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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규제로 '사장님 대출' 늘더니…리스크 관리 '발등에 불'


입력 2024.10.18 06:00 수정 2024.10.18 08:43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은행권서 석 달 만에 2조 증가

'주담대 억제하라' 정부 압박에

기업으로 눈 돌린 탓 '풍선효과'

서울 시내에 은행 자동화기기들이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국내 은행들에서 나간 자영업자대출이 최근 석 달 동안에만 2조원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압박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조일 수밖에 없게 된 은행들이 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으로 눈을 돌리면서, 개인사업자에 대한 문턱도 낮춘 영향이다.


가계부채 규제의 반작용으로 불거지는 풍선효과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은행권의 개인사업자대출은 총 453조9000억원으로 지난 상반기 말보다 2조원 증가했다.


이는 은행들이 가계 대신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개인사업자에 대한 허들도 낮춘 결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가계부채를 억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따라 주담대 금리는 연이어 인상하는 대신, 기업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은행권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달 말 기준 1316조2000억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11조 가까이 확대됐다.


은행들은 개인사업자대출을 늘리기 위한 일환으로 대출 한도를 늘리거나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는 등 동네 사장님 모객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은행은 상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개인사업자대출에 최대 1%포인트(p)의 금리를 감면해 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고, KB국민은행은 개인사업자 전용 금융 상품을 한 곳에 모은 'KB사장님+' 서비스를 개시했다.


신한은행은 개인사업자전용 비대면 대출인 'Easy-One' 보증대출을 출시했고, 사업자대출 비교 서비스 역시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개인사업자를 위해 1대 1 금융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사업자 전담직원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기존 대면대출 상품인 'SOHO 가맹점주 우대대출'을 오는 11월부터 비대면 즉시대출로 전환해 자영업자 고객의 편의를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대출의 질이다. 개인사업자대출이 늘어나면서 부실도 눈에 띄게 쌓이고 있어서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폐업한 자영업자가 느는 등 차주의 원리금 상환 능력이 악화했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개인사업대출 규모와 함께 부실도 계속 누적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권의 개인사업자대출에서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0.44%로 1년 전과 비교해 0.15%p 올랐다. 은행은 보통 고정이하여신이란 이름으로 부실채권을 분류해 둔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은행 관계자는 “수익 차원에서 은행이 기업대출을 늘리려는 과정에서 개인사업자대출 역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통상 하반기엔 리스크 관리를 위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관련 대출을 무리하게 늘리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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