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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리 "청춘을 위한 '빅토리', 하길 잘했어요" [D:인터뷰]


입력 2024.09.02 07:04 수정 2024.09.02 07:04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이혜리가 걸그룹 걸스데이로 시작해 이에 한 영화를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배우가 됐다. 이혜리가 주축이 된 '빅토리'는 춤만이 인생의 전부인 필선(이혜리 분)과 미나(박세완 분)가 치어리딩을 통해 모두를 응원하고 응원받게 되는 이야기로,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었던 빛나는 청춘을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이혜리는 필선을 완벽하게 그려내기 위해 ‘빅토리’에서 거제 사투리 연기와 함께 약 6개월에 걸친 혹독한 연습을 통해 오락실 펌프 댄스부터 힙합, 치어리딩까지 난이도 높은 퍼포먼스들을 연습했다. 특히 처음 해 보는 치이리딩을 몸에 익히기 위해 밀레니엄 걸즈 멤버들과 동고동락하며 애틋한 마음을 갖게 됐다.


"나는 저 시대를 살아본 적이 없는데 이상하게 내 어릴 적 한 페이지를 꺼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사실 현장 자체가 당시에는 준비할 것도 많고 정신 없었는데 돌이켜보니 좋은 것 밖에 없어요. 영화 데뷔인 친구들이 많았는데 대사 한 줄 한 줄 열심히 연습하고 치어리딩을 위해 애쓰고 최선을 다하는 게 영화 속 밀레니엄 걸즈 같더라고요. 그래서 지쳐있기 보다는 스며들어 필선이가 되려고 했어요. 영화를 보고 에너지가 좋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저도 똑같이 느꼈어요."


박범수 감독은 '빅토리'의 필선을 처음부터 이혜리를 낙점하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밝힌 바 있다. 박범수 감독은 이혜리의 어떤 면을 보고 필선이라고 확신했던 걸까.


"제 입으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처음부터 저밖에 없다고 엄청 강력하게 어필 하셨어요. 필선이가 아빠의 관계에서 10대 소녀의 사춘기 같은 모멘트가 보여야 하고, 공부도 안 하고 불순한 의도로 연습실을 마련하려 하는데 그게 미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요. 그러면서 제 긍정적인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주셨어요. 여기에 몸을 잘 써야 하고 관객들에게 호감이어야 하고 필선이가 멋있어야 보여야 하는데 그런 모든 걸 갖춘 배우가 바로 저인 것 같다고요."


이혜리는 이번 작품에서 동갑내기 배우 박세완과 함께 작업하며 깊은 우정을 쌓았다. 마치 영화 속 필선과 미나가 된 듯한 경험을 하며 실제로 함께 나아갈 절친 하나를 얻었다.


"고마운 마음이 커요. 제가 파트너로 여자 배우를 만난 건 처음이었는데 많이 도와줘서 의지가 됐어요. 세완이가 경상도 출신이라 사투리를 많이 물어봤는데 똑같은 거 열 번 물어보면 언제나 열심히 열 번 대답해 주는 친구였어요. 또 세완이가 어느 날 '이 영화는 필선이가 불편하면 안 된다. 필선이가 빛나야 된다. 난 널 빛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야'라고 말해주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 뜨거워지더라고요. 세완이는 이보다 완벽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최고의 상대였어요."


부녀 연기를 한 현봉식과는 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를 통해 한 번 인연을 맺었다. 이혜리와 현봉식의 부녀 관계는 영화의 서사를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그 때도 딱 그 인물처럼 미친 연기를 하셔서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하지' 감탄하면서 선배님을 봤었어요. 그래서 이 작품에서 아빠와 딸로 만나게 돼 오히려 어색했어요. 저 괴롭히던 부장님이셨거든요. 영화 후반 필선이 아빠와 밥 먹는 장면은 촬영 초반에 이뤄졌는데 그 때 걱정을 하면서 들어갔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선배님이 밥을 푸는 모습을 보자마자 '나 왜 걱정했지' 싶더라고요. 선배님 말씀 잘 듣고 잘 대답하면 되겠다 싶었어요. 촬영하면서 아빠가 현봉식 선배님이라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빅토리'는 제23회 뉴욕 아시안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혜리는 이 영화제에서 아시아 영화계 신흥 인재에게 주는 '스크린 인터내셔널 라이징 스타 아시아 어워드' 상을 수상했다.


"영화제에 초청 받아 가는 것만으로도 마냥 좋았어요. 드레스 고민도 즐거웠고요. 들뜬 마음으로 다녀왔어요. 해외 관객들이 콩글리시 장면에서 다 웃으며 좋아하시더라고요. 신기했던 건 울컥하는 장면은 같이 눈물도 흘리는 걸 보며 부녀의 관계가 모두 똑같진 않겠지만 이건 우리나라의 정서가 아닌 인간들의 정서였구나 싶어서 같이 울고 웃으면서 관람 했어요."


마지막 치어리딩 신은 이혜리의 얼굴을 필두로 9명의 배우 얼굴들이 차례로 클로즈업이 들어가면서 관객의 에너지와 몰입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그 장면을 위해 여태까지 이야기들이 펼쳐졌다고 할 정도로 피어나는 신이라 포인트가 중요했어요. 도입부 요정처럼 표정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죠.(웃음) 저희 아홉 명의 팔 동작 타이밍과 노래 타이밍이 맞아야 하고 촬영적으로도 기술이 필요한 장면이라 테이크를 가장 많이 갔어요. 그래도 아홉 명의 얼굴이 모두 잘 보였으면 하는 마음에 포기하지 않고 한 번 더 외쳤죠."


'빅토리'는 1984년 섬마을 거제도 거제 고교의 '새빛들'이라는 치어리딩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실하다. 필선의 실존 인물인 한필선 씨와 딸은 '빅토리'의 시사회를 찾았다. 특히 이혜리는 딸에게 편지를 받았다며 들뜬 얼굴로 감동 받았던 일화를 전했다. 그리고 이 감동은 배우 이혜리로서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됐다.


"시사회에 실제 오셨더라고요. 따님 분이 저에게 '제가 필선이 딸이에요' 하면서 편지를 건네주셨는데 정말 뭉클했어요. 그 편지에는 '저는 절대 볼 수 없는 엄마의 청춘을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적혀있더라고요. 그리고 '보는 분들에게 항상 좋은 에너지를 주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달라'라는 말도 있었어요. 너무 많이 읽어서 다 외웠어요. 너무 감사했어요. 저 정말 '빅토리' 하길 잘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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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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