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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사람들이 찾아야 전통도 지킬 수 있다 [유통-기자수첩]


입력 2024.08.28 08:04 수정 2024.08.28 08:04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정부, 2024년 세법 개정안 발표

막걸리 제조 원료에 '향료·색소' 허용

업계 “내수 시장‧수출 확대 기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막걸리를 고르고 있다.ⓒ뉴시스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한국의 경제 규모 못지않게 글로벌 확산세가 두드러진 것은 K컬처다. K팝을 필두로 이제는 K푸드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전 분야가 세계를 무대로 빠르게 영토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전 세계인이 라면에 소주를 마시고, 막걸리에도 흥미를 갖는다.


중요한 것은 K컬처 전반의 이 같은 상승세가 단기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글로벌 주류 문화로 정착하고 확산하는 일이다. 이를 위한 과제가 적지 않다. 우리 스스로 문화를 잘 만들고, 잘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또 새롭게 해석해 전달하는 일도 우리의 몫이다.


과거에는 막걸리에 향과 색소를 넣을 경우 막걸리로 분류되지 않고 ‘기타주류’가 됐다. 그래서 일반 막걸리보다 세금이 8배 정도 비싸고, 병 라벨에는 막걸리라는 이름을 쓸 수도 없었다.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관련 막걸리를 살펴봐도 막걸리란 글자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앞으로는 바나나, 초코, 딸기와 같은 향과 색소를 넣은 기타주류 막걸리도 당당하게 ‘막걸리’라는 이름을 쓸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주세 감면을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막걸리에 향료와 색소를 허용하겠다고 최근 밝혔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2024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전통주산업 활성화를 위해 막걸리에 향료와 색소 첨가를 허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주세 부담을 줄이고, 신제품 개발을 장려하겠다는 게 정부의 주세법 시행령 완화 취지다.


기존에는 양조장들이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어 향료와 색소를 조금이라도 넣을 경우, 고세율과 막걸리 표기 불가 대우를 받아 세금 부담은 물론 판매에도 애로를 겪어왔다. 다양한 맛의 제품을 내놓고 싶어도 개발 단계부터 제약을 받아왔다는 게 관련 업계의 주장이다.


세법 개정 소식에 한국막걸리협회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협회는 “막걸리에 향과 색소 첨가를 인정해달라는 요구는 업계 오랜 숙원사업이었다”며 “이번 주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보다 다양한 막걸리들이 가격경쟁력까지 갖추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주세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가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전통주인 막걸리에 향과 색소를 허용할 경우 전통주의 정통성, 다양성, 차별성이 훼손돼 전통주 시장이 붕괴될 우려가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물론 우리가 추구해야 할 막걸리의 세계화는 우리 농산물로 만든 막걸리를 세계인이 누리도록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막걸리로 세계시장에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에는 깊이 공감한다.


하지만 시장 확대를 위한 정부의 노력으로 막걸리의 전통을 잃거나 일부 시장이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당초 한식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엔 현지화와 퓨전화가 있었다.


막걸리의 정통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제조사가 먼저 생존해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외국인이 거리낌 없이 접근을 하고 관심을 갖게 된다면 궁극적으로 전통 막걸리를 더 수월하게 소개할 수 있다. 옛것을 지키면서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는 ‘온고지신’의 지혜로움을 발휘할 때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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