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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이어 기아도…사무직 성과연동제 도입 난항


입력 2024.08.29 11:11 수정 2024.08.29 11:11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아 노조, 사측 '일반직 성과연동제‧전 직군 기본급제' 제시에 반발

고급 IT인력과 생산직 임금체계 한데 묶는 '호봉제' 고수

SDV 전환 대응 위한 고급 인재 확보, 낡은 임금체계에 발 묶여

기아 노사가 2023년 7월 6일 경기도 광명시 오토랜드 광명에서 2023 임금협상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 ⓒ기아

현대자동차‧기아가 올해도 연공서열 중심의 호봉제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전환에 대응한 SW(소프트웨어), ICT(정보통신기술) 분야 고급 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성과보상에 기반한 임금체계 개편이 필수적이지만, 생산직 위주의 노동조합이 이를 결사 저지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최근 교섭에서 일반직(사무‧연구직) 성과연동제와 전 직군 기본급제를 중심으로 하는 임금체계 개편을 노조에 제안했다.


일반직 성과연동제는 고과 등급에 따라 4단계로 기본급 인상액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전 진군 기본급제는 생애주기형 호봉제를 탈피해 매년 1월 1일 4만원씩 기본급을 인상하는 내용이다.


이는 사무‧연구직 직원도 70년대 만들어진 생산직 위주의 호봉제에 묶이면서 고급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거나, 외부 유출을 막지 못하는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IT‧게임 붐이 일면서 해당 기업으로 사무‧연구직 인력이 유출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현대차‧기아는 ‘탤런트 리워드’ 등 사무‧연구직 책임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한 성과보상 제도 도입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결국 생산직 중심의 노조 반발로 유야무야됐다.


일반직 성과연동제 도입을 통해 일반직 직원 임금체계를 생산직과 분리하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지만, 이 역시 쉽지는 않아 보인다.


기아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일반직 성과연동제와 전 직군 기본급제에 대해 “노노갈등을 유발하고 호봉제를 폐지하기 위한 개악안”이라며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일반직 성과연동제에 대해서는 “불공정한 성과 평가의 결과에 따른 임금 차별 지급, 호봉제를 폐지하기 위한 성과연동제 도입 시도”라고 주장했다. 전 직군 기본급제에 대해서도 “호봉표 폐지를 통한 호봉제 무력화 시도”라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현대차도 연구직과 일반직 사원·대리급의 호봉제를 폐지하는 임금 체계 개편을 추진했으나 노조의 반발로 이를 제외한 상태에서 교섭을 타결했다. 현대차 교섭 결과가 기아 교섭에도 영향을 미쳤던 전례로 볼 때 기아의 임금체계 개편 역시 수용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재계에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뜯어고치고 청년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한 최우선 선결과제로 구시대적 임금체계인 호봉제 폐지와 직무 성과중심 임금체계로의 개편을 지목해 왔다. 업무 능력이나 성과에 무관하게 연공서열을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호봉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서도 벗어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서로 데려가려고 하는 IT‧SW 분야 고급 인재와 전동화 전환에 맞춰 점차 숫자를 줄여나가야 하는 생산직 근로자를 같은 임금 체계로 묶는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면서 “기존 호봉제를 고수하는 건 생산직 근로자건 석‧박사급 인재건 모두 같은 대우를 받아야겠다는 생떼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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