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인하 제동 전망·美 법무부 압수 물량 매도 가능성
시장 유동성 역할 하는 스테이블코인 공급도 빨간불
일각서는 "큰손 투자자들은 매수 중" 분석도
비트코인이 미국발 악재에 하루 만에 약세 전환했다. 미국 경제지표 호조에 따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지연 전망과 함께, 미국 법무부가 다크웹에서 압수한 물량이 시장에 그대로 매도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예상된다.
9일 12시 40분 기준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2.49% 하락한 9만4294 달러(업비트 기준 1억40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8일 자정께 10만 달러를 이탈한 뒤 9일 새벽에는 9만200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17일 신고가(10만8000 달러)를 돌파한 지 약 20일 만에 약 13% 하락한 셈이다.
이번 비트코인 하락은 미국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 등 거시경제 요인 때문으로 예상된다. 미국 블록체인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연준의 매파적 입장, 미국 장기 국채 수익률 급등, 인플레이션 수치 고착화, 미국 정부 셧다운 가능성 등으로 위험자산에 거시적 역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8일 자정(한국시간) 발표된 미국 12월 ISM 비제조업구매자지수 등 미국 경제 데이터가 호조를 보였고, 투자자들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겟의 리서치 애널리스트 라이언 리도 "최근 비트코인 조정은 미국 경제 지표 호조에 따른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원인"이라며 "긴축 통화정책 신호에 따라 시장 조정이 더 강하게 발생했으며, 향후 수 주 동안 가상자산 시장과 거시경제 지표 간 상관관계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은 미국 내 물가,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해 금리를 결정한다.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인 경우 당초 예고했던 금리 인하 기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주식·가상자산 등 위험자산의 경우 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 유동성 증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 지난 8일 경제지표 발표 이후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699%까지 치솟았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국채의 수익률이 상승하면 일반적으로 주식, 가상자산 등 위험자산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간다.
이외 9일 오전 추가로 나타난 하락도 미국발 악재와 연관돼있다. 이날 복수 외신에 따르면, 미국 법원은 지난해 12월 30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가 2020년 11월 다크웹 실크로드(Silkroad)에서 압수해 보유 중인 비트코인 6만9370개(65억 달러·약 9조4731억원)를 매각하는 것을 허가했다. 현재 실크로드로부터 압수된 물량은 법무부 산하 연방보안청(USMS)이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뒤 비트코인은 9만5000 달러 선도 이탈했다.
가상자산 시장 내 유동성 역할을 하는 스테이블코인 공급 상황도 빨간불이다. 가상자산 애널리스트 다크포스트(Darkfost)는 국내 블록체인 업체 크립토퀀트에 전한 기고문을 통해 "지난해 12월 초 바이낸스에서 기록적인 스테이블코인 유입세(130억 달러)가 발생했으나 12월 중순부터 지금까지는 오히려 스테이블코인 유출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 반전은 지난해 5월 비트코인 가격 급락 직전에 마지막으로 관찰됐는데 현재 투자자들이 신중한 태도로 시장을 관망하고 있으며 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번 비트코인 가격 조정을 틈타 '큰 손' 투자자들이 매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가상자산 애널리스트 카우이코노미(caueconomy)는 "비트코인을 1000개에서 1만개 보유하고 있는 대형 투자자들은 지난 30일 동안 비트코인 3만4000개(32억3000만 달러 상당·약 4조7067억원)를 매수했다"며 "현재 개인 투자자의 비트코인 수요는 5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지만, 대형 투자자들은 지속적으로 물량을 축적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