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한-라오스 수교 30년…농업외교로 다져진 K-농업의 ‘무한신뢰’ [新농사직썰-케이팜⑪]


입력 2024.10.15 08:36 수정 2024.10.15 08:48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코피아 체결 10년…많은 성과로 입증

올해 쪽파 생산기술 전수에 큰 기대감

벼패키지 사업으로 농가 소득까지 쑥쑥


코피아 라오스센터에서 추진 중인 벼 패키지 사업 교육현장에서 권도하 소장(왼쪽)과 직원들이 시범마을 주민들에게 교육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 新농사직썰은 조선시대 편찬한 농서인 ‘농사직설’에 착안한 미래 농업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50회 시리즈로 시즌1을 마무리했다. 2023년 출발한 시즌2는 그동안 시즌1에서 다뤘던 농촌진흥청이 연구개발한 기술들이 실제 농가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효과는 있는지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위해 구성됐다. 시즌1과 시즌2가 국내 농업기술에 초점을 맞췄다면, 시즌3는 해외에서 맹활약 중인 ‘한국 농업기술’이 핵심이다. 시즌3 부제는 ‘케이팜(K-Farm)’이다. 한류 문화를 이끌고 있는 ‘케이팝(K-Pop)’과 같이 세계의 척박한 땅에서 우리 농업기술을 전수하는 이들의 눈부신 ‘농업외교’ 성과를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라오스는 인도차이나반도 5개 국가 중 유일한 내륙국가다. 라오스 주변으로 미얀마,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이 둘러싸고 있다. 라오스는 아직도 농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러나 지리적 여건이나 농업기술의 발전이 더딘 탓에 라오스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의 원활한 유통이 쉽지 않다. 농촌진흥청은 이런 라오스의 농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이하 코피아)으로 맞춤형 기술지원을 하고 있다. 라오스가 코피아 라오스센터에 전수해주는 농업기술을 ‘기적’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지난 2016년 7월에 개소한 코피아 라오스센터는 매년 괄목할 성과를 거두는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라오스 국가 특성상 내륙 지역이다보니 그만큼 농업 의존도가 크다.


그래서 라오스 정부와 농민들은 코피아 라오스센터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고 있다. 내년이면 코피아 라오스센터는 업무협약 체결 10주년이 된다. 마침 한국과 라오스 수교 30주년까지 겹경사가 있는 해다.


올해부터 시작한 쪽파 사업은 라오스 정부에서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이다. 라오스의 쪽파 소비량이 상당한데 아직도 품종의 90% 가량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권도하 코피아 라오스센터 소장은 "채소는 라오스 농업인의 주 식량원이다. 수입원으로 라오스 정부가 농촌지역 농업인의 수익향상을 위한 최우선 순위의 작목”이라며 “특히 쪽파의 경우 약 1만4000ha의 면적에 1만6993t의 종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라오스는 약 90%의 종자가 외국으로부터 수입되고 있다.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비엔티안시 쪽파 시범마을 주민이 쪽파 사업으로 수확 중인 쪽파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라오스의 쪽파 사랑…코피아 수혈로 ‘함박웃음’


라오스에서 채소 재배면적은 최근 대폭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20년 17만900ha였던 채소 재배면적은 2022년 18만957ha로 훌쩍 뛰었다. 국내시장 수요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채소종자의 연간 소요량이 1만9828t에 달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국내 공급은 19% 수준에 불과한 3680t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81% 종자는 중국, 태국 및 베트남 등 인근 국가에서 수입으로 대체하는 실정이다.


채소 가운데 쪽파는 더 심각한 수준이다. 약 90% 종자가 외국에서 수입되고 있다. 생산성도 인근 태국의 40% 수준에 그친다. 라오스에서 쪽파 소비가 크다는 점을 볼 때 라오스 정부가 반드시 자급률을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권 소장은 “라오스에서는 채소 생산량뿐만 아니라 우수 종자(종구) 공급을 위한 재배기술, 수확 후 관리기술, 저장기술에 관한 농업인 역량배양이 시급하다”며 “높은 생산성 및 품질의 쪽파 종구 생산과 수확 후 관리기술 개발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권도하 소장과 라오스 농업관계자들이 쪽파 사업 시범마을 현장을 둘러보고 상황 설명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권 소장의 설명대로 라오스 농림부는 국가정책 아젠다인 ‘농업발전전략 2025’에 ▲식량안보 확보 및 국민 영양개선을 위한 농산물의 국내 생산 증가 및 수입 감소 ▲국가 유망품목의 가공을 통한 수출 확대를 위한 국내 농산품 생산을 포함시켰다.


코피아 라오스센터는 이 농업정책에 편승해 올해부터 쪽파 종구 개발과 생산에 착수하게 된 것이다. 특히 라오스 지역이 우기에 채소재배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채소 소비자가격이 매우 높은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다. 코피아 라오스센터가 우기의 비가림 재배를 통한 채소생산이 매우 유망하다는 분석을 제시한 이유다.


