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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신은 ‘롯데 우승’ 바라지 않는다?


입력 2012.11.20 09:22 수정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2년새 차포상마 빠져 줄어든 전력

'우승'만 원하는 프런트 조바심

최근 2년간 롯데에서 빠져나간 핵심 자원. 이대호(왼쪽부터)-홍성흔-김주찬-이승호.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프로야구의 강자로 떠오른 롯데. 하지만 1992년 통산 두 번째 우승 이후 20년째 이어지고 있는 무관의 아쉬움은 올해도 달래지 못했다.

그렇다고 구단 측이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2008년, 사상 첫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며 체질 개선에 성공한 롯데는 FA 시장에서도 큰손으로 군림했다. 2009년 지명타자 홍성흔 영입해 타선을 보강했고, 올 시즌에는 정대현과 이승호를 데려오며 불펜의 약점을 보완했다.

팀 전력이 갖춰지던 사이, 지난해 부임한 양승호 전 감독은 강점의 극대화보다는 약점의 최소화를 강조하며 롯데가 우승에 한 발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구단 측이 원한 것은 단 하나, 바로 우승 가능성이 아닌 우승 두 글자였다. 그리고 챔피언을 향한 타는 목마름은 양승호 감독의 퇴진과 김시진 감독의 부임으로 이어졌다.

김시진 감독이 제 15대 감독으로 부임한 롯데의 내년 시즌은 과연 성공적일 수 있을까.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현재 프로야구 9개 구단(NC 포함) 가운데 ‘우승’이라는 단어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팀은 삼성과 SK뿐이다. 두 팀은 최근 8년간 무려 7차례의 우승(삼성 4회, SK 3회)을 양분할 정도로 2010년대 프로야구를 주름잡고 있다.

따라서 롯데가 삼성-SK를 깨기 위해서는 이들 구단들의 행보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두 팀 모두 적극적인 투자와 인내심을 바탕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른, 우승 도전의 교과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삼성은 2000년대 초중반, FA 시장에 거액의 돈을 뿌리며 특급 선수들을 싹쓸이했다. 이 과정에서 양준혁과 심정수, 박진만이 삼성 유니폼을 입었고, 팀 내 FA였던 김한수에게도 좋은 대우로 재계약을 맺었다. 이들을 바탕으로 삼성은 2005년과 2006년 2연패를 일궜다.

이후 선동열 전 감독은 “더 이상의 FA영입은 없다”고 못 박으며, 유망주 육성에 힘을 기울였다. 그로부터 4년간 삼성은 우승과 멀어졌지만, 수많은 새 얼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최형우와 안지만, 박석민, 김상수, 배영섭 등은 세대교체와 맞물려 삼성의 주전 자리를 꿰찬 선수들이다. 또한 유일한 약점이던 좌완 선발 요원은 장원삼을 현금트레이드로 영입하며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리빌딩에 성공한 삼성은 현재 2년 연속 우승을 거두고 있다.

반면, SK는 삼성과 정반대 행보를 거쳤다. 구단 역사가 짧고 선수층이 풍부하지 않았던 SK는 당장의 성적보다는 먼 미래를 내다봤다. 조범현 전 감독은 SK에서의 4년간 전력다지기에 주력했고, 정근우 등 유망주들의 기량이 꽃피기 시작했다. 구단 측 역시 2000년대 초중반 박경완과 박재홍, 김재현 등을 영입하며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야신’ 김성근 전 감독이 부임한 2007년, SK는 왕조의 시작을 알렸다. 김 전 감독은 ‘이기는 야구’를 표방하며 팀 전력을 극대화시켰고, 적재적소에 배치된 선수들은 잘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빈틈없이 돌아갔다. 구단 프런트도 우승 보너스를 두둑하게 주는 것은 물론 재계약에서도 별다른 잡음 없이 선수들을 만족시켜줬다.

2008시즌 이후 롯데 이적리스트.

하지만 롯데는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투자로 스토브리그만 되면 비난의 집중포화를 받기 일쑤다. 선수들과의 연봉협상은 매년 매끄럽게 넘어간 적이 없으며, 이 과정에서 이대호와 이정훈 등 적지 않은 선수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했다.

인내심이 부족한 프런트의 조바심도 마찬가지다. 롯데의 장병수 대표는 지난해 신년사에서 "20년간 우승하지 못하면 프로구단의 존재 이유가 없다"며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부담의 굴레를 씌웠다. 지난해 부임 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우승’을 언급했던 양승호 감독이 플레이오프가 끝나자마자 물러난 원인도 이 때문이다.

어쩌면 야구의 신은 롯데의 우승을 바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롯데는 우승 재도전을 위해 야심차게 김시진 감독을 영입했고, 팀 내 FA 3인방을 모두 잡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현실은 롯데의 바람과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일단 강영식은 FA 신청을 포기해 잔류시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시즌 초 FA로 영입한 이승호를 20인 보호명단에서 제외하는 바람에 NC 다이노스에 빼앗기고 말았다. 비록 올 시즌 부진에 빠졌고 팀 내 유망주를 지켜야한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계약기간을 3년이나 남겨 둔 FA를 조기에 폐기처분한 결정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이승호는 롯데에 반드시 필요한, 우승을 세 차례나 경험한 좌완 롱릴리프 자원이었다.

김주찬, 홍성흔 잔류도 하필이면 과열된 시장 상황과 맞물려 꼬이고 말았다. 협상 테이블이 펼쳐지기 전, 롯데는 이들을 붙잡되 상식적인 수준에서 제시한다고 밝혔다. 롯데 구단 측은 김주찬에게 4년간 44억원(보장 40억원, 옵션4억원)을, 홍성흔에게는 3년간 25억원을 내밀었다. 두 선수의 부상전력과 노쇠화 등을 감안하면 롯데팬들도 납득할만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김주찬은 더 많은 금액을 원했고, 홍성흔은 계약기간을 보장받고 싶었다. 결국 양 측은 결별 수순을 밟았다. 돈을 두고 벌이는 협상에서 정답은 없다. 그저 구단과 선수 간의 합의에 의해 도장 찍는 금액이 정답일 뿐이다. 결국 롯데가 이들을 반드시 잡으려 했다면 상식을 파괴하는 조건을 내밀었어야 했다.

앞서 롯데는 구단 역사상 최고의 타자였던 이대호가 FA 자격을 얻자 역대 최고액인 100억원을 제시했다. 물론 이대호는 금액과 상관없이 더 큰 무대로의 도전을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대호의 의지를 꺾을만한 파격적인 금액을 제시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상식을 지킨 롯데는 몸값 거품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았다는 위안을 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장전해 놓은 실탄은 써보지도 못하고 빈손이 되고 말았다. 핵심타자 2명이 빠져나가 전력의 치명타를 입게 된 가운데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롯데가 이들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가 벌써부터 고민이다.

올 시즌 양승호 전 감독은 이대호 이적과 장원준의 군 입대로 차포가 빠진 전력을 받아들었다. 김시진 감독은 차포에 상마까지 잃은 상황이다. 삼성과 SK의 벽은 여전히 높기만 한데 롯데의 전력은 자꾸만 줄어들고 있다. 이러다간 우승이라는 목표는 그저 공염불일 가능성이 큰 롯데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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