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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편되는 외식업계…흑백요리사로 다시 떠오른 ‘오프라인 상권’


입력 2024.10.11 06:43 수정 2024.10.11 06:43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이중가격제 확산…업종 불문 전방위 도입

소비자 부담 가중…배달 시장 위축으로 연결

예능 영향으로 오프라인 상권 활성화 기대

“지속성 가지려면 업체별 경쟁력 갖춰야”

서울 시내의 한 롯데리아 앞에서 배달기사들이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최근 오프라인 외식 상권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외식업체들이 배달앱 수수료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배달과 매장 가격을 다르게 받는 ‘이중 가격제’를 빠르게 도입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출연자들 관련 식당 외에도 외식업계 전반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외식업계에 따르면 배달 앱 판매가를 매장 가격보다 10~20% 높은 가격으로 책정하는 이중가격제가 일반화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서울 시내 분식집·패스트푸드·치킨 전문점 등 34개 음식점을 표본조사한 결과 전체 60%가 매장 판매가와 배달 앱 가격을 다르게 책정했다.


올해 들어서도 이중가격제는 버거 프랜차이즈를 시작으로 외식업계 전반으로 반경이 넓어지는 추세다. 롯데리아는 물론 맥도날드, 버거킹, KFC 등 일부 업체들은 이미 공식적으로 이중가격제를 공지했고, 소규모 자영업자들까지 배달용 가격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배달앱 중개수수료 부담이 큰 원인이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각각 주문금액의 9.8%, 요기요는 9.7%를 수수료로 받는다. 여기에 카드결제수수료 3%와 배달비, 결제정산이용료, 부가가치세, 정액제 광고비 등을 합치면 매출의 최대 30~40%가 나간다는 것이 업주들의 호소다.


문제는 이러한 이중가격제를 소비자에게 고지하는 것이 법적 의무에 해당하지는 않기 때문에 일부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를 제외하면 일반 음식점들의 경우 소비자들이 해당 사실을 알지 못하고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일상화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여의도 소재 직장인 A(30대)씨는 “엔데믹 전환 이후 최소주문 금액 외에도 배달비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면서 가능하면 집밥을 해먹거나 간단히 밖에서 먹고 들어오려고 하는 편”이라며 “편의점 도시락 등 선택지도 많아져 굳이 배달을 시킬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흑백요리사에 출연 중인 왼쪽부터 최현석, 정지선, 장호준, 에드워드 리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뉴시스

소비자들의 배달비에 대한 부담으로 배달 시장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외식업계 타격은 당연하다. 엔데멕 이후 홀 비중이 크게 늘고 있지만, 매달 지불하는 비싼 임대료와 함께 치솟은 공공요금, 매년 최저임금 상승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업계 고민도 커졌다.


다만 긍정적인 점은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상권 활성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전환과 함께 체험형 매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다양한 형태의 외식 매장이 들어서는 한편, 강남 상권의 공실률 역시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덕도 이런 영향에 한 몫하고 있다. 흑백요리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6일까지 40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재생 시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해 비영어권 TV 시리즈 부문 1위에 올랐다. 1주 전에는 시청 수 490만을, 2주 전에는 380만을 기록했다.


출연 셰프들의 식당도 이미 몇 달 치 예약을 마감했다. 캐치테이블에 따르면 흑백요리사 첫 방송 이후 일주일(9월 5~11일)간 출연 셰프들의 식당 검색량은 전주 대비 74배 증가했다. 식당 평균 예약 증가율은 148%, 관심 식당 저장 건수는 1884% 급증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흑백요리사의 여파로 위축됐던 외식업계에 이례적인 훈풍이 불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방송에 나오지 않은 다른 파인다이닝과 오마카세 식당, 지역 노포와 전통시장까지 주요 상권에도 손님이 늘며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출연자들 관련 식당 외에도 외식업계 전반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확산하길 바라고 있다. 우선 최근 경기불황과 고물가 등의 여파로 이른바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 매입액)가 낮은 메뉴만 고집했던 소비자들이 고급 식당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게 관계자의 분석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최근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의 인기로 파인다이닝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레스토랑 예약이 급증하고 있다”며 “편의점은 물론 간편식 브랜드들까지 관련 셰프들의 대표 메뉴를 빠르게 상품화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식업계 곳곳으로 온기가 퍼지기엔 한계가 명확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아직은 인근 가게들로의 낙수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외식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영세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최근 오히려 손님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반짝 증가에 그칠 것”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있다. 요식업계 불황이 이어진 근본 원인인 ▲고물가 ▲고금리 ▲인건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질 수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관심을 끌고 있지만, 외식업계 전체 훈풍이라 보긴 어렵다”며 “그럼에도 긍정적인 점은 최근 경기불황과 고물가 등의 여파로 이른바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 매입액)가 낮은 메뉴만 고집했던 소비자들이 고급 식당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식업계에서는 출연자들 관련 식당 외에도 외식업계 전반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확산, 연말까지 지속되길 바라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가 오래 지속되려면 해당 가게 외에 주변 상권도 경쟁력이 있어야 하고, 소비자들도 지출 여력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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