코피아 라오스센터는 우선 ‘쪽파 종구 생산과 수확 후 관리기술 개발’ 사업으로 재배적합 실증농가를 선정했다. 비엔티안시, 비엔티안 주 및 보리캄사이 주 등 3개 지역에서 각 지역별로 1개 마을을 선정하고 1개 마을당 10~20농가를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 시범농가는 우수 종구 선택, 우기 재배를 위한 열대기후 적합 비가림 시설 구축, 바이오 농약 및 비료 적용을 통한 병해충 방제 및 영양관리, 관개수 및 잡초관리 등을 교육 받았다.


또 수확 후 관리기술로 ▲쪽파 종구 건조 및 저장 등 적정관리를 위한 환경제어 및 시설유지 ▲원예연구소 및 3개 지역 시범농가 포장에서의 쪽파 생산 및 수확 후 관리 기술에 대한 시험재배를 했다.


쪽파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장결 연수생은 “쪽파 생산 및 수확 후 관리기술 적용을 통한 농가 소득증대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원예연구소와 농업인의 쪽파 재배관련 한국연수 진행과 한국 쪽파 전문가 초청을 통한 교육훈련 등 체계적인 교육으로 라오스 쪽파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막히마우 마을 주민들은 벼 패키지 사업으로 쌀 생산량 등 성과가 나오자 적극적으로 현장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파종부터 수확까지…궤도에 오른 ‘벼 패키지 사업’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38km 떨어진 빡음군 막히마우 마을(Makhiaw Village, Parknguem District)에 사는 담두안(여・76)씨는 권도하 코피아 라오스센터 소장을 만나자 마자 두 손을 덥썩 잡았다.


막히마우 마을은 코피아 라오스센터에서 추진 중인 ‘벼 패키지 사업’ 시범마을이다. 지난 2022년 사업이 시작하고부터 지금까지 코피아 라오스센터와 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담두안씨 역시 지난 2년간 코피아 라오스센터에서 진행하는 벼 패키지 사업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했다. 매년 눈에 띄는 결과물을 경험하니 권 소장이 마을에 오면 고마움이 먼저 앞선다.


코피아 라오스센터의 벼 패키지 사업은 단순히 신품종 개발이나 벼 재배법 등 단편적인 기술을 전수해주는 것이 아니다. 파종부터 수확까지 노동력을 절약하고 농가의 쌀 생산을 위해 육묘단계부터 기계화 사용을 확대하는 종합적인 솔루션이다.


이날 교육에 참여한 막히마을 최고령자 담두안 할머니(오른쪽)가 권도하 코피아 라오스센터 소장을 밝은 미소로 반겨주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사업을 시작한 2022년에는 기초자료 수집에 집중했다. 이후 지난해 생산성 6%, 농가 소득증대 5%, 도정수율 향상 5%가 각각 상승하는 성과를 냈다. 막히마우 마을이 벼 패키지 사업에 열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빡음군 일대 인근 마을의 논과 시범사업 중인 논의 비교해봐도 눈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비교가 된다. 시범사업을 하지 않는 논은 잡초와 나무 등이 방치 돼 있어 벼가 일정하게 자라지 않는다. 당연히 생산량이나 도정수율도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반면 시범사업 마을은 논이 잘 정비돼 있다. 기계화가 이뤄진 이후부터 생산성과 농가소득이 쑥쑥 오르고 있다. 코피아 라오스센터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오는 2027년까지 생산성 40%, 농가 소득증대 25%, 도정수율 향상 15% 상승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코피아 라오스센터의 이런 구상은 라오스의 주 쌀 생산지역이 저지대천수답이어서 재배기간 동안 언제든지 홍수, 한발 및 병해충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기후 변화는 매년마다 강우패턴과 강우분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논두렁을 기준으로 오른쪽이 코피아 라오스센터가 추진 중인 벼 패키지 사업 현장이다. 사진으로 보더라도 오른쪽과 왼쪽 논의 정비가 확연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왼쪽 논은 군데군데 잡초가 있어 주변 벼의 생육이 부진하다. 반면 오른쪽 시범사업 논은 일정한 생육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특히 우기의 쌀생산 위험성, 낮은 토양 비옥도로 인한 낮은 생산성, 노동력부족 등으로 농가들은 손 이앙에서 직파로 재식방법을 변경하고 있다. 이는 잡초의 피해로 인한 수확량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대봉 코피아 라오스센터 연구원은 “최근 라오스 쌀 생산에 있어 이앙기, 수확 콤바인, 건조시설 등 기계화가 도입되고 있지만 이러한 기계화는 아직 시장수요에 비해 매우 제한적”이라며 “코피아 라오스 센터는 기후저항성 쌀 우수품종의 사용을 확대하고 수확 후 손실 감소를 위해 건조기, 도정기 등 시설을 활용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소장은 “시범마을을 대상으로 종자생산자단체를 위한 종자생산기술 교육훈련 등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수확벼 인공건조기와 정선시설 설치를 완료했다. 내년까지 정선기 및 도정기 창고 건축이 이뤄지면 2027년까지 목표로 잡은 쌀 생산량과 농가 소득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0월 24일 [新농사직썰-케이팜⑫]가 이어집니다.

'新농사직썰'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