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자→에이스’ 강병현…진짜 페니가 될까
하승진과 콤비 이루며 KCC 전성시대 견인
하승진 없는 강병현, 한 단계 도약할 기회
전주 KCC 가드 강병현(28·193cm)은 프로 데뷔 초창기만 하더라도 '강페니'라는 별명으로 자주 불렸다.
90년대 미국프로농구(NBA)를 풍미한 장신 가드 앤퍼니 하더웨이(201cm)를 빗댄 별명이다. 가드로서는 큰 신장에 여러 포지션을 넘나드는 다재다능함, 승부처에서 빛을 발하는 저돌성은 소속팀 허재 감독의 젊은 시절과도 비교되며 일찌감치 대성할 선수로 주목받았다.
팀 동료이자 동갑내기 친구인 하승진은 샤킬 오닐을 빗댄 '하킬'로 통했다. 오닐과 하더웨이가 90년대 올랜도를 NBA 정상급 팀으로 끌어올렸듯, 한국프로농구(KBL)의 하킬과 강페니도 KCC에서 3회의 챔프전 진출과 2회의 우승을 안기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KCC에서의 강병현은 에이스라기보다는 조력자의 이미지가 더 강했다. KCC는 어디까지나 하승진의 팀이었다. 강병현도 팀을 위해 하승진의 높이를 살리는 플레이에 더 주력해야 했다.
강병현은 지난해 상무를 제대하고 KCC에 복귀했다. 공익근무 중인 하승진은 아직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그 사이 KCC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베테랑급 선수들이 대거 물갈이되며 3~4년 전만 해도 풋풋한 티를 벗지 못했던 강병현이 어느덧 팀의 중고참급으로 올라섰다.
지난 시즌 KCC는 리그 최하위에 그쳤다. 허재 감독 취임 이후 두 번째 당하는 굴욕이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발굴하는 성과도 올렸다. 강병현이 복귀한 5라운드 이후에는 강팀을 상대로도 제법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보이기도 했다.
올 시즌 KCC는 주목할 만한 다크호스로 꼽힌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에 올 시즌 신인드래프트 2순위로 아시아선수권의 스타로 꼽히는 김민구까지 영입했다. 공교롭게도 김민구의 별명은 코비 브라이언트에서 빗댄 구비다.
포지션이 겹치는 강페니와 구비의 만남은 벌써부터 KCC의 새 바람을 이끌 주역으로 농구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민구는 경희대 소속으로 전국체전이 끝나는 24일 이후 합류할 예정이다.
물론 KCC는 올 시즌 우승 전력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KCC 리빌딩의 완성은 하승진이 복귀하는 다음 시즌 이후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올 시즌의 KCC를 지켜보는 팬들은 하승진이 있을 때와 또 다른 다이내믹한 가드 위주의 공격농구를 기대하는 반응이 뜨겁다. 그 중심에 강병현과 김민구의 공존에 대한 기대가 크다.
아직 하승진과 김민구가 없는 현재 KCC의 에이스는 강병현이다. 시즌 초반이지만 강병현의 존재감은 KCC에서 절대적이다. 강병현이 허리부상으로 결장했던 지난 15일 울산 모비스전에서 KCC는 무려 43점차의 역대 최다 점수 차 패배를 당하는 굴욕을 겪었다.
그러나 절치부심한 강병현이 복귀한 안양 KGC 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는 강병현 홀로 3점슛 6개를 포함해 24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맹활약에 힘입어 76-60으로 쾌승했다. 강병현이 있고 없을 때 KCC의 경기력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보여준 장면이다.
올 시즌의 강병현은 해야 할 역할이 많다. 예전에는 노련한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보좌하는 역할을 주로 했다면 이제는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의 위치에 서야 했고, 찬스에서 직접 해결해야 하는 비중도 커졌다. 지난해 꼴찌에 그친 팀의 명예회복도 필수다. 샤킬 오닐이 LA로 떠난 이후 올랜도를 홀로 이끌어야했던 앤퍼니 하더웨이와 같은 책임감이 지금 강병현에게 주어진 몫이다.
물론 고독한 에이스로 지쳐 쓰러져야 했던 원조 페니와 달리 강병현에게는 앞으로 하나둘씩 늘어날 든든한 지원군들이 있다. 많은 팬들은 이상민-추승균의 계보를 잇는 KCC의 대표적인 미래의 레전드로 강병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KCC 재건의 선봉에 선 강병현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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