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직관' 코쿠와 QPR 레드납의 격차
박지성 활용법에서 드러난 두 감독의 차이
편견에 사로잡힌 레드납 감독 '머쓱'
축구 감독에게 연륜만큼 중요한 것은 직관이다.
PSV 아인트호벤 필립 코쿠 감독(43)에겐 ‘예리한 직관’이 있었다. 반면, 퀸즈파크 레인저스(이하 QPR) 해리 레드납 감독(66)의 직관은 무뎠다.
레드납보다 ‘23살 어린’ 코쿠 감독은 박지성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 보통의 평범한 감독이라면 전 소속팀에서 자주 출전하지 못한 선수를 당장 큰 무대에 선발 기용하기를 꺼린다. 물론 박지성의 화려한 과거 업적이 있긴 하지만 경미한 근육통 부상까지 안고 있는 그를 바로 투입하기란 쉬운 선택은 아니다.
그러나 코쿠 감독은 담대했다. 사유, 추론 등을 거치지 않고 “박지성이기 때문에 절대 신뢰한다”는 직관으로 21일(한국시각) ‘2013-14 UEFA 챔피언스리그’ AC밀란과의 플레이오프 홈 1차전(1-1 무)에 과감히 투입했다. 코쿠의 직관은 통했다. 박지성은 코쿠 감독 신뢰 속에 전후반 68분 종횡무진 누비며 대활약을 펼쳤다. 풍부한 활동과 능숙한 연결, 침착한 조율이 돋보였다.
경기 직후 코쿠 감독은 네덜란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지성이 우리의 기대에 부응했다. 공수를 오가며 왕성한 움직임을 보여줬다”고 평가하면서 “박지성은 이런 가치를 지닌 선수다. 여전히 열심히 달리고 기술도 끝내준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코쿠 감독의 직관이 QPR 레드납 감독보다 우수한 ‘단편적 사례’다. 똑같이 박지성을 제자로 뒀지만 활용법은 달랐다.
QPR 레드납 감독에게 서운한 점도 여기에 있다. 한때 그의 제자였던 대니 로즈와 파블류첸코, 반데바르트가 밝힌 것처럼, “편견 어린 선수운용”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백인 영국계’ 선수를 선호한 반면, 가냘픈 극동 아시아 선수는 일단 색안경 끼고 바라본다. 최용수의 웨스트햄 이적에 초를 친 사건을 비롯해 박지성, 윤석영 등도 투명인간 취급했다.
팀이 지면 선수 탓하는 다분히 감정적인 태도도 아쉽다. 실제로 QPR 페르난데스 구단주도 최근 스카이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레드냅 감독은 지나치게 감정적인 사람”이라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페르난데스는 “레드납이 지원을 요구하는 의욕적인 감독임은 틀림없지만, 선수와 원활한 소통이 부족해 아쉽다”고 말했다.
아인트호벤의 코쿠 감독이 QPR의 레드납 감독보다 나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공정한 시선’과 ‘화합’이다. 레드납 감독은 QPR시절 박지성을 향해 “예전만 못하다. 전성기에 못 미친다”며 후보로 내몰았다. 그러나 같이 뛴 선수들 사이에선 박지성 진가를 모르는 이가 없었다.
전 QPR 동료 숀 데리(밀월 이적)는 지난 10일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과의 인터뷰에서 “강등 책임은 불성실한 고액 연봉자 탓이지만 박지성만은 예외”라며 “정말 쉼 없이 달리고 테크닉도 훌륭하다. 레드납 부임 이후 함께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숀 데리처럼 아인트호벤의 코쿠 감독도 선수시절 박지성과 같이 뛰어봤기 때문에 박지성 장점을 꿰뚫고 있다.
코쿠가 1살 때 레드납은 웨스트햄에서 선수로 활약했다 코쿠가 10대 때, 레드납은 AFC 본머스 클럽 코치로 부임했다. 코쿠 감독보다 20여년 먼저 축구계에 발을 디딘 레드납 감독, 그의 지도자 이력은 빼곡하지만 여러 팀을 오가면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영국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요컨대, 가벼운 말보다 실천적 행동과 직관으로 팀을 운영하고, 팀이 부진하면 “미천한 나의 지도자 경력 탓”이라고 총대 메는 코쿠 감독이 ‘영국산 미꾸라지’ 레드납보다 믿음직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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