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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60일 국정공백 리스크…수출 신뢰 ‘시험대’


입력 2025.04.09 13:10 수정 2025.04.09 13:11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리더십 공백에 멈춘 외교 채널...방한 일정 줄연기

컨트롤타워 부재 속 장기계약 이행에도 차질 우려

외교력 연속성·정책 방향성 관건...“수출 골든타임”

폴란드 바르샤바 대통령궁에 태극기와 폴란드 국기가 걸려있는 모습(자료사진) ⓒ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60일간의 국정 공백이 불가피해지면서 방위산업 수출이 신뢰의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 간 거래(G2G) 구조를 기반으로 하는 방산 수출 특성상 정상급 외교와 정책 연속성은 방산 산업의 필수 조건이다. 외교·국방 리더십의 공백 속에 당분간 주요 수출 협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산 수출이 성과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국 혼란이 업계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모두 공석인 상황에서 주요 수출 대상국과의 고위급 외교 채널은 사실상 멈춰 선 상태다.


실제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이후 수출 대상국 군 고위 인사들의 방한 일정이 연이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올해 초 인도·태평양 순방 일정에서 한국을 제외했고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의 방한 일정도 무산됐다. 지난해 말 체결이 유력했던 현대로템의 폴란드 K2 전차 2차 계약 역시 정치 상황의 영향을 받아 미뤄졌다.


방산 수출은 계약 구조상 국가 간 신뢰와 외교 채널의 일관성이 요구된다. 폴란드는 지난 2022년 K2 전차와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약 64조원 규모의 총괄 계약을 체결한 이후 이행 계약을 단계적으로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 방위사업청이 고위급 외교를 통해 신뢰 기반을 쌓아왔다.


하지만 외교력이 약화되면 후속 계약 추진에 난항이 뒤따르게 된다. 다수의 계약은 수년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로 구성됐고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 등 복합 조건이 포함돼 있다. 외교 전략의 단절이 사업 일정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공급하는 차체 구성품으로 폴란드 현지 생산한 크라프 자주포의 모습.ⓒ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에 정부는 실무 차원의 대응을 지속하고 있다. 방사청은 지난 1월부터 루마니아, 스웨덴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및 유럽연합(EU) 국가를 순차적으로 방문해 방산 협력 채널을 유지해왔으며 지난달에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방사청 대표단과 함께 폴란드를 방문해 고위급 회담을 열었다.


이 같은 노력에 일부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폴란드 국영 방산기업 HSW와 4026억원 규모의 자주포 부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호주와 사우디아라비아, 루마니아 등 주요국과 국내 방산 업체들의 실무 접촉도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업계는 조기 대선 전까지 약 60일간 이어질 컨트롤타워 공백이 수출 일정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전력화 일정과 조달 예산이 연계된 계약 특성상 정부의 정책 방향이 조기에 제시되지 않을 경우 전체 프로젝트의 이행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국내 4대 방산업체(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KAI)는 총 22조5337억원의 매출과 2조652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업계는 올해 영업이익 3조원 돌파를 예상하고 있지만 정권 교체기라는 불안 요인에 더해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방침이 발표되며 글로벌 통상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산업계는 관세 측면에선 비교적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방산 기업은 미국향 수출 비중이 낮고 수출 구조가 유럽 중심이란 점에서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다. 다만 외교 공백이 길어지는 만큼 방산 수출의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가 이번 국정 공백기를 ‘수출 신뢰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는 이유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이나 가격보다 신뢰가 성패를 좌우하는 분야가 방산”이라며 “차기 정부가 외교·안보 컨트롤타워를 조속히 복원하고 일관된 수출 전략을 이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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