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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식 설기현 김남일’ 격 다른 레전드 예우법


입력 2013.11.27 14:45 수정 2013.11.27 14:51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전북, 김상식에 은퇴경기 마련하며 극진한 예우

인천, 설기현-김남일에 재계약 어렵다 의사 전해

소속팀 인천으로부터 재계약 불가 방침을 통보받은 설기현(왼쪽)과 김남일. ⓒ 연합뉴스

K리그를 대표하는 노장들이 올 겨울 축구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에 선다.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수비형 미드필더 김상식(37)은 최근 은퇴를 결정했다. 김상식은 내달 1일 FC서울과의 경기를 끝으로 은퇴할 예정이다. 1999년 프로에 데뷔해 457경기에서 18골, 17도움을 기록했다.

은퇴 시즌이 된 올해에도 19경기에 출전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2001년, 2002년, 2006년(이상 성남), 2009년, 2011년(이상 전북) 등 5차례나 K리그 정상에 오른 우승청부사이기도 하다.

국가대표팀에서도 2000년 5월 유고와의 친선경기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이후 통산 60경기에 나와 2골을 넣었다. 2000 시드니올림픽과 2006 독일월드컵 2007 아시안컵 등을 통해 화려하지는 않지만 견실한 플레이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저돌적이고 투지 넘치는 캐릭터 때문에 '카드캡터' '식사마' 같은 별명도 유독 많았다. 김상식은 은퇴 후 지도자의 길에 접어들 계획이다.

2002 한일월드컵의 주역 김남일(36)과 설기현(34)도 은퇴의 갈림길에 놓였다. 인천은 올 시즌 2년 계약이 끝나는 두 선수에게 재계약이 어렵다는 의사를 전했다. 김남일과 설기현은 지난해 인천에 입단한 이래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으며 올 시즌 팀의 스플릿 상위그룹 진출 일등공신이었다.

상황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세 선수는 한국축구와 K리그를 대표해 많은 공을 세웠던 선수들이다. 현 소속팀에서 이들이 남긴 업적과 공헌도는 크다. 하지만 베테랑을 예우하는 구단의 방식은 '격'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김상식은 사실 전북의 프랜차이즈 스타는 아니다. 2009년 이동국과 함께 성남에서 방출돼 전북 유니폼을 입었을 때만 해도 '지는 해'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후 최강희 감독의 품에서 화려하게 부활하며 두 차례의 K리그 우승과 한 차례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을 이끌었다. 전북은 김상식의 공을 인정해 올해부터 플레잉 코치직을 제의했으며 은퇴 이후에도 김상식의 지도자 수업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반면 김남일과 설기현에 대한 인천의 태도는 아쉽다. 두 선수가 인천에 입단한데는 허정무 전 감독과 송영길 인천시장의 설득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인천은 구단 이미지를 높이고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2002 한일월드컵의 영웅인 두 선수의 인지도가 필요했다.

충분히 다른 팀에 갈수도 있었던 두 선수를 잡기 위해 대표팀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허정무 감독과의 사적인 의리나 고향팀(인천은 김남일 고향)이라는 인정에 호소하기도 했다. 은퇴 후 지도자 수업 지원도 포함돼 있었다. 두 선수도 인천이 마지막 팀이 될 수 있다는 각오를 가지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더 나은 대우를 포기하고 선택한 인천행이었다.

하지만 인천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고액 연봉자이자 베테랑 선수들이 구조조정의 1순위 타깃이 될 수밖에 없었다. 김남일과 설기현은 인천에서 몸값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며 팀 재건의 중추 역할을 해왔지만 인천이 내민 선물은 결별뿐이었다. 시민구단과 기업구단의 차이를 떠나 선수의 가치를 대하는 의식수준의 차이가 더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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