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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처형 '괘씸죄'에 '김정일 과오'까지 덮어 씌웠다


입력 2013.12.13 16:09 수정 2013.12.13 16:39        김소정 기자

"평양시 10만호 건설 방해" 김씨 부자 과오 전가

소식통 "유일체계 확립 위해 간부단속 시급했다"

장성택 군사재판을 보도한 13일자 북한노동신문 2면. ⓒ서상기 의원실

북한당국이 12일 ‘천하의 만고역적’이라는 혐의로 장성택을 특별군사재판에 넘겨서 판결이 나오자마자 즉결 처형한 것은 김정일 시절에 볼 수 없던 이례적인 현상이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자신의 고모부인 장성택을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반당 반혁명적 종파’ 혐의로 숙청시킨 뒤 불과 나흘만에 ‘국가전복 음모’ 등 온갖 나쁜 죄목을 붙여 처형시켰다.

더구나 북한이 장성택의 체포부터 처형 과정까지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것 또한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실제로 대내외적으로 상당한 충격을 안기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내부에 정통한 대북소식통들은 “현 최고 수령의 고모부를 무자비하게 처형시킬 정도로 유일체계 확립을 위한 간부 단속이 시급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밖에 장성택이 괘씸죄에 걸려들면서 김정일과 김정은의 정책 과오까지 모두 뒤집어씌워 끝내 처형시켰다”고 판단했다.

사실 김정일 시절인 2010년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처형된 박남기 전 노동당 계획재정부장도 비밀처형시킨 점을 감안할 때 북한 최고 수령의 친인척 처결에 너무 많은 예외 사항이 적용된 점이 주목된다.

비록 숙청 발표문이나 처형 판결문에서 ‘국가전복’이나 ‘역적’ 죄목 등이 적시됐지만 판결문 앞부분에 장성택의 해당 행위로 ‘건성으로 박수치는 자세’와 ‘원수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어’ 등을 거론해 괘씸죄에 걸려든 것으로 보인다.

판결문에는 이어 장성택이 김정일과 김정은의 우상화 작업을 반대한 대목도 있다. ‘놈은 무엄하게도 대동강타일공장에 위대한 대원수님들의 모자이크영상작품과 현지지도사적비를 모시는 사업을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또 장성택이 스스로 우상화를 조장시켰다는 주장도 나온다. ‘추종분자들이 1번동지라고 춰주며 잘 보이기 위해 당의 지시도 거역했다’거나 ‘내각에서 하던 기구사업을 걷어쥐고 마음대로 좌지우지했다’는 등의 대목이 있다.

이와 함께 김정은은 장성택의 죄목에 ‘내각총리에 올라 내각을 무력화시키려고 획책했다’거나 ‘평양시 10만호 건설을 고의적으로 방해했다’ ‘석탄을 비롯한 귀중한 지하자원을 팔아먹도록 했다’ ‘라선경제무역지대의 토지를 50년 기한으로 외국에 팔아먹는 매국행위도 서슴치 않았다’ 등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이런 죄목들은 김정일이 지시해 장성택이 수행해온 사업들로 바로 지난 김정일과 김정은의 정책적 과오를 장성택에게 뒤집어씌우는 대목에 해당한다. 북한이 그동안 대외 개방 특구 등에 대해 외국에 50년 기한으로 토지 사용을 허락해준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장성택의 판결문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장성택은 김정은 동지를 위대한 장군님의 유일한 후계자로 높이 추대할데 대한 중대한 문제가 토의되는 시기에 왼새끼를 꼬면서 령도의 계승문제를 음으로 양으로 방해하는 천추에 용납 못할 대역죄를 지었다’는 부분이다.

이는 결국 과거 김정일 생전에 장성택이 김정은의 3대세습을 반대한 일이 있고, 이에 대해 이미 김정은의 분노가 쌓여 있었던 것으로 김정은 집권 이후 장성택의 숙청은 예고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월 대북소식통은 “장성택이 중앙당 행정부장직을 잃고 사실상 실각한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2010년 김정은이 후계자로 본격 추대되기 전부터 장성택은 부정적인 견해를 표출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북한에서 지금까지 고위층 출신을 처형시킬 때 비밀리에 처형해온 것과 달리 장성택의 처형 과정을 방송과 신문으로 공개한 것은 분명 간부들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소식통은 “장성택의 최측근을 처형시키고 장성택마저 모든 죄목을 드러내 공개적으로 체포했지만 북한 내부 일각에선 설마 김정은이 자신의 고모부를 죽이기까지 하겠냐는 시각이 있었다”며 “이런 의혹을 없애고 차후 제기될 수 있는 비판여론까지 불식시키기 위해 고모부 처형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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