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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늦은 밸류업 지수 재정비...신뢰도 회복 ‘첩첩산중’


입력 2024.12.18 07:00 수정 2024.12.18 07:00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종목 적정성 논란에 특별 변경...KB금융 등 뒤늦은 합류

추가 편입 발표에도 지수 내리막...계엄 사태 이후 2% 하락

선정 기준·정책 의구심에 외인 순매도 상위 ‘은행주’ 포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전경.ⓒ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가 ‘고무줄 선정 기준’으로 논란을 샀던 밸류업 지수의 재정비를 통해 국내 자본시장의 핵심 정책인 밸류업 불씨 살리기에 나섰다. 하지만 밸류업 지수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지수 및 국내 시장에 대한 신뢰도 회복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지난 16일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특별 편입될 5개 종목(KB금융·하나금융지주·현대모비스·SK텔레콤·KT)을 공개했지만 이미 금융·통신주의 추가 편입이 예상됐던 만큼 반응은 미온적이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 9월 24일 100종목을 선정해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18일에는 예정에 없던 연내 특별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거래소가 밸류업 지수 공개 이후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특별 편입에 나선 이유는 구성 종목 선정 기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진 탓이다.


당시 금융·통신주 등 저평가된 고배당 종목이 제외되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이미 고평가된 종목들이나 주주가치를 오히려 훼손했다는 평가를 받는 업체들이 포함되면서 지수의 실효성·당위성 논란이 확산됐다. 결국 거래소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내년 6월 정기 구성종목 변경에 앞서 연말 지수 재정비를 결정했다.


그러나 밸류업에 역행하는 기업들을 걸러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거래소가 편출 없는 특별 편입만 진행해 기습 유상증자 등 문제를 일으킨 특정 종목들이 지수에 그대로 남았다. ‘밸류다운’ 종목들이 밸류업 지수와 연계 ETF에 담겨 운용되면서 지수의 당초 취지와 괴리감을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밸류업 지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만큼 제도 안착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야심차게 밸류업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기업들의 공시 참여 부진과 구성 종목 논란으로 밸류업의 방향성이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 및 국회의 탄핵 소추안 가결로 밸류업 정책 신뢰성이 더 큰 타격을 입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8월 11일 서울 여의도 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간담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한국거래소

실제 밸류업 지수는 계엄 사태 이후(12월 4~17일) 2.08%(985.25→964.72) 떨어지며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의 하락률 1.74%(2500.10→2456.81)을 상회했다. 특별 편입 종목을 발표한 뒤 첫 거래일인 17일에도 밸류업 지수는 0.59% 내렸고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도 각각 0.24%, 1.02%씩 떨어지며 주가 반등 효과를 보지 못했다.


밸류업 지수의 하락은 밸류업의 수혜 업종이면서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금융주에 매도세가 집중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계엄 사태 이후(12월4~17일)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주식을 2조4890억원어치 순매도했는데 이 기간 순매도 상위 종목에 KB금융(2위·4590억원)과 신한지주(4위·1954억원), 하나금융지주(7위·913억원) 등이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종목의 순매도액을 합친 금액은 7457억원에 달한다. 외국인들은 이날도 KB금융(104억원)과 하나금융지주(166억원) 주식을 팔아치우며 순매도 기조를 보였다.


업계에선 밸류업 지수가 실질적으로 안착하려면 지수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구성 종목 편출입 논란으로 지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데다 정책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당분간 외국인 자금 유입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다시 후퇴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지만 은행주 수급의 키를 쥔 외국인들이 여전히 밸류업 정책 신뢰도에 상당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려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투자심리 개선이 좀처럼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밸류업 ETF 12개의 평균 수익률도 마이너스(-) 2.06%를 기록했다. 밸류업 ETF는 지난 4일 국내 증시에 일제히 상장했으나 해당 지수의 약세에 따라 부진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거래소를 비롯한 증권 유관기관들은 5000억원 규모의 밸류업 펀드 조성을 통해 밸류업 지수 ETF와 구성 종목, 밸류업 공시 종목 투자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는 공적 연기금의 벤치마크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지수의 개선은 필요한 과제”라며 “이번에 기존 종목 편출 없이 편입만 진행돼 직접적인 수급 영향은 낮겠지만 특별 편입으로 액티브 자금의 관심은 유입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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