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비트코인 계속 모으는 美 기업들


입력 2024.12.04 06:00 수정 2024.12.04 06:00        황지현 기자 (yellowpaper@dailian.co.kr)

美 비트코인 1·2위 보유 업체들 "더 사겠다"

인플레이션 헤지·재정 악화 우려 해소 대안 기대

가격 상승하자 "따라하는 기업 늘 것" 전망…일각선 '위험' 우려도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이 연일 신고점을 돌파하는 가운데 11월 22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시황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미국 기업, 기관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비트코인을 모으고 있다. 기존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는 기업은 빚을 내서까지 물량을 추가로 모으겠다고 하고 있고,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비트코인을 간접 보유하는 투자형태도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마라홀딩스(구 마라톤디지털)는 2일(현지시간) 각각 15억 달러(2조1054억원), 7억 달러(9825억원) 상당 비트코인 추가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단일 기업 기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고, 마라홀딩스는 미국 최대 가상자산 채굴 기업으로 이미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 중이다.


두 기업이 비트코인 매입에 동원하는 방법은 일종의 '빚투'다. 자신들의 자산이나 주식을 담보로 전환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모은 뒤 이 자금으로 비트코인을 사는 것이다. 특히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경우 이 방법으로 올해만 비트코인 보유량을 21만2100개 늘려 현재 40만2100개를 보유 중이다. 현재 가치로 약 386억 달러(약 54조원) 규모다. 마라홀딩스도 매달 500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있으며, 채굴한 물량 대부분을 팔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 마라홀딩스의 보유량은 올해 1만9053개 늘어났으며, 현재 3만4974개(33억6000만 달러·약 4조7000억원)를 보유 중이다.


미국 기관들이 비트코인 보유량을 늘리고 있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다. 비트코인이 달러를 비롯한 법정화폐 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브래드 벡텔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 외환 책임자는 비트코인이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기 전인 지난 4월 "금의 상승 요인 중 하나는 법정화폐 가치 하락 우려였고, 비트코인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마이클 하트넷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도 "금과 비트코인의 상승은 미국 정부의 부채 급증과 재정 악화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에 따라 기존 가상자산에 회의적이던 전통금융사도 과거와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운용자산 1경5000조원의 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는 지난 10월 컨퍼런스 콜에서 "우리는 비트코인이 그 자체로 하나의 자산클래스라고 믿는다"며 "비트코인은 금과 같은 원자재의 대안이다. 가상자산 업계는 규제가 문제라기보다는 유동성, 투명성 문제가 있지만 분석과 데이터가 축적되며 시장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최대 가상자산 ETF인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 개수는 3일 기준 49만6854개(약 477억 달러·약 67조원)다. 블랙록 홈페이지 갈무리.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는 지난 1월 출시됐음에도 9월 30일 기준 약 700여곳 기관이 투자 중인 것으로 앞서 집계됐다. 전 세계 최대 가상자산 ETF인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 개수는 3일 기준 49만6854개(약 477억 달러·약 67조원)다. 이외 미국 교직원연기금, 미시간주 연기금 등도 3분기 가상자산 현물 ETF를 보유 중인 것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했다. 세계 각국을 막론하고 연기금은 보수적인 자산운용 주체로 꼽힌다.


다수 기업들이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마라홀딩스와 같은 비트코인 매입 방법을 차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대기업 핵심 사업부의 경우 지속적 사업에 현금을 쓰는 만큼 비트코인과 같은 자산은 부수적으로 취급할 가능성이 크지만, 핵심 사업이 약화되고 있지만 잉여 현금이 있는 중소기업들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매입 전략을 채택할 수 있다"며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지난 4년 동안 같은 방법을 통해 놀라운 실적(주가 상승 등)을 거뒀고, 가상자산 시장 하락세에서도 같은 전략을 고수하는 것을 보고 전략을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반자이 인터내셔널, SOS 리미티드 등 여러 나스닥 상장사들도 비트코인을 자사 준비 자산에 편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빚투'까지 활용한 비트코인 매입이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한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을 매입한다고 발표한 뒤 비트코인 가격과 자사 주가를 끌어올리고, 이를 추가 자금 조달의 원천으로 삼고 있다"며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전략 모델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조금만 하락하더라도 이를 겨냥한 공매도 공격이나 미상환 대출의 주식 전환을 통한 주가 하락 등이 나타날 수 있고, 가상자산 시장에도 파급력이 상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황지현 기자 (yellowpape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