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부는 "꽃보다 할배"...실버세대를 잡아라
예금 자산 많은 노년층 겨냥한 카드 상품 증가
카드업계에 실버(Silver)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60세 이상 고령층 예금은 총 257조6000억원으로 전체 예금(739조4000억원)의 34.8%를 차지했다.
예금증가율도 최근 3년간 고령층 예금은 9.7% 증가해 전체 평균 예금 증가율(4.1%)보다 5.6%포인트 더 늘었다.
60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9.9%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들 대부분 예금 중심의 안전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전체 인구에서 고령층에 인구 비중이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어 금융권에선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이 한창이다.
특히 카드 수수료 개편으로 수익에 어려움을 겪는 카드업계에선 다양한 혜택과 연계한 상품을 내놓으며 실버세대를 상대로 한 새로운 수익원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카드업계 최초로 국민연금증카드를 발급했다. 국민연금증카드는 국민연급 수급자임을 확인하는 신분증과 지하철 무임승차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또한, 의료업종에서 3개월 무이자 할인혜택도 제공한다.
지난 1일부터는 우리카드와 농협카드도 신분증과 지하철 무임승차 기능이 들어간 국민연금증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농협카드는 전월 이용 실적에 따라 최고 10%까지 병원·약국 등 의료업종과 대중교통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특히 농협 하나로마트와 이마트 등 대형마트를 이용하면 채움포인트(최고 10%)를 적립해준다.
우리카드의 국민연금증카드는 유일하게 버스 무료이용 서비스도 제공한다. 최초 수급자의 경우 캐시백도(월 4회, 최대 5000원) 준다. 아울려 연간 6만원까지 노년층에 특화된 부가서비스 할인도 주어진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증카드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외에도 신분증 기능만 담은 일반카드로도 발급하고 있다"며 "결국 결제하지 않더라도 카드로 노인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과 연계한 카드 외에도 카드사마다 노년층에 특화한 다양한 상품이 있다.
국민카드는 시니어세대 대상 체크카드 골든라이프카드를 지난 2월 선보였다. 골든라이프카드는 병원업종 할인 및 SK주유소 OK캐쉬백 리터당 40포인트 적립, 웨딩 패키지 및 여행 상품 할인·우대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농협카드의 '행복건강 체크카드'도 눈여겨 볼만하다. 행복건강 체크카드는 병원, 치과, 한의원 등 전국 모든 병원과 약국에서 건당 1000원씩 월 최대 1만원까지 할인해준다. 특히 결제시 바로 할인돼 카드 포인트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에게 편리하다.
카드 상품 외에도 상담서비스에서도 카드업계의 베이비부머 세대에 대한 배려가 녹아있다.
현대카드는 실버케어 전문 상담서비스를 4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만 65세 이상 고객이 현대카드 고객상담센터에 전화하면 복잡한 자동응답시스템(ARS) 대신 전문 상담원과 바로 통화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 대상 실버케어 전문 상담서비스로 고객 편의는 물론 카드사도 고객충성도를 더 높이는 윈-윈 효과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카드도 60대 이상 회원이 고객상담센터로 전화를 하면, ARS 과정 없이 상담원을 우선 연결해주고 있다.
한편 금융권에선 카드사의 실버마케팅과 별개로 노년층에 대한 금융차별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금융감독원 지난 9월 카드사가 비고령층 금융이용자에게 손쉽게 소액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카드론을 제공하고 있는 반면, 고령층에게는 별도의 개별심사 절차를 부과하고 있다며 감독강화를 예고했다.
실제 금감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87개 금융회사의 269개 대출상품이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연령상한을 정해놓고 고령층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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