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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담 "박근혜 출산그림? 미학 소재" 주장


입력 2012.11.20 10:57 수정         김현 기자

강은희 "짧게 만평으로 그렸으면 넘어갈 수도 있지만 이 그림은..." 반박

민중화가 홍성담씨와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20일 홍씨가 최근 전시한 이른바 ‘박근혜 출산’ 그림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홍씨는 지난 10일부터 서울 평화박물관에 박 후보가 수술대 위에서 다리를 벌린 채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닮은 아이를 낳은 뒤 환하게 웃고 있는 장면을 그린 유화 ‘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라는 작품을 전시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홍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박 후보의 출산설에 착안한 그림”이라고 말했었다.

화가 홍성담 씨가 그린 ‘골든타임- 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 ⓒ평화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홍성담 "박근혜에 대한 충성경쟁에서 문제 일어나"

홍씨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출산 장면을 그리는 것은 고대의 벽화부터 시작해 현대미술에서도 자주 아기의 머리가 빠져나오는 출산장면을 그대로 그리고 있다”며 “이것은 하나의 미학의 소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전통 탈춤에서도 새각시가 출산하는 장면을 재미있게 그리고, 판소리에서도 성 유린장면이나 출산 장면을 이야기하면서 당시 부조리한 사회상에 대한 풍자와 조소, 야유를 던진다”고 강조했다.

홍씨는 이 작품을 그린 이유에 대해 “정치인은 연예인과 다르다. 그래서 연예인을 지지하는 사람과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이 다르다”고 전제한 뒤 “현실정치인에게 광적 지지는 오히려 병폐를 낳는다. 노무현 정권 때 그런 광적 지지현상이 얼마나 큰 병폐를 낳았는지 기억하고 있지 않느냐”며 “그런데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 중 일부가 지지대상인 박 후보를 신격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런 것은 앞으로 대단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신격화라는 건 절대명령에 절대복종이고, 지지자의 자기주체 의식이 상실된 상태”라며 “이것은 곧 향후 파시즘과 독재의 근본 바탕이 된다. 그런 위험성을 간단한 풍자그림으로 한번 비판을 해봐야 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홍씨는 ‘박 후보가 신이 아닌 인간이라는 의미로 그린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신이 아기를 낳는 법은 없다. 인간만의 성스러운 출산 과정을 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 후보가 아이를 들고 있는 모습 등의 수준으로는 풍자가 안 되는 것이냐’는 물음엔 “제 생각에선 박 후보가 마리아가 아니지 않느냐. 이를 테면 (박 후보가) 아기를 가슴에 안고 있다거나 이런 건 풍자에서 너무 벗어난 것”이라면서 “원래 풍자의 미학은 비꼬고, 꼬집고, 야유하고 물어뜯는 준거틀이 있는데 이걸 무시하고 얼마든지 더 징그럽게 그리거나 난잡하게 그릴 수 있다. 그래도 사실은 풍자의 미학으로써 존중해줘야 한다”고 항변했다.

그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예술가가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그렸어도 일단 이것이 전시장에 발표가 되면 보는 사람들은 예술로서 봐야 되고, 미학적 판단기준을 확실히 갖고 분석을 해줘야 된다”면서 “이걸 자꾸만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고 폄하를 하면 모든 예술가들이 속상하다”고 했다.

홍씨는 새누리당에서 반발하는 데 대해 “어릴 때부터 산전수전을 겪은 박 후보는 오히려 태연하고 담담할 것인데, 주변 사람들이 충성경쟁을 벌이다 보니까 이렇게 문제가 일어난 것”이라며 “대한민국 모든 여성들이 분만대 위에 올라간다. 분만대 위에 올라가 출산하는 성스러운 과정을 자꾸 비하한다고 하는 건 자기들 스스로가 성스러운 행위를 비하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러면서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력을 하나씩 던져주는 뼈다귀를 주워먹겠다고 저렇게 충성경쟁을 벌이는 사람들을 한 번 또 그려서 국민 여러분들에게 보여줄 준비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홍씨는 새누리당에서 법적 조치를 강구한다고 밝힌 데 대해 “내 주변 변호사들 조력 없이 혼자 싸워도 표현의 자유를 지킬 수 있다”면서 “만일 법적대응을 해서 표현의 자유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국적포기소송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희 "박근혜 후보에 대한 강한 비난 메시지"

이에 대해 강 의원은 “그림을 처음 봤을 때 굉장히 충격적이었다”고 평을 한 뒤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생각하는 출산에 대한 느낌은 오랜 산고 끝에 생명을 세상에 보냈다는 환희와 여성으로서 느끼는 뿌듯함인데, 이 그림에선 그런 느낌을 전혀 연상을 할 수가 없다”면서 “모욕감, 여성비하적 느낌들을 굉장히 크게 받았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예전 우리 민화들도 여성의 적나라한 부분, 신체를 노출해서도 풍자를 했는데, 그런 그림을 보면 ‘재미있다’, ‘이런 부분을 희화화했구나’는 느낌으로 그친다”면서 “그러나 이것은 너무나 강렬하게 정치적인 의도가 대변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으로서 제가 가장 숭고하다고 생각하는 출산에 대해 정치화하고 희화화하는 부분에 대해선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어떤 여성에게 물어봐도 이 그림을 보고 만평 수준으로, 일반 민화 수준의 풍자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없을 것이다. 특히 여성이라면 더더욱 이런 부분에 대해 호의적인 느낌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법적 대응 여부에 대해 “그 부분은 당 차원에서 진행을 해야 될 부분”이라며 “(다만) 아주 명백하게 정해져 있거나 그렇지는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앙선관위가 ‘선거법 위반은 아니다’라고 발표한 데 대해선 “선관위는 그런 발표를 할 수도 있겠지만, 제 개인적인 의견은 좀 다른 부분”이라면서 “(이 그림은) 그림을 통해 상대방 후보를 강한 메시지로 비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인으로서 웃고 넘어갈 순 없느냐’는 질문에 “제가 짧게 만평으로 그렸으면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이 그림이 내포하고자 하는 의미들이 너무나 많다”면서 “정말 낭설로 떠돌아다니는 여러 가지 내용들을 이 그림에 다 담아놨다”고 문제삼았다.

강 의원은 홍씨가 ‘표현의 자유가 지켜지지 않으면 국적포기소송을 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선 “예전 저항시인, 저항그림 등은 우리 사회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대선을 한 달여 남겨둔 정권교체기에 이런 부분을 그림으로 그리고 전시했다. 특히 전시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아니라 굉장한 속도로 유포가 되고 있지 않느냐. 이런 부분의 파장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지적했다.

김현 기자 (hyun1027@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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