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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농업 무한신뢰 베트남…기술 전수 넘어 파트너십까지 [新농사직썰-케이팜⑫]


입력 2024.10.28 06:30 수정 2024.10.28 06:30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코피아 출범부터 함께한 코피아 베트남센터

딸기・땅콩 등 성과에 베트남 정부도 적극적

실크 생산 4위국의 누에 잠좀 자급률 고민 해결


조명래 코피아 베트남센터 소장(오른쪽)이 베트남 잠업연구소에서 누에 신품종을 살펴보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 新농사직썰은 조선시대 편찬한 농서인 ‘농사직설’에 착안한 미래 농업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50회 시리즈로 시즌1을 마무리했다. 2023년 출발한 시즌2는 그동안 시즌1에서 다뤘던 농촌진흥청이 연구개발한 기술들이 실제 농가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효과는 있는지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위해 구성됐다. 시즌1과 시즌2가 국내 농업기술에 초점을 맞췄다면, 시즌3는 해외에서 맹활약 중인 ‘한국 농업기술’이 핵심이다. 시즌3 부제는 ‘케이팜(K-Farm)’이다. 한류 문화를 이끌고 있는 ‘케이팝(K-Pop)’과 같이 세계의 척박한 땅에서 우리 농업기술을 전수하는 이들의 눈부신 ‘농업외교’ 성과를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베트남은 태국과 더불어 한국인이 관광지로 가장 좋아하는 아시아 국가 중 하나다. 관광지 뿐만 아니라 이제 산업, 경제,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과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농업 분야는 농촌진흥청과 오랜 기간 교류를 통해 동반성장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베트남은 여전히 농촌진흥청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이하 코피아)에 무한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미 다양한 성과를 피부로 체험한데다, 앞으로 코피아에 배워야 할 농업 기술도 많다는 것이다.


이미 중진국 반열에 들어선 베트남이 왜 코피아 사업에 열광할 수 밖에 없을까. 태국은 지난 2018년 코피아 사업이 종료됐다. 중진국으로 성장한 만큼 농업의 비중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의 사례로 봤을 때 베트남 역시 가파른 경제 성장곡선을 그리는 시기인 만큼 코피아 사업이 곧 종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 현지의 분위기는 다르다. 코피아 베트남센터와 교류 중인 베트남 농업과학원(VAAS)은 여전히 코피아 사업을 지속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더 나아가 파트너십을 통해 지속적인 교류도 구상 중이다.


응웬 홍손 베트남 농업과학원장은 “코피아 베트남센터는 어려운 상황에도 예산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농가 혜택으로 돌아온다”며 “앞으로도 농진청 코피아 사업을 지속해 베트남의 농업 문제를 해결해주고, 양국간 교류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코피아 사업을 바탕으로 농산물 교역 등 윈윈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싶다”며 “한국 농산물과 경쟁하지 않는 품종에 대한 기술전수를 해주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응웬 홍손 베트남 농업과학원장이 코피아 베트남센터와 지속적인 파트너십에 대해 강조를 하고 있다. 베트남 농업과학원은 15년째 코피아 베트남센터와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코피아 사업의 산증인…최장수 맏형 코피아 베트남센터


코피아 베트남센터는 코피아 역사와 함께 한다. 코피아 센터 개소일로 보면, 브라질(2009년 8월 5일)과 함께 가장 오래된 코피아 센터가 바로 베트남이다. 브라질이 2016년 3월에 코피아 사업이 종료됐으니 이제 최장수 코피아 센터 타이틀은 베트남이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맏형 답게 그동안 성과도 손에 꼽기 힘들다. 베트남이 왜 코피아 사업에 열광하는지 지난 15년의 발자취만 보더라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이 가운데 최근 코피아 베트남센터에서 추진 중인 사업들은 소수민족의 농가 소득과 직결되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숙원 과제를 코피아 베트남센터에서 해결해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진행한 ‘땅콩 품종 선발 및 종자생산 체계 개발’은 이제 1차 가공까지 이뤄지며 새로운 농가 소득으로 자리 잡았다. 베트남은 땅콩 병해에 약한 환경이다. 종자생산 시스템도 없어 생산 자체가 어려웠다.


