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비자금' 은닉 의혹 일며…검찰 고발건 형사부 배당
김옥숙·노재헌도 피의자 적시
국감서도 노소영 불러…이혼소송 변수로
법무부장관 "관심 갖고 지켜볼것"
검찰이 칼을 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이혼 소송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재조사 및 추징 국면으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시민단체인 군사정권범죄수익 국고환수추진위원회(환수위)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와 노 관장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은닉했다고 고발한 사건을 형사부에 배당했다.
앞서 환수위는 지난 7일 "노 관장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범죄수익임을 알고 있었음이 본인의 진술로 드러났다"며 "노소영은 이 범죄수익의 은닉과 증식을 도모한 노 전 대통령 가족 공범에 속한다 할 수 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이른바 '노태우 비자금' 사건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재판과정에서 노 관장은 김옥숙 여사가 ‘맡긴 돈’이라며 남긴 메모,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이 찍힌 사진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부친 자금 300억원이 선경(현 SK)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SK는 자금 유입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주장이 인정된다면서 재산 분할액을 1조3808억원으로 결정했다.
문제는 항소심 재판부가 출처가 불분명한 해당 자금을 그대로 법에 투영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뇌물죄로 징역 17년을 받은 사실을 감안하면 그 비자금 역시 '검은돈'이었을 가능성이 작지 않은데, 그 돈을 딸의 '지참금'으로 인정해 이혼 시 재산을 분할해 주는 것이 맞냐는 지적이다. '불법 비자금을 개인재산으로 인정해 주는 것은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아직 재판 중임에도 불구하고 "쿠데타로 헌정질서를 파괴한 전직 대통령이 추징금 납부를 거부하고 그 가족들은 엄청난 부를 누리는 현실에서 법 감정상 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
실제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공정에 의뢰해 지난달 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통해 새롭게 밝혀진 904억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70.2%가 "불법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으며, 이 돈의 처리 방식에 대해서는 국민의 67%이상이 환수하는 것이 필요히다고 답했고 이중 "엄중 처벌하고 회수해야 한다"도 37.4%를 차지했다.
이처럼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정치권에서도 김옥숙 여사의 메모에 등장한 '돈'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특히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07년과 2008년 검찰과 국세청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씨가 차명 은닉하던 보험금과 장외주식 등에 대한 진술서·확인서를 받고도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김씨의 메모 904억원, 2021년까지 기부금 형태로 아들에게 불법 증여된 152억원, 2007∼2008년 확인된 214여억원 등 불법 비자금 행방을 모두 수사해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향해 "이는 금융실명법 위반으로, 강제 회수할 수 있다고 한다"며 "제가 확실한 증거자료를 제공했으니 사회정의 차원에서 이를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나.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수사에 들어가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번 사건이 형사부에 배당되면서 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가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구나 심우정 검찰총장이 인사청문회에서 '노 전 대통의 비자금' 관련 질의에 "취임하면 한번 정확히 살펴보겠다"고 답한 바 있어 어떤 식으로든 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