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매거래량, 여름 성수기 대비 3분의 1로 ‘뚝’
매수심리 꺾여…시장에 나온 아파트 매물 9만건 수준
기준금리 2회 연속 인하에도 대출규제가 ‘발목’
한국은행이 시장 전망과 달리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서울 주택시장 분위기 반등을 꾀하긴 어려울 거란 관측이 나온다.
강화된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 여건이 녹록지 않은 데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실질적인 대출금리가 내려가길 기대하긴 어려워 한풀 꺾인 매수심리가 회복되기 쉽지 않을 거란 진단이다.
지난 28일 한은은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종전 대비 0.25%p 낮춘 연 3.00%로 조정했다. 지난달에 이어 이달까지 두 차례 베이비스텝을 단행한 것이다.
시장에선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단행하기보다 동결을 택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예상을 엎고 2회 연속 금리를 내렸다. 가계부채 관리보다 경기부양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최근 서울 주택시장은 아파트 매수세가 사그라지고 가격 상승세도 주춤한 모습이다. 통상 기준금리가 인하하면 대출금리도 내려갈 가능성이 커져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진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자금줄을 막은 탓에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하에도 주택시장에는 냉기만 감돌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실에 집계를 보면 이날 기준 시장에 나온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8만9479건으로 9만건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한 달 전(8만5932건)보다 4.1% 늘어난 수준이다.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가 본격 시행되기 이전인 8월 마지막 날(8만545건)과 비교하면 11.0% 확대됐다.
거래도 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11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9196건으로 1만건을 내다보던 것을 감안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내려앉은 셈이다.
지난달 거래량은 3665건으로 이달 말까지 아직 신고기한이 남았으나 4000건을 넘기긴 힘들어 보인다. 11월 거래량은 28일 현재 1484건 정도에 머물러 있다.
수요가 줄면서 아파트값 상승폭도 줄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4주 서울 아파트값은 일주일 전 대비 0.04% 오르며 일주일 전 대비 상승폭이 축소됐다. 올해 5월 2주(0.03%)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다음 달 2일부터는 수도권 아파트를 대상으로 디딤돌대출 한도도 줄어든다. 최대 5500만원까지 축소될 전망이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제한 금융당국과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조인 탓에 당분간 시장 분위기는 관망 장세가 유지될 거란 견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올해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나 3분기 이후 금융 정책 강화를 통해 안정성을 추구하고 있고 시중 은행권 내에서도 대출에 대한 심사를 비교적 까다롭게 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즉각적으로 시장의 매입 수요를 증가시키기에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p 완화하며 올해 기준금리는 3%로 마무리됐다”며 “수도권 주택가격이 약보합을 보이고 거래량이 크게 꺾이자 부동산시장 불안보다는 경기둔화 우려에 방점을 찍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겨울 계절적 비수기에 금융권 여신 태도도 보수적일 전망이라 2차례 걸친 연이은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주택 거래시장의 숨 고르기와 수요자 관망이 계속될 전망”이라며 “연말 주택 거래 총량은 2023년 말 수준까지 감소하고 가격흐름도 보합 또는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