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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부’가 쏘아 올린 해양 강국의 꿈, 대서양 연구는 언제쯤 [해양 R&D③]


입력 2024.08.23 07:00 수정 2024.08.23 08:26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반도국 한계 극복 위해 해양 연구 필수

KIOST ‘온누리·이사부호’ 활약 덕분에

인도·태평양 해양 탐사 강국 우뚝

인·물적 장비 한계로 대서양 연구 아직

망망대해 이미지. ⓒ게티 이미지뱅크

기록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현대 해양 탐사는 꽤 길다. 국토교통부가 편찬한 대한민국 국가지도집에서는 해양 탐사 시작을 1700년대로 본다. 당시는 주로 외국 해양 탐험가들에 의해 조사를 진행했다. 내국인에 의한 해양 탐사는 1900년대 중반, 현 국립해양조사원의 모태가 되는 해군 본부 작전국 수로과를 창설하면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본격적인 연구는 1973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 부설 해양개발연구소 설립 이후다. 현재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의 모태다.


1977년 해양 자원 탐사선인 ‘탐해호’를 개발했고, 1986년에는 수중 탐사용 유인 잠수정인 해양 250 개발에 성공했다. 1988년 세종과학기지 준공에 이어 1992년 종합 해양 연구선인 온누리호 취항으로 해양 탐사에 큰 획을 긋게 된다.


1993년에는 국내 최초 300m급 무인 탐사정을 개발했다. 1996년에는 제1단계 국가 해양 기본 조사와 함께 해양수산부가 탄생했다. 2000년 KIOST는 한·남태평양해양연구센터(현 태평양해양과학기지)를 미크로네시아에 설립해 대양 연구의 도약을 이끌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해양 탐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관이 KIOST다. 1973년 최초 종합 해양 연구기관으로 출범한 KIOST는 1980년 국내 최초 해양조사선인 83t 규모 ‘반월호’를 취항하면서 본격적인 해양조사 기틀을 마련했다.


1986년 심해저 광물자원 연구와 남극 연구 등을 구체화했고, 1988년에는 세계에서 18번째로 남극세종과학기지를 건설했다.


KIOST는 1992년 종합 해양 연구선 ‘이어도호’와 ‘온누리호’를 취항해 해양 연구 범위를 대양과 심해로 넓혔다. 두 연구선을 바탕으로 KIOST는 처음으로 심해저 공해상에 전략자원 개발을 위한 배타적 탐사권 획득에 성공한다.


2002년에 북극 다산기지를 준공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8번째로 남극과 북극에 기지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2003년에는 국내 최초로 이어도해양과학기지를 건설해 실시간 해양 정보 제공 토대를 마련했다. 2006년에는 세계 4번째로 해저 무인잠수정 해미래를 개발해 수심 6000m 해저탐사에 성공했다.


1992년 취항해 올해 32년째 운항 중인 온누리호 모습. ⓒ한국해양과학기술원
30년 해양 탐사 그 자체 ‘온누리호’
움직이는 해양 기지 ‘이사부호’


해양 탐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게 탐사선이다. 특히 KIOST ‘온누리호’와 ‘이사부호’는 한국 해양 탐사 역사 그 자체라 평가해도 과하지 않다.


온누리호는 길이 63.8m. 너비 12m. 속도 14.5노트 한국 최초 해양조사선이다. 노르웨이 조선소에서 1991년 1월 건조해 1992년에 취항했다.


온누리호는 당시 최첨단 시빔(sea beam) 2000과 다중채널탄성파탐사장비(SEISMIC) 등을 탑재했다. 시빔 2000은 군용으로 이용하던 장비로 해저 등고선지도를 10m 간격으로 작성할 수 있다. 다중채널탄성파장비는 바다 밑 지층 10㎞까지 지질구조를 분석할 수 있다고 한다.


온누리호는 선박 움직임을 전후좌우 모든 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이 덕분에 공해상에서 닻을 내리지 않고도 일정한 위치에서 정밀 조사를 할 수 있는 ‘DPS(Dynamic Positioning System)’ 기능을 갖췄다.


온누리호는 1992년 취항 이후 한반도 근해는 물론 동·남중국해와 태평양, 인도양 등에서 해저 연구를 선도해 왔다. 현재는 취항 30년이 넘으면서 장비 노후화와 안전성 등을 이유로 근해 연구에만 투입되고 있다.


