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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합병'과는 다른 분위기...두산, 파고 넘을 수 있을까


입력 2024.08.28 14:14 수정 2024.08.28 14:14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9월 25일 주총 앞둔 두산...반대 여론 ↑

"SK 합병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두산의 합병은 시점이 뒤로 밀릴 수도"

두산 3사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주주총회를 다음달 25일 개최할 예정이다. ⓒ두산그룹

SK이노베이션과 E&S의 합병안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주주총회를 통과하면서,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돌입했다. 양사의 합병이 당초 우려와 달리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비슷한 시기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두산에 시선이 쏠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전날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SK E&S와의 합병 안건을 통과시켰다. SK이노베이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이날 주총에서 예상대로 합병반대 의결권을 행사했지만 출석 주주 85.76%가 찬성하면서 원안대로 합병이 승인됐다.


이후 국민연금 등 합병을 반대하는 이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남았지만 압도적 찬성 비율로 합병안이 통과된 만큼 공식 출범은 문제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관심은 비슷한 시기 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을 단행하고 있는 두산에 쏠린다. 소액 주주부터 국민연금과 금융당국까지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합병까지 첩첩산중이다.


앞서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간 인적분할 및 합병,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 등을 통해 밥캣을 로보틱스의 완전자회사로 이전하는 사업 구조 개편을 발표했다.


두산은 밥캣과 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을 1대 0.63으로 산정했다. 이 과정에서 두산이 제시한 합병 비율이 문제로 지적됐다. 우량주로 평가받는 밥캣 주식 1주를 현재 적자기업인 로보틱스 주식 0.63주로 바꾸게 된다는 점이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


주주들의 강한 반발에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 명의의 주주서한까지 게시하며 설득에 나섰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고 있다. 두산밥캣·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소수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에서 표를 모으는 집단행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두산의 합병안을 지적한 상황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열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연구기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합병이나 공개매수 등의 과정에서 지배주주만을 위한 의사결정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보다 심도 깊고 현실성 있는 개선방안을 고민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 원장의 발언을 두고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한다. 이 원장은 지난 25일 KBS 시사프로그램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서도 "법에 따라 시가(총액)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했으니 괜찮다는 (두산그룹의) 주장이 있지만 시가 합병이 모든 것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자본시장법상 양사 간 합병 비율을 산정하는 기준은 ‘시가’지만, 가치가 적정하게 반영되지 못했다고 판단되면 10% 범위 내(계열사간 거래시)에서 할증·할인을 할 수 있다. 할인·할증을 적용하면 주식 교환 비율은 0.63에서 0.77로 올라간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두산은 현행 자본시장법을 따라 시장 주가에 의해 합병비율을 계산했다고 하지만, 계열사 간 합병 시 10%를 증감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고, 합병비율에 대한 이사회의 충분한 설명도 제공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오너 일가의 지분 희석 없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강행하기 위해 이같은 합병 비율을 산정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개편이 마무리되면 지주사의 합병법인 간접지분율이 13.8%에서 42%로 급증하게 되는데, 이 역시 지주사에만 이익인 사업 재편이라는 지적도 따른다.


다만 두산그룹은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산정한 것으로 임의 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에너빌리티와 밥캣 지분을 각각 6.94%, 6.49%씩 보유중인 국민연금의 선택도 주목할 부분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건에 대해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만큼, 두산 계열사 합병안에도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지분 구조를 고려할 때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그 규모가 9300억원으로 두산에너빌리티가 정해둔 매수한도 6000억원을 훌쩍 넘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수책위)는 다음달 중으로 두산 그룹의 사업 개편 관련 임시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수책위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위한 전문 조직이다. 이들은 주로 민감한 사안들을 논의, 결정한다.


앞서 수책위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계약 체결 승인 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주주 가치 훼손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두산 역시 비슷한 논란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수책위가 반대 의견을 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보다 두산의 합병이 더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면서 "결국 여러 반발에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두산이 한발 물러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거센 반발이 있지만,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합병 성사 여부는)두산의 선택에 따른 시점의 문제"라고 말했다.


두산 3사가 다음달 25일 각각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려면 증권신고서의 효력 발생일(제출하고 7거래일 후)과 주총 개최 전 소집 통지(주총 2주 전) 일정을 고려해 이달 30일까지 증권신고서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반면 금감원은 두산의 정정신고서를 두고 '횟수 제한 없는 정정 요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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