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중계권료 균등 배분 정책 수년간 이어져
모든 구단들이 자금력 갖추며 전력 상향 평준화
10년 넘게 유지되어오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빅6’ 체제가 종식을 고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러시아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첼시 구단주가 되며 ‘빅4’ 시대를 열었던 EPL은 전 세계 자본이 쏠리기 시작했고, 2009년 UAE 왕족 셰이크 만수르가 맨체스터 시티를 인수한 뒤 ‘빅6’로 확대된 6강 체제를 이어갔다.
‘빅6’의 위엄은 대단했다. 2009-10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15년간 맨시티(8회 우승), 첼시(3회), 맨유(2회), 리버풀(1회) 등 4개 팀이 우승을 나눠가졌고, 빅6 외 우승은 기적적인 시즌을 보낸 2015-16시즌 레스터 시티가 유일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걸려있는 4위 이내 순위도 ‘빅6’ 구단들의 싸움이었다. 지난 15시즌간 ‘빅6’ 외 팀들이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가져간 경우는 레스터 시티 외에 2022-23시즌 뉴캐슬(4위), 2023-24시즌 아스톤 빌라(4위)뿐이다.
뉴캐슬과 아스톤 빌라의 사례에서 보듯 이미 최근 들어 ‘빅6’ 체제는 서서히 균열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리고 올 시즌 4연패를 이어오던 ‘절대 1강’ 맨시티의 추락과 10위권 밖으로 밀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의 부진이 동시에 발생하며 견고했던 ‘빅6’의 아성이 깨진 모습이다.
팀들의 전력이 상향평준화가 된 이유는 사우디 자본을 등에 업은 뉴캐슬과 같은 팀의 등장도 있지만, 대부분의 팀들이 자금 걱정 없이 선수 영입에 적극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금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역시나 중계권료 배분 정책에 있다. 프리미어리그는 특정 팀들의 독주를 막기 위해 일찌감치 중계권료를 균등 배분하는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중계권료에 대해 뚜렷하게 공개하지 않았으나, 알려진 바에 따르면 연간 약 3조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영국 내 중계권료에 대해서는 전체 금액의 50%를 20개 클럽에 균등 배분하고 25%는 중계 경기 수에 따라 배분, 그리고 나머지 25%는 최종 순위에 따라 차등 배분한다. 순위별 차등 지급만 해오던 다른 리그와 확연하게 다른 점이다.
글로벌(해외) 중계권료 또한 2019-20시즌부터 새 규칙 적용해 고루 나눠가질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즉, 우승팀의 경우 약 2800억원을 받고, 하위팀 또한 약 1650억원 정도를 수령할 수 있어 구단 재정에 매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리고 구단들은 막대한 돈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선수 영입 및 구단 인프라 확충, 팬 서비스 강화에 나섰고,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의도한 대로 자금의 선순환, 전력의 평준화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