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무등아이돌…KIA판 스탁턴·말론?
KIA 입단 후 매년 멈추지 않는 성장세
내야 수비 물론 공격에서도 중추적 역할
김선빈(23)과 안치홍(22)은 KIA 타이거즈가 자랑하는 젊은 키스톤 콤비다.
이범호, 김주찬, 최희섭, 김상현, 이용규, 김원섭 등과 달리 KIA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성장 과정을 밟은 케이스다. KIA로 팀명이 바뀐 이후 제대로 된 타자들을 배출하지 못한 타이거즈 입장에서는 그만큼 각별한 존재다.
팬들 사이에서 '무등 아이돌'로 불리는 이들은 승부처에서 해결사 역할은 물론 루상에서는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로 팀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한 살 터울인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기량이 성장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도 김선빈(타율 0.281, 55타점, 63득점, 30도루)과 안치홍(타율 0.288, 64타점, 60득점, 20도루)의 성적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빼어났다.
이들에 대한 KIA팬들의 기대와 애정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을 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명콤비로 불리는 존 스탁턴(1962년생)과 칼 말론(1963년생)에 비교하기도 한다. 1990년대 NBA(미 프로농구)를 풍미했던 스탁턴-말론 콤비는 무게추가 살짝 기울 수밖에 없었던 대다수 콤비들과 달리 각자의 영역에서 전설적인 기록들을 쏟아냈다.
소속팀 유타 재즈를 항상 상위권에 머물게 한 것은 물론 국가대표로도 같이 활약하며 '영혼의 파트너'로 명성을 떨쳤다. 비록 마이클 조던이 이끄는 시카고 불스라는 큰 산에 가로막혀 우승의 영광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스탁턴 하면 말론, 말론 하면 스탁턴을 떠올린다.
굳이 비교하자면 김선빈은 스탁턴, 안치홍은 말론과 닮았다.
곤자가대를 졸업하고 1984년 1라운드 16순위로 유타 재즈 유니폼을 입을 당시만 해도 스탁턴이 전설적인 선수가 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명문대 출신의 스타급 플레이어도 아니거니와 왜소한 체격(185cm79kg)에 운동능력마저 뛰어나지 않은 평범한 외모의 백인 포인트가드는 누가 봐도 썩 미덥지 않았다. 특유의 센스를 인정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 정도만으로는 NBA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스탁턴은 겉모습과 달리 엄청난 노력파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열정을 갖춘 선수였다. 일대일로는 사이즈-운동능력을 겸비한 흑인 1번들에게 다소 고전하기도 했지만 적재적소에서 동료들을 활용하는 능력과 조금의 빈틈도 놓치지 않는 고도의 집중력을 바탕으로 NBA 역사상 최다 어시스트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스탁턴이 그랬듯 김선빈 역시 지명 당시에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팬들의 성화로 지명됐다는 말이 들릴 만큼 내내 과소평가를 받았다. 뛰어난 센스와 빠른 발-강한 어깨를 갖춘 출중한 내야수였음에도 프로야구 최단신(164㎝)이라는 신체적 약점만 연일 이슈가 될 뿐이었다.
김선빈에 대한 과소평가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나이를 떠나 공수에서 거둔 성적을 토대로 봤을 때 그보다 나은 유격수는 강정호(넥센) 정도뿐이다. 하지만 여전히 주변에서는 "불안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유격수로서 3할-30도루를 꾸준하게 기록할 수준까지 성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칼 말론은 NBA역사상 가장 꾸준했던 파워포워드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기복 없는 플레이가 강점이었던 그는 전성기 20득점 이상과 10개 이상의 리바운드를 매 경기당 기록했다. 골밑에서의 파워풀한 플레이는 물론 안정적인 슈팅력까지 갖췄다.
안치홍 역시 최대 강점은 '꾸준함'이다. 현대 야구에서 고졸 야수가 첫해부터 주전 자리를 꿰차고 활약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하지만 안치홍은 팀에 입단하기 무섭게 2루 포지션을 꿰찼고 그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정교한 교타자-파워히터-도루왕 등 어느 한쪽에 특화되지는 않았지만 고르게 기량을 발휘하며 전체적인 성적표에서 동년배들을 압도하고 있다. 수비 또한 첫해부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KIA의 2루 고민을 완전히 해결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김선빈-안치홍은 자기관리가 투철하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무척 강해 시즌을 거듭할수록 호흡이 더욱 좋아져 KIA 팬들은 든든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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