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에 먹칠한 일본의 질 낮은 '안티풋볼'
화끈한 크로스 카운터어택 없이 ‘승리’에만 집착
축구의 질 떨어뜨리는 ‘안티풋볼’ 전원수비..라이벌전 퇴색
2010 남아공월드컵을 들어 올린 ‘세계최강’ 스페인에 유일한 1패(6승)를 안긴 팀은 스위스다.
상대전적 3무15패로 절대열세였던 스위스는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스페인을 1-0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비결은 극단적인 수비전술. 평균 신장 185cm의 스위스는 체격의 우위를 십분 활용했다.
스페인보다 하체가 긴 스위스 선발멤버는 자기 진영서 나올 줄 몰랐다. 겹겹이 벽을 세운 뒤 긴 하체를 바탕으로 스페인의 짧은 패스를 연거푸 차단했다. 결국, 장점(패스)을 잃은 스페인은 당황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수비진 실수까지 겹쳐 스위스 신예 젤손에게 결승골을 얻어맞고 말았다.
이처럼 극단적인 수비축구는 잠재력 있는 팀이 ‘강호’를 꺾는 비결 중 하나다. 이번 동아시아 대회에서도 극단적 수비전술이 자주 눈에 띄었다. 호주, 중국, 일본 모두 한국전에서 2중, 3중 두껍게 방어막을 친 것.
특히, 일본은 지난 2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서 열린 동아시아컵 한국과의 최종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3명이나 두는 등 집요한 수비전술을 구사했다. 한국의 라이벌이라는 점에서 일본의 극단적 수비전술은 의외다. 결국, 점유율 70:30(%)과 코너킥 9-2 등 한국의 일방적인 경기 흐름으로 이어졌다.
반드시 이겨야 우승이 가능했던 한국은 1-1로 맞선 후반 종반, 수비진까지 올린 파상공세를 퍼붓다가 일본의 역습 한 방에 무너졌다. 결승골을 터뜨린 카키타니 요이치로(24)는 대회 득점왕(3골)에, 일본은 2승1무의 성적으로 정상에 등극했다.
문제는 ‘전원 수비’가 지루하고 답답한 공방전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 한일전은 시종일관 답답했다. 관중도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방어 축구도 방어 축구 나름이다. ‘1998 월드컵 4강’ 크로아티아처럼 전광석화 같은 카운터어택을 장착한 팀의 역습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야르니-보반-수케르로 이어지는 역습이 정교하고 박진감 넘친다. 역공 속도도 평균 4초 이내다.
반면, 공격 의사가 거의 없는 전원 수비, 시간 끌기 침대전술 등은 축구의 ‘질’을 떨어뜨린다. 28일 한일전에 나선 일본은 ‘후자’에 가깝다. 일본은 공격 의사가 거의 없는 전원 수비를 펼쳤다. 그럼에도 2골을 넣은 이유는 한국 수비진의 치명적 실수 덕이다. 전반 한국의 오프사이드 전술 실패와 후반 인저리 타임 실점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승리욕의 부작용이었다.
화끈한 ‘크로스 카운터펀치’를 주고받은 역대 한일전과 달리 2013년 한일전은 한국-레바논전을 보는 듯했다. 패배보다 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 일본의 안티풋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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