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발탁, 결코 ‘홍명보 원칙’ 붕괴 아니다
축구 레전드 차범근, 홍명보 감독 원칙과 다른 생각
공헌도 높은 박주영 발탁은 특별 케이스로 접근해야
1980년대 세계 최고의 리그였던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최고의 선수로 활약했던 SBS 차범근 해설위원이 최근 박주영(28·아스날)의 대표팀 발탁과 관련해 견해를 밝혔다.
차 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왜 박주영의 대표팀 발탁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소속팀에서 뛰지 못한다고 대표팀에 부르지 않는 건 아니라고 본다”면서 “소속팀에서 어려움에 처했으면 반대로 대표팀에서 뛰게 해 자신감을 되찾게 한 뒤 소속팀으로 돌려보내면 되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 차출 원칙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셈이다.
국가대표 선수를 발탁하는 데 홍명보 감독이 세워둔 원칙, 이른바 ‘홍명보 원칙’은 소속팀에서 꾸준히 출전기회를 얻고 있으면서 정상적인 경기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를 선발한다는 것. 이는 곧 국가대표팀에 발탁되는 선수는 이미 신체적으로나 기량 면에서 최상의 상태에 올라 있어야 한다는 홍 감독의 생각이 반영된 원칙이다.
바꿔 말하면, 소속팀에서 출전도 못하고 현재 어떤 기량과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지 불분명한 선수를 일단 대표팀으로 불러 ‘폼’을 끌어올리는 것은 대표팀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인 셈이다. 따라서 차범근 위원의 ‘박주영 해법’은 분명 ‘홍명보 원칙’과는 거리가 있는 견해다.
한편, 최근 박주영 거취와 관련해 몇 가지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박주영과 아스날의 계약만료 시점이 당초 알려진 날짜(2014년 6월)보다 1년 뒤인 2015년 6월까지라는 사실, 박주영이 1군 25인 로스터에 포함됐고 훈련도 1군 선수들과 해왔다는 사실, 아스날은 박주영을 ‘파격할인’이 아닌 제값(최소 650만 유로)을 받고 팔고 싶어 한다는 사실, 그리고 아스날 아르센 벵거 감독 역시 박주영을 어떤 식으로든 활용할 구상을 하고 있다는 사실 등이다.
이 사실들을 종합하면 아스날이 박주영을 이적료 면에서 최소한 ‘본전치기’로 다른 팀에 팔기 위해서는 박주영을 시장에 선보일 쇼케이스가 필요한데 그 주요 무대는 월드컵이 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아스날 유니폼을 입고 활약해야 대표팀 발탁이 가능해 박주영을 1군 25인 엔트리에 포함시켰고, 벵거 감독 역시 박주영 활용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현재 영국에 머물고 있는 홍명보 감독에게 이제 결단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원칙대로라면 박주영을 만나보기 위해 영국으로 출국한 것 자체가 홍명보 감독 스스로 자신의 원칙에서 한 걸음 물러선 결정이고 행동이다. 더 나아가 박주영 대표팀 발탁은 곧 ‘홍명보 원칙’의 예외를 인정한다는 의미로 보기에 따라서는 원칙의 붕괴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운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박주영의 경우 다른 선수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만큼, 그 특수성을 감안해 ‘홍명보 원칙’에 구애 받지 않고 예외적으로 대표팀에 발탁할 이유가 충분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이유가 현재 박주영의 상황이 박주영 스스로 선택하기는 했지만, 이적에 관해 아스날 구단의 입장 때문에 새 소속팀을 구하지 못해 벌어지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야 한다.
박주영 몸값을 낮춰 영입하려는 다른 구단들의 제의나 박주영이 자유계약선수(FA)에 준하는 신분으로 사실상 이적료 없이 이적하려는 시도 모두 아스날은 거부했다. 그러면서 박주영의 실전 투입은 없는 상황이다. 축구 문제에 더해 계약상 문제로 발이 묶이고 경기에도 나서지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박주영이 2012 런던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하기 직전 ‘병역기피 시비’에 휘말렸을 때 홍 감독은 박주영을 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발탁했고, 박주영은 동메달 획득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당시에도 박주영은 아스날에서 벵거 감독으로부터 철저히 외면 당했지만 결국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해 후배들을 이끌고 메달을 따냈다.
일본과의 3-4위전에서 보여준 선제골 장면은 박주영의 클래스가 천하의 벵거 감독이라고 하여 대놓고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님을 보여줬다. 박주영 대표팀 발탁에 관한 홍명보 감독의 고민도 여기에 머물러 있다고 보인다. 박주영이 현 시점에서 그 누구보다 대표팀에 골을 선사할 수 있는 높은 가능성과 능력을 가진 공격수고, 소속팀에서의 문제만 아니라면 당연히 발탁해야 하는 선수라는 사실을 홍 감독도 잘 알고 있다.
결국, 남는 문제는 원칙을 깬다는 부담이다. 하지만 박주영의 현재 상황은 홍 감독이 ‘홍명보 원칙’을 지켜가는 가운데 예외를 적용할 수 있는 이유가 충분하다. 다시 말하면 박주영의 발탁은 그가 처한 특수한 상황을 인정하고 예외를 적용하는 것이지 ‘홍명보 원칙’의 붕괴가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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