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 등 무형 자산도 인정
스타트업 자금 조달 개선 기대
일본에서 기업의 노하우나 지식재산 등 무형의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내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서 시선을 끌고 있다. 기업의 미래 성장성 등을 토대로 대출이 가능해지면서, 별다른 자산이 없는 스타트업 등이 자금 조달에 새로운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월 일본에서는 사업성융자의 추진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 새로운 담보 제도로서 기업가치담보권이 조만간 도입돼 적용될 예정이다. 새 법이 시행되면 차입자는 부동산 등 유형자산은 물론, 사업 노하우·지식재산·고객 기반 등 무형자산과 장래의 현금흐름을 포함한 사업가치 총재산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일본 정부는 금융기관이 대출할 때 부동산 담보와 경영자 보증에 의존하는 관행으로 인해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스타트업 등의 사업활동에 도움을 주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앞서 발표한 새로운 자본주의의 그랜드디자인 및 실행계획 2023에서 사업 전체를 담보로 자금 조달이 가능한 법제도 도입을 명시했다. 금융청 산하 금융심의회 워킹그룹에서는 2022년 11월부터 사업 전체를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성장자금 등을 조달할 수 있는 제도에 대해 검토를 진행해 왔다.
사업성융자추진법에 따르면 기업가치담보권의 담보 목적 재산은 장래의 현금흐름을 포함한 총재산이며, 이에 따라 차입자는 사업 전체를 담보로 제공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노하우와 지식재산권 등을 포함한 무형자산도 담보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유형자산을 보유하지 않은 스타트업 등이 대출을 받는 것이 더욱 용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차입자는 기업가치담보권 설정 후에도 재산의 이용과 처분이 가능하다. 하지만 담보물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에는 제한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채무자는 중요한 재산의 처분, 정관·사회통념 상 통상적인 사업 활동의 범위를 넘는 담보 목적 재산의 사용, 수익·처분을 하려면 담보권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이를 얻지 못하면 관련 행위는 무효가 된다. 또 법률에서는 기업가치담보권이 담보하는 채무에 경영자의 개인보증 등이 존재할 경우 대출자의 권리행사가 허용되지 않으며, 약속과 달리 허위로 보고한 경우 권리행사를 용인한다.
채무자가 만기 도래에도 불구하고 상환하지 않을 때에는 담보권자가 법원에 관련 내용을 신고하고, 기업가치담보권 실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수 있게 했다. 담보권 실행절차의 개시가 결정되면 법원은 관재인을 선임하고, 관재인은 사업의 경영권이나 재산의 처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기업가치담보권의 환가는 사업을 전체적으로 유지하면서 스폰서에게 사업을 양도하는 것을 상정하며, 사업 양도 시 법원이 배당채권자나 노동조합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했다.
이밖에 사업성융자추진법에서는 기업가치담보권의 이용 촉진·지원을 위한 기관으로 사업성 융자 추진 지원기관을 설치, 차입자인 사업자와 대출자인 금융기관에게 필요한 정보와 조언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이병관 한국금융연구원 부장대우는 '일본 정부의 기업가치담보권 도입 배경 및 주요 내용' 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담보 제도 도입으로 부동산 담보나 경영자 보증에 의존하지 않고 사업실태와 미래 의 사업성을 토대로 대출을 실행하는 것이 용이해지고, 차입자의 사업에 대한 대출자의 관심이 높아져 보다 긴밀하게 경영개선을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새로운 담보 제도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려면 기업가치담보권에 대한 인지도 향상과 기업가치 평가·심사에 대한 개선 등에 있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