코피아 베트남센터는 척박한 베트남 환경에서 병해에 강한 품종을 선발하고, 종자생산 체계를 확립했다. 또 파손・불량 종자를 이용해 땅콩기름 브랜드를 개발, 한국 신기술을 도입하는 등 재배법을 개선했다. 이로 인해 생산성 53%, 소득 56%가 각각 상승했다. 우량종자보급은 2016년 60ha에서 2022년 1430ha로 껑충 뛰었다.


조명래 코피아 베트남센터 소장이 딸기, 땅콩, 양잠 등 사업에 대한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딸기 재배도 눈에 띈다. 더운 날씨의 베트남에서 딸기를 재배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시선이 쏠리게 된다. 베트남에서는 그동안 일본, 뉴질랜드 품종을 도입해 일부 고산 지역을 중심으로 딸기를 재배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자체 개발한 딸기 품종이 없다보니 당도가 떨어지고 생산량이 부족했다. 코피아 베트남센터는 우선 고당도 다수성 품종 선발에 나섰다. 새로 개발한 ‘PS8-10・PS8-07’이 대표적인 신품종이다.


특히 PS8-10은 당도가 12.5~12.8brix(브릭스)로 기존 품종보다 높다. 수량성도 31~32t/ha를 기록해 기존 뉴질랜드 품종보다 25%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당연히 소득도 기존보다 22% 상승하는 효과를 봤다.


조명래 코피아 베트남센터 소장은 “땅콩의 경우 투자 비용이 적고 평균 판매가 쌀 대비 2~3배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반면 농가 자체 보존 종자 활용으로 품질과 생산성이 떨어진다”며 “코피아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중앙집중식 종자생산 체계 구축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4위 실크 생산국…가공 영역 넓히는 양잠산업


코피아 베트남센터에서 핵심사업으로 꼽는 것은 ‘양잠’이다. 양잠은 베트남 북부지역 등 36개 성에서 재배할 정도로 인기 작물 중 하나다. 한국, 일본, 중국 등 관광객들 사이에서 ‘베트남 실크’는 상당히 품질 좋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36개 성에서 재배하는 뽕밭 면적은 1만3166ha 이상이다. 최근 5년간 매년 20% 이상 재배면적이 증가하는 추세다. 누에 잠종(누에씨) 수요는 매년 약 45~50만 상자에 이른다. 세계 4위 실크 생산국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규모다.


외적으로는 베트남 양잠 사업은 상당히 안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에서는 고민이 많다. 베트남 누에 잠종의 95%를 중국에서 비공식적으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에에 치명적인 ‘미립자병’에 대한 불안감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존재하고 있음에도 대비책을 세우기 힘든 구조다.


또 실크 생산국 세계 4위 명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재배기술 수준이 낮다. 생사로 가공해 중국에 수출하는 것도 수익성이 향상되지 않는 원인으로 꼽힌다.


누에 신품종을 이용해 생산된 치약, 비누 등 각종 가공품들. 제품은 코피아 로고와 함께 현재 베트남 하노이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코피아 베트남센터는 이런 문제점을 파악하고 누에 신품종 ‘VH2020’을 개발해 조기에 보급했다. 이어 잠종장 설치와 잠종 생산체계 확립도 속도를 냈다. 한국형 양잠시설인 ‘다단계 선반 및 환경제어 온실’ 보급으로 기술향상을 꾀했다.


여기에 비누, 화장품 등 베트남의 풍부한 관광자원과 연계한 가공 특산품 개발도 이어졌다. 농가는 단순히 실크 생산에 머물지 않고 2차, 3차 가공품까지 개발하며 부가가치 향상에 효과를 보고 있다.


조 소장은 “베트남 잠업연구소와 함께 매년 잠종 1만 상자를 생산하는 등 대량 생산 체계를 확립하는 데 성공했다”며 “암수 누에 인공교배 성공률 및 산란 수 증가기술 적용도 신품종 생산을 확립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응웬 홍손 베트남 농업과학원장은 “코피아 사업으로 신품종 누에 VH2020 보급이 원활해졌다. 자연스럽게 외래종 의존도 줄어드는 효과를 보고 있다”며 “올해부터 향후 5년간 누에 잠종 자급률을 8%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코피아 베트남센터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11월 7일 [新농사직썰-케이팜⑬]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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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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