으로 주저앉아 치료를 받았다. 경기는 재개됐지만 박태준이 9-0으로 1라운드를 잡았다.


절뚝거리는 마고메도프는 더 이상 경기를 소화하기 어려워 보였지만 2라운드에도 코트에 올라섰다. 그러나 박태준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태준의 뒷차기는 주심의 요청에 따른 비디오 판독 끝에 3점으로 인정을 받았다. 이후에도 박태준은 마고메도프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며 13-1을 만들었다. 결국 마고메도프가 기권을 선언하면서 박태준은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부상 입은 상대 걱정하는 박태준. ⓒ 뉴시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노 골드’ 수모를 당한 한국 태권도가 8년 만에 따낸 올림픽 금메달이다. 한국이 태권도 이 체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은 박태준이 최초다. 이대훈이 2012 런던올림픽에서 은메달, 2016 리우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김태훈-장준이 각각 동메달을 획득했다.


생애 첫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태권도 역사를 새로 쓴 박태준은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낮았던 선수다. 도쿄올림픽 동메달,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장준(24)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태준은 ‘뉴 태권브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활약으로 선발전에서 장준을 무너뜨리는 파란을 일으킨 뒤 파리에서 금메달 결실을 맺었다.


금메달의 기쁨을 선사한 박태준은 '동업자 정신', '올림픽 정신'으로 감동을 안겼다.


박태준은 금메달을 따낸 순간 기쁨을 표출하지 못하고 쓰러진 마고메도프를 지켜보며 걱정했다. 마고메도프가 떠난 후에야 태극기를 들고 세리머니를 펼치며 금메달의 기쁨을 만끽했다.


절뚝거리며 걷는 마고메도프에게 어깨 빌려주는 박태준. ⓒ 뉴시스

감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시상대로 향하면서 다시 만난 마고메도프에게 어깨를 빌려줬다. 절뚝거리며 걷던 마고메도프는 박태준의 어깨를 잡고 시상대로 걸어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는 박태준은 끝까지 마고메도프를 챙겼고, 마고메도프는 박태준에게 감사와 축하를 보냈다.


금메달과 감동을 안긴 박태준은 ‘발펜싱’이라는 오명을 깨부수며 올림픽 태권도의 재미도 선사했다. 16강에서 총 스코어 24-0을 찍을 정도로 과감하고 날카로운 발차기를 앞세운 공격적인 태권도로 눈길을 모았다. 왼발로 뒤차기 이후 반대편 발로 돌려차기, 연속 동작으로 나오는 몸통 공격, 물러서지 않으면서 보여준 현란한 스텝 등으로 박태준은 ‘재미가 없다’, ‘발 갖다 대고 도망가는 태권도’라는 비판까지 날려버렸다.



박태준 ⓒ 뉴시스

한국 태권도는 첫 주자 박태준의 화려한 금메달로 자신감을 충전했다. 전문가들은 “양궁, 사격, 펜싱이 파리올림픽에서 크게 선전한 이유 중 하나가 첫 주자들이 잘 했고, 그 분위기가 대표팀 전체에 퍼졌다는 점이다”라고 평가했다.


도쿄 노골드 굴욕을 털어낸 한국 태권도는 박태준에 이어 김유진(울산광역시체육회), 서건우(한체대), 이다빈(서울시청)이 또 하나의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태권도에서 1개의 금메달만 추가해도 대한민국 선수단은 올림픽 사상 최다 금메달(2008 베이징올림픽·2012 런던올림픽) 기록과 타이를 이룬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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