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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호 ‘어느새 5.5’ 몰려오는 먹장구름


입력 2013.08.07 08:17 수정 2013.08.07 10:16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지난 시즌 이어 올 시즌도 ‘우승후보’ 무색

조급한 선 감독, 특유의 예리한 마운드 운용능력도 잃어

최근에는 선동열 감독 스스로도 성적에 대한 조급증에 시달리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 연합뉴스

‘어느새 5.5게임차’

1위와의 게임차가 아니다. 가을야구 턱걸이 4위와의 승차다.

KIA 타이거즈 4강 행보에 적신호가 드리우고 있다. 시즌 초반 승승장구하던 KIA는 중반 이후 점점 하향세를 그리더니 어느새 6위(39승2무41패)까지 추락했다. 뒷심을 발휘해 다시 치고 올라가도 모자랄 시점에 반전의 계기도 찾지 못하고 있다. 4위 넥센과 승차는 5.5게임. 물론 추격이 불가능한 거리는 아니지만, 지금의 불안한 전력으로는 뒤집기를 장담할 수 없다.

팀의 추락과 더불어 KIA 선동열 감독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선동열 감독은 2011시즌을 마치고 사임한 조범현 전 감독 뒤를 이어 친정팀 KIA 지휘봉을 잡았다. 한국시리즈 우승 업적에도 홈팬들의 뜨거운 사랑은 얻지 못한 조범현 감독에 비해 선동열 감독은 해태 왕조의 주역이자, 자타가 공인하는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다.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프로무대 우승을 경험한 흔치않은 경력의 소유자다. 자연히 팬들은 선 감독 복귀에서 '해태 왕조'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KIA 행보는 그런 기대치에 턱 없이 부족하다. 데뷔 첫해 ‘삼성 대항마’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무색하게 주축선수들의 줄부상에 시달리며 4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올 시즌도 강력한 우승후보라는 평가와 달리 시즌 초반 반짝했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며 고전하고 있다.

리그 최강이라던 탄탄한 선발진은 돌아가면서 슬럼프에 빠졌고, FA로 영입한 김주찬은 시즌 초반 부상에 시달렸다. 최대약점인 불펜 보강을 위해 지난 시즌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선발투수 앤서니 르루를 마무리로 전환했지만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트레이드를 통해 장기간 슬럼프에 허덕이던 주포 김상현을 SK에 내주고 전천후 계투 송은범을 영입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최근에는 선동열 감독 스스로도 성적에 대한 조급증에 시달리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삼성 시절 선동열 감독의 특징은 강력한 불펜을 통한 ‘지키는 야구’였다. 주어진 자원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냉철한 선수운용과 경기감각은 선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올 시즌에는 허약한 불펜 탓인지, 혹은 거듭된 불운 탓인지 선 감독 특유의 예리한 마운드 운용이 빛을 잃고 있다는 평가다. 오히려 지나치게 성급하고 변칙적인 마운드 운용이 혼선만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올 시즌 KIA가 경기 중반 이후 투수교체 실패로 무너진 것은 한두 경기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선 감독의 일관성 없는 선수기용이 오히려 선수들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6일 롯데전이 대표적인 예다. 5회 1사에서 외국인투수 소사가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자 조기 교체를 단행했다. 소사가 최근 경기에서 들쭉날쭉한 구위를 나타내긴 했지만 교체 전까지 구위는 나쁘지 않았고, 한계투구수도 한참 남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좌타자 손아섭을 상대하기 위해 투입한 박경태는 곧바로 적시타를 맞고 무너졌다. 성급한 투수교체로 경기도 놓치고 소사와 박경태라는 두 투수의 자신감마저 한꺼번에 떨어뜨린 패착이었다.

선동열 감독은 후반기 KIA의 반격 키워드로 마운드의 안정을 꼽았다. 부진하던 에이스 윤석민을 마무리로 전환시킨 것도 4강행을 위한 고육책. 그러면서도 “선발진이 오랜 이닝을 책임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수가 자기 몫을 해내기 위해서는 감독의 믿음과 인내도 필요하다.

선 감독은 삼성 시절부터 외국인선수 복이 없기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외국인선수의 역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꾸준한 신뢰를 주지 못하는 선 감독의 조급증도 한몫을 담당했다. 그 어떤 외국인선수도 선 감독과 오래 함께 하지 못했다. 앤서니 퇴출에 이어 소사의 부진도 선 감독의 조급증이 낳은 또 다른 부작용일 수도 있다.

물론 선 감독에게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4강행이다. 하지만 팬들이 그의 이름값에서 기대한 것은 그보다 좀 더 높은 수준의 야구였다. 바로 선 감독의 현역 시절 보여준 해태 야구 특유의 끈끈하고 포기하지 않는 근성, 성적과 흥미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야구였다.

공교롭게도 김응용 감독 이후 해태 출신 프랜차이즈 감독들이 지휘봉을 잡아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김응용 감독을 제외하고 타이거즈를 우승으로 이끈 것은, 해태 출신이 아니었던 조범현 감독뿐이다. 선 감독이 과연 프랜차이즈 출신 감독들을 묶은 저주의 사슬을 끊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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