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운운' 안했다는 이석기 "총, 단어 하나로..."
이 의원, 새누리당ㆍ민주당 앞 친전에서 '총'이란 발언 인정한 셈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비롯한 일부 통진당 당원 등이 국가정보원(국정원)으로부터 지난 5월 1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종교시설에서 ‘RO’(혁명조직) 회합을 가졌다는 의혹 등을 받은 뒤 연일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오히려 해명 때문에 ‘역풍’을 맞을 모양새다.
당사자인 이 의원의 경우, 지난달 30일 오후 7시 30분께 국회의원회관 내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자청한 기자회견에선 해당 모임 당시 총기 준비나 전쟁에 관한 발언을 결코 한 적이 없었다고 했지만, 2일 새누리당·민주당 의원 등에게 보낸 친전에서는 말이 달랐다.
그는 A4용지 3장 분량의 친전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던 중 “그 어느 때보다 전쟁위기가 고조됐던 올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나서자는 내 진심이 ‘총’이라는 단어 하나로 전체 취지와 맥락은 간 데 없고, ‘내란음모’로 낙인찍혀 버렸다”며 “앞뒤 말을 가위질해 선정적인 단어만 골라 여론몰이하는 것이야말로 왜곡·날조가 아니냐”고 말했다.
당초와는 달리 사실상 ‘총’이라는 발언을 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그는 이어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급작스레 불어닥친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나는 아직 제대로 된 해명의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면서 “언론의 집중포화로 인해 내 목소리와 반론 기회는 철저히 차단돼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같은 당 김재연 의원도 5.12모임 참석 여부와 관련, 말을 바꿨다.
김 의원은 지난달 30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모임에) 간 적이 없다”며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1일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선 “내가 참여했던 행사는 5월경 있던 당시 전쟁 위기와 관련한 상황이 있었을 때 정세 강연 자리가 있었던 당원들이 모여 그와 관련한 소감을 나눴던 그런 자리였다”고 언급했다. 결국 모임은 있었지만, 모임의 취지가 달랐다는 것으로 발언이 바뀐 것이다.
'5.12모임 참가자들' 데리고 기자회견했지만...
아울러 통진당이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연 5.12모임 참가자 기자회견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김미라 성남분당구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5.12모임의 녹취록이 내란음모혐의의 유력한 증거로 유포되는 것에 분노한다”며 “국정원이 교묘하게 짜깁기해 흘린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녹취록’이라는 것을 언론을 통해 봤는데 일부 참가자들의 발언도 앞뒤를 자르고 교묘하게 편집해 취지를 현저히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말은 ‘녹취록에 있는 발언’이 ‘짜깁기’가 됐다며 반박하는 것인데 뒤집어보면 ‘녹취록 발언은 있었다’는 말이 된다.
뒤이어 백현종 부천원미갑위원회 위원장 또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녹취록에 있던 얘기들이 실제로 나오긴 했던 것이냐”는 질문에 “본래의 취지와 본래의 의도가 전혀 다르게 왜곡돼 짜깁기된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드리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용된 단어 몇 가지를 갖고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편집하는 것은 우리 통진당에 대한 너무나 엄청난 왜곡이고 조작”이라고 말했다. 의도치 않게 녹취록 발언이 있었다는 전제에 힘을 실은 것이다.
상황이 예민하게 흘러가자 이후에는 홍성규 대변인이 나섰다. 그는 “녹취록 자체의 진위여부에 대해 우리는 확인한 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녹취록 내용에 근거한 질문은 답변드리기가 굉장히 어렵고 부적절하다”면서 백 위원장을 향해 한 질문을 차단했다. 그는 “녹취록 자체에 대해 인정한 바가 없기 때문에 이와 관련, 케이스별 내지는 낱말별 대응 자체는 무의미하고 부적절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홍 대변인 또한 ‘말실수’를 했다.
그는 “짜깁기·왜곡이라는 주장은 녹취록과 (통진당이 갖고 있는 자료와) 비교해봤다는 얘기가 아니냐”고 하자 “우리는 공식적인 녹취를 하지 않았을 뿐더러 녹취록이 없다. 비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참가자들의 기억에 의존해야 할텐데 그 기억이라는 게 아시다시피 얼마나 불완전하겠나”라고 말했다.
녹취록 내용을 부정하기 위한 발언이었지만, 왜 녹취록을 부정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불분명해지고, 해당 기자회견에 나선 참가자들의 신뢰도를 현저히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은 꼴이 됐다.
한편, 백 위원장은 “5.12모임과 같은 강연이 경기도당에서 1년에 몇 번이나 열리느냐”는 질문에 “평균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 수시로 열렸었고, 또 한동안 열리지 않았고, 대단히 불규칙했기 때문에 그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 어렵다”고 애매모호한 답변을 했다. 그는 이어 “5월 이후에는 (행사가) 따로 없었다”고 말했다.
백 위원장은 또 공식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일정이 홈페이지에 게재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선 “당에서 하는 모든 행사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되거나 하진 않는다”고만 했다.
앞서 백 위원장은 기자회견 당시 5.12모임에 대해 “우리는 통진당의 정신에 따라 이 땅의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마음으로 당시 전쟁위기 상황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실현코자하는 마음뿐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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