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전기차는 이래서 안 된다고?… 전기차 오해 풀기 'A to Z'


입력 2024.08.29 09:30 수정 2024.08.29 09:31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전기차 화재는 1만대당 1.3건꼴… 내연차 보다 낮아

내화성·내열성 갖춘 배터리팩, 화재 진압 빨라질 전망

실내주차장 자동차 화재 피해 규모는 차량 종류와 무관

내구 성능 마진 확보한 배터리, 100% 완충해도 안전

지난 8일 오전 인천 서구 당하동 자동차 공업소에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벤츠 전기차가 옮겨지고 있다. ⓒ뉴시스

지난 1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이후 이른바 '전기차 공포증'이 나타나고 있다. 충전문제와 높은 가격 등이 불러온 '캐즘(일시적 정체기)'이 화재 여파로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25일 전기차 화재 방지 대책을 통해 자동차 및 배터리 제조사도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고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의 기술력을 전파하는 등 전기차 공포심을 해결을 위해 나서고 있지만, 좀처럼 분위기는 좋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일부 잘못된 정보와 막연한 오해가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며, 명확한 사실관계를 통해 오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만대당 1.32건 전기차 화재… 배터리 원인은 '소수'

이번 인천 지하주차장 사고 이후 여론은 ‘전기차는 화재가 많다’고 바뀌었다. 하지만 사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화재 건수가 극히 적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화재는 비전기차와 전기차 합계 매년 4500건 이상 발생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4800건에 이르는 등 하루에 약 13건 이상 발생할 정도로 빈번하다.


다만 연도별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1만대당 화재 건수는 지난해 기준 비전기차는 1.86건, 전기차는 1.32건으로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며,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은 비전기차에 비해 30% 정도 낮은 상황이다.


소방청의 화재 통계는 충돌 사고, 외부 요인, 전장 부품 소손 등에 따른 화재를 모두 포함하고 있고 초소형 전기차, 초소형 전기화물차, 전기삼륜차까지 함께 집계되기 때문에 이런 요인을 제외하면 승용 전기차에서 고전압배터리만의 원인으로 화재가 난 사례는 훨씬 줄어든다.


‘전기차 화재는 열폭주 때문에 진압이 어렵고, 차량이 전소돼야 불이 꺼진다’는 주장도 확대 재생산되며 오해를 낳고 있다.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여러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으며, 실제로 기타 부품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대부분의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열폭주를 수반하지 않았다.


배터리팩은 고도의 내화성, 내열성을 갖춰 배터리 이외 요인으로 화재 발생 시 불이 쉽게 옮겨붙지 않으며, 배터리 화재의 경우에도 최신 전기차에는 열폭주 전이를 지연시키는 기술이 탑재돼 조기진압 시 화재 확산 방지가 가능하다.


지난해 7월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실시한 ‘전기차 화재 진압 시연회’에서 조선호 경기소방재난본부장은 “전기차 화재의 초진이나 확산 차단이 내연기관 차량보다 더 어려운 것은 아니다”라며 전기차 화재 진압이 내연기관차 화재 진압보다 더 오래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일축했다.


화재 완전 진압까지 걸리는 시간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더 오래 걸려 피해가 크다는 것도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다.


일부 전기차 화재에서 초기 진압은 단시간에 이뤄지더라도 이후 혹시 모를 배터리 화학 반응에 대비해 차량을 일정 시간 소화수조에 담가 놓거나 질식포로 덮어 모든 배터리 에너지가 소모될 때까지 관리한다. 이 과정은 소방청 관리 하에 안전하게 이뤄지고 주변에 화재 피해를 확산시킬 수 없기 때문에 긴 화재 진압 시간에 대해 불안감을 가질 필요 없다.


이 밖에도 전기차 화재는 비교적 최근인 2010년대 후반 이슈화돼 적절한 화재 진화 매뉴얼의 부재로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전기차 화재의 특성 파악 및 소방 기술의 발전에 따라 화재 진압 시간을 줄여주는 여러 화재 진압 솔루션이 등장했다.


특히 소방기술 솔루션 업체들은 전기차 화재 진압 시간을 10분 내외까지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기술을 앞다퉈 개발하고 있어 전기차 화재의 진압 시간은 점차 짧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화재 A to Z… 확산 속도가 유독 빠르다?
환경부가 내년도 전기차 화재 발생 대응 예산을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이달 초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량들이 전소돼 있다. ⓒ연합뉴스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의 열폭주를 동반해 온도가 1000도 이상으로 치솟기 때문에 내연기관차 화재보다 위험하고 피해가 크다는 주장도 사실과는 다른 면이 있다.


기본적으로 배터리 1kWh의 열량은 3.6메가줄(MJ)로 가솔린 1리터의 열량 32.4메가줄 대비 크게 낮다. 즉, 같은 용량이라면 열량이 높은 연료를 싣고 있는 내연기관차의 화재 확산 속도가 더 빠르고 차량 외부 온도도 더 높이 오르는 편이다.