2016년 취항한 이사부호 또한 종합 해양조사선으로 길이 100m, 폭 18m, 총무게 5894t 규모로 국내 해양 탐사선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해저 8000m까지 탐사할 수 있어 바다 위의 ‘해양 연구 전초기지’로 불린다.


심해영상 카메라를 비롯한 첨단 관측 장비 40여 종을 바탕으로 배에서 관측한 각종 자료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실시간으로 육상 연구자들과 공유한다.


이사부호는 온누리호와 함께 인도·태평양을 누비며 망간단괴 광구, 해저열수광상, 망간각 광구 등을 확보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국대 최대 규모 해양탐사선 '이사부호' 모습.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인도·태평양 넘어 대서양 진출 필요

온누리호와 이사부호를 바탕으로 지난 30여 년간 우리나라는 태평양과 인도양을 오가며 해저 광구와 열수광상, 심해 동·식물 연구에 큰 성과를 거뒀다. 다만 아직 대서양에서의 연구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다른 해양 탐사 경쟁국들이 대서양 심해를 연구하는 것과 비교된다.


KIOST에 따르면 그동안 우리나라 해양 연구는 자원 확보 또는 우리나라 기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해역에 대한 이해를 중심으로 진행해 왔다.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진 대서양은 인도·태평양에 비해 연구 우선순위가 뒤로 밀려있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우리나라 국가 수준이나 해양 연구 역량에 걸맞은 해양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대서양 연구를 시작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대서양은 지구를 도는 심층해류 순환의 시작점으로 지구적 차원으로 해양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곳이다.


대서양 해류는 열대 지방 따뜻한 바닷물을 미국 남동부를 거쳐 북유럽으로 운반한다. 이 바닷물은 북유럽 인근 대기에 열을 방출한다. 그렇게 차가워진 바닷물은 밀도가 높아 깊은 바다로 가라앉는다.


가라앉은 바닷물은 다시 적도로 이동하는 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구 온난화를 억제한다. 이 모든 과정을 ‘대서양 자오선(子午線) 역전 순환(AMOC)’ 현상이라고 한다.


문제는 최근 AMOC는 현상이 이상징후를 보인다는 점이다. KIOST는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AMOC(Atlantic Meridional Oceanic Circulation) 이라고 불리는 대서양 해수 순환 시스템이 점차 약해진다는 보고가 있다”며 “이러한 시스템이 점차 약해진다는 것은 심각한 기후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사부호 이미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대서양 연구 위한 대체 장비 마련 급선무


대서양에 이상 조짐이 나타나면서 대서양 연안 국가들은 협업 연구 등을 통해 국제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연구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새로운 선언에 서명했다.


해당 협정은 남획, 플라스틱 오염 및 기후 변화로 인한 산성화로 위험에 처한 바다에 대한 지식을 개선하기 위해 대서양 해양학자들을 연결하기 위한 목적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당시 성명을 통해 “바다와 해양이 날씨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국가 단독으로는 할 수 없다. 우리는 모든 수준에서 데이터, 과학 및 혁신에 대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서양을 연구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장비 부족이다. 대표 연구기관인 KIOST마저 대양을 연구할 수 있는 배가 사실상 이사부호 하나뿐이다. 온누리호는 지난 32년 동안 해양 탐사 역사 그 자체라고 부를 만큼 많은 연구 실적을 거뒀지만, 이미 한계 선령(船齡)을 넘어버린 터라 더는 대양의 거친 파도를 감당할 수 없다.


남은 이사부호 한 대로 인도양과 태평양, 대서양까지 감당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온누리호 뒤를 이을 해양조사선 건조가 시급하다는 이야기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신정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온누리호의 노후화를 꼬집으며 “온누리호가 만약 태평양 공해상에서 업무를 수행하다 고장이 발생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향후 30년 이상 후쿠시마 오염수 모니터링도 해야 하고 해양과학조사라는 본래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대체선박 건조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계획수립부터 예비타당성조사, 건조 등의 기간을 고려할 때 최소 5년은 소요된다”며 “조속히 동급 수준의 온누리호 대체 선박 구축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들 6000m 바닷속 누빌 때 우리는…‘장비’가 곧 경쟁력[해양 R&D④]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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