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ELS 발행액 3080억…ELB 규모 ‘역전’
불확실성에 투자 매력↑…3Q 이후 투심 개선
올해 초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하락에 급격히 위축됐던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들어 글로벌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트럼프 트레이드,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지지부진한 지수 대신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 얻을 수 있는 ELS를 다시 주목하는 분위기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지난 7일 기준) ELS 발행액은 3079억원으로 ELB 발행액 1849억원 보다 약 374억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홍콩 H지수 손실 사태 이후 추월 당했던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발행액을 다시 뛰어넘는 것으로 그동안 외면받던 ELS 투자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 우크라이나·이스라엘발 지정학적 불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AI 기대감 감소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ELS는 주가지수나 개별종목 등 기초자산 가격이 특정 기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통상 3년 만기로 발행돼 6개월이 지날 때마다 조기 상환 여부를 판단하는데 만기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 이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ELB는 ELS와 구조가 비슷하지만 조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주로 1년 만기로 발행되고 연 환산 수익률은 4~7% 수준이다.
지난 1월 ELS 발행액은 1조6000억원으로 ELB 발행액(1조4000억원)보다 많았지만 홍콩H지수 ELS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 사태 이후 지난 6월에는 1조1000억원대까지 쪼그라들었다. 반면 ELS의 대안으로 꼽혔던 ELB는 같은 기간 3조1000억원대로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중국 정부의 부양책 등으로 홍콩 H지수가 점차 상승하면서 관련 상품들이 손실 위험에서 점차 벗어남에 따라 관련 투자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한 ELS를 다시 주목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최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이에 따른 우려가 글로벌 증시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지수 대비 초과 수익이 기대되는 종목형 상품으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실제 지난 10월 발행 금액 상위 10개 기초자산에는 삼성전자·한국전력(1644억원), 엔비디아·테슬라(569억원), AMD·테슬라(261억원) 등 5개 상품이 이름을 올렸으며 나머지 5개 중 3개는 지수와 종목을 함께 담은 혼합형 기초자산이었다.
전문가들은 아직 ELS 발행 시장이 완전한 회복에 성공했다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연말 트럼프 트레이드 본격화와 금리인하 등 증시 내 변수가 많아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전환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균 삼성증권 팀장은 “올 상반기 ELS 시장이 극단적으로 위축됐으나 3분기 원금 손실 위험이 완화되면서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투자 심리가 호전되고 있다”며 “올해 3분기를 기점으로 파생결합증권시장의 회복 가능성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