중형급 승용의 경우 가솔린차는 약 50L급 연료탱크, 전기차는 약 80kWh급 배터리가 탑재되며 연료가 100% 채워진 상태에서의 열량은 각각 1620메가줄, 288메가줄로 환산됨. 따라서 같은 차급이더라도 가솔린차가 지닌 에너지량이 전기차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볼 수 있다.


한국방재학회는 2021년 발행한 ‘전기자동차와 가솔린자동차의 실물화재 비교 분석’ 논문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검증했다. 실험은 구형 레이 가솔린차와 전기차를 사용했으며, 가솔린차는 폭발 위험에 대비해 3L만 주유하고 전기차는 100% 완전 충전한(NCM 배터리 16kWh) 조건으로 진행됐다.


실험 결과 가솔린차의 화재 확산이 더 빠르고, 외부 온도도 훨씬 높게 올라간다는 사실이 확인됨. 두 차량 모두 실내 온도는 1300도 수준을 기록한 반면, 외부 온도는 가솔린차가 최고 935도, 전기차는 최고 631도로 큰 차이를 보였다.


물론 가솔린차와 전기차 모두 높은 온도여서 불이 날 경우 환경에 따라 인접 차량에 피해를 줄 수 있지만, 전기차 화재가 유독 높은 온도로 인해 주변에 더 큰 피해를 준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임을 확인할 수 있다.


지하주차장 화재가 더 위험하다?… "스프링클러 작동이 중요"


지하주차장 등 실내에서 자동차 화재가 발생한 경우 전기차, 내연기관차 등의 차량 종류와 무관하게 스프링클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화재소방학회가 지난 4월 발행한 ‘지하주차장 내 전기자동차 화재의 소방시설 적응성 분석을 위한 실규모 소화 실험’ 논문에 따르면 스프링클러 작동만으로도 인접 차량으로의 화재 전이를 차단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여기에 더해 전기차 화재에 특화된 하부 스프링클러까지 설치된다면 배터리 열폭주 가능성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점도 같은 논문을 통해 확인됐다.


실제로 지난 5월 전북 군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해 45분만에 진화됐고, 인접 차량은 2대만 화재가 아닌 소화 활동에 따른 피해를 입는 등 화재 규모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반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경우에는 내연기관차 화재이더라도 피해 규모가 큰 편이다.


2022년 대전의 한 아울렛 지하주차장에서 1톤 트럭에서 시작된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수백 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사고나 2014년 용인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120여대의 차량 피해를 낸 사고 등 내연기관차의 화재로 인해 대형 피해가 발생한 사례도 다수 있었으며, 공통적으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


충전량 제한이 해법?… 배터리 내구 성능, 100% 충전해도 '안전'


최근 일부 지자체는 배터리 충전량(SoC) 90% 이하의 전기차만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출입을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배터리 충전량은 화재 발생과 연관성이 미미해 ‘충전량 제한’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기아 등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배터리를 100% 완전 충전해도 충분한 안전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설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객에게 보여지는 시스템 상의 100%가 실제로는 100%가 아니기 때문이며,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BMS가 과충전을 차단하고 제어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제조사와 자동차 제조사는 배터리의 내구 수명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내구 성능 마진을 두고 있으며, BMS가 사용 가능한 배터리 용량을 재산정하는 리밸런싱을 통해서도 추가적인 마진을 확보한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충전량은 총 열량과 비례하기 때문에 화재의 규모나 지속성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배터리 화재의 원인은 셀 자체의 제조 불량 또는 외부 충격 등에 의한 내부적 단락이 대부분이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과충전에 의한 전기차 화재는 “0건”임을 강조했다.


최근 배터리 전문가인 윤원섭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도 언론사 인터뷰에서 “우리가 100%라고 말하는 것은 안전까지 고려한 수명”이라며 “배터리를 100% 충전하면 위험하다는 것은 일반인이 주로 오해하는 부분”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캐즘 극복 위해선… 오정보 확산 막고 '올바른 해법' 추구해야


기후 위기의 시대에 탄소 감축을 위해 전기차 전환이 국가별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는 점에 전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도 캐즘을 극복하고 전기차 시대에 발맞춰 합류하기 위해선 전기차 관련 오정보의 확산을 막고 올바른 해법을 추구하기 위해 제조사 및 정부를 비롯한 사회 각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동차 업계는 고객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전기차 안심점검 서비스 ▲배터리 기본 점검 강화 ▲전기차 생애주기 통합지원 프로그램 ▲BMS 순간 및 미세 단락 감지 기술 적용 ▲배터리 이상 징후 문자메시지 전송 등을 시행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배터리 셀 제조사와 함께 품질을 철저히 관리하고, BMS를 통한 사전 진단으로 더 큰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배터리 이상징후 통보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방청은 오는 11월 20일까지 3개월간 스프링클러 설비가 갖춰진 전국 아파트 지하주차장 중 10%를 대상으로 화재안전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며, 전기차 화재진압 전용장비 확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