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적 사퇴 압박에도 축구인들은 정몽규 현 회장에게 표를 몰아줬다.
정몽규 회장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다목적 회의실에서 실시된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156표를 얻었다. 선거인단 192명 중 183명이 투표에 참가(투표율 95.3%)한 가운데 유효표 중 85.7%의 득표율을 찍었다.
이번 선거인단은 전국 시도축구협회장과 K리그1 대표이사, 전국연맹 회장 등 대의원, 그리고 추첨을 통해 결정된 선수·지도자·심판 등 축구인으로 구성됐다.
정 회장은 지난 2013년 축구협회장에 취임해 첫 임기를 시작했다. 이후 2016·2021년 선거에서 당선돼 지난해 3선 임기를 마쳤고, 이번 당선으로 4연임에 성공했다.
당선 확정 뒤 “이번 겨울은 유난히 길었다”고 말한 정 회장은 “축구인들의 많은 참여에 감사하다. 지역과 분야별로 많은 지지를 해주셨다. 커다란 책임을 느낀다. 공약들 하나하나 철저히 지켜나가겠다”며 “신문선-허정무 후보님께도 감사드린다. 앞으로 조언도 많이 듣고 더 열심히 잘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당선 확정 뒤 신 후보와는 악수를 나눴지만, 허 후보는 자리를 떠난 상태였다.
숱한 논란 속에도 4연임에 성공한 정몽규 회장의 임기는 당선 시점부터 2029년 정관이 정하는 정기총회까지다.
정몽규 회장과 경쟁했던 허정무 후보와 신문선 후보는 각각 15표, 11표에 그쳤다. 두 후보의 득표율은 15%에도 미치지 못했다.
신 후보는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재벌 회장 시대를 끝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도전하게 됐다. 정 회장이 낙선된다면 개혁과 변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후보는 "공정하고 투명한 축구협회를 만들어 한국 축구가 세계로 나갈 기초를 만들겠다. 바꿀 것은 바꾸고 키울 것은 키워서 협회다운 협회, 축구다운 축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 회장을 넘지 못했다. 지난달 대한체육회 선거에서 이기흥 회장이 3연임에 실패하고, 유승민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을 지켜봤던 축구 관계자들은 “‘어차피 정몽규’라는 말에는 공감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의 압승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토론회에 나서지 않고 전국을 순회하며 선거인단과 소통하고 접촉했던 것이 예상 밖 압승을 이끈 요인 중 하나”라고 평가한다.
정책 토론회가 무산되면서 기회를 잃은 허 후보나 신 후보는 정 회장을 압도할 만한 구도를 형성하지 못했다. 합리적이면서도 파격적인 대안을 내놓아 판도를 흔들어야 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그런 흐름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유승민 후보는 세대교체론을 앞세워 이변을 일으켰지만, 정 회장 보다 나이가 많은 허 후보나 신 후보는 그럴 위치도 아니었다. 그런 구도에서 뇌리에 꽂힐 만한 강력한 무언가가 없다보니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으로 보인다.
선거 제도나 방식에 대한 비판 등도 반드시 필요했지만, 생각을 바꿔놓을 만한 대안을 제시한다기보다 정 회장을 향한 과한 ‘네거티브’로 느껴질 수도 있었다. 네거티브는 선거전략상 필요한 부분이지만, 이것이 일부가 되어야 하는데 너무 큰 비중으로 느껴졌다는 반응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신 후보와 허 후보는 정 회장의 견고한 아성을 깨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