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딴판' 홍명보호, 버릴 수밖에 없는 원정카드 1장
많지 않은 원정경기 기회..축구협회 창립행사로 포기
월드컵 앞두고 원정 비중 크게하는 일본축구협회와 대조
홍명보호는 7월 출범 이후 8차례의 A매치를 모두 안방에서만 치렀다.
성적도 2승3무3패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물론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지만, 안방에서도 위력적이지 못한 대표팀이 시차와 기후·환경 등 모든 면에서 홈과는 상황이 다른 원정에서 과연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우려를 낳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A대표팀은 원정에서 유난히 약했다. 조광래 감독 시절 2011년 8월 삿포로서 열린 일본과의 원정 친선전에서 0-3 완패한 것을 기점으로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쿠웨이트(1-1) 무승부, 레바논전(1-2)전 패배 등이 이어졌다. 원정에서의 연이은 졸전이 빌미가 돼 탈락 위기까지 몰렸고, 조광래 감독은 3차 예선 최종전을 앞두고 경질됐다.
최강희 감독은 조금 더 심각했다. 1년 6개월의 재임기간 원정서 치른 6경기에서 고작 1승(2무3패)에 그쳤다. 2012년 6월 12일 레바논과의 최종예선 1차전(4-1)이 한국 A대표팀이 원정경기에서 거둔 마지막 승리, 벌써 1년이 넘었다. 스페인(1-4), 크로아티아(0-4) 등 유럽강호들과 원정(중립)에서 대결한 경기에서는 3골차 이상 대패를 당하기도.
원정에서의 경험과 적응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내년 월드컵 본선에서 각 대륙의 세계적인 강호들과 경쟁해야 하는 대표팀의 필수적인 과제다.
하지만 축구협회의 대비는 이러한 바람과는 동 떨어진 듯하다. 올 시즌 일정상 남은 A매치 기회는 11월에 열리는 두 경기 뿐이다. 현재 스위스와 11월 15일 경기는 확정됐지만 이번에도 홈에서 열린다.
올해로 80주년을 맞이하는 대한축구협회 창립 80주년 기념 경기로 치르기 위함이다.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대표팀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심초사해도 모자랄 시점에 나온 발상이다. 그나마 19일로 예상하는 두 번째 A매치는 러시아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10월말까지 파트너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이미 스위스전이 확정된 마당에 남은 한 경기를 원정으로 잡아도 문제는 남는다. 15일 홈경기를 치르자마자 제3국으로 먼 거리를 이동해 제대로 된 시차적응도 하기 전에 경기를 소화해야하기 때문이다. 유럽파는 물론 시즌 막바지에 이르러 우승경쟁이 결정되는 K리그 일정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두 경기에서 대표팀을 이원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그렇게 되면 이래저래 최상의 전력으로 치러야하는 평가전의 효과가 반감된다.
일본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드러난다. 평가전 상대를 구하기 어렵다고 핑계를 대고 있는 한국 축구협회와 달리 일본은 일찌감치 11월 네덜란드-벨기에와 유럽 원정 평가전 일정을 확정지었다. 모두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지은 FIFA랭킹 상위권의 강호들이다. 벨기에는 최근에 한국의 평가전 섭외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일본은 지난 10월에도 원정경기를 통해 세르비아-벨라루스와 일전을 치렀다. 물론 결과는 연패로 좋지 않았지만 꾸준히 원정경기를 통해 면역력을 기르고 있는 일본축구협회의 체계적인 준비과정은 부럽다.
일본은 이미 2011 아시안컵 우승팀 자격으로 지난 6월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브라질, 이탈리아, 멕시코 등 각 대륙별 강호들의 정예 1진을 상대로 값비싼 월드컵 체험을 공짜로 치렀다. 올 한 해만 놓고 보면 컨페드컵과 동아시안컵 포함 홈경기(6경기)의 두 배에 가까운 11경기를 원정으로 치를 만큼 부지런한 행보를 그리고 있다.
한국이 원정 평가전에 의지만 있었다면 꼭 11월이 아니라도 기회는 충분히 많았다. 한국은 월드컵 유럽예선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던 9월에 동유럽의 강호 크로아티아를 안방에서 불러들였고, 10월에는 월드컵 개최국 브라질을 초청해 평가전을 가졌다.
홍명보호가 안방에서 거둔 2승은 아이티-말리 등 월드컵 본선과 인연이 없는 약체들을 상대로 거둔 것에 불과하다. 이래서는 홍명보호의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대표팀은 내년 1월 브라질 전지훈련이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때는 A매치 기간이 아니라 한창 시즌 중인 유럽파들이 합류할 수 없다. 결국, 국내외를 총망라한 정예멤버들이 원정경기에서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기회는 아무리 빨라야 2~3월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때는 사실상 베스트멤버를 확정하고 조직력을 다지기도 바쁠 시점이다.
진정한 대표팀 경쟁력 강화를 생각했다면, 축구협회가 한가하게 이벤트나 준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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