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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세 김남일’ 최강희 감독의 베테랑 예우법


입력 2014.01.10 10:00 수정 2014.01.10 10:08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세간의 편견과 다른 최강희만의 소신 작용

이동국·김상식 부활 이어 김남일 활약 기대

김남일이 인천 대신 전북을 택한 건 최강희 감독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 전북 현대

올 시즌 K리그 이적시장의 중심은 전북 현대였다.

경쟁구단들이 저마다 허리띠 졸라매기로 선수단 규모 줄이기에 바쁜 상황에서 유독 전북만 과감한 행보로 전력보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목할 것은 노장 김남일(37)의 영입이다. 한교원, 김인성, 이승렬 등 젊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도 많지만 어느덧 불혹이 멀지않은 김남일의 합류는 우승을 노린다는 전북에 의외의 선택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김남일은 최근 인천 잔류 여부를 놓고 초미의 관심을 모았지만 결국 결별을 결정했다. 인천 구단과 몸값과 향후 거취에 대한 시각차를 확인한 게 계기였지만 최강희 감독의 적극적인 러브콜이야말로 김남일이 전북행을 결정하게 된 계기였다.

최강희 감독이 김남일을 다시 주목하게 된 것은 국가대표팀 감독 시절이던 지난 2013년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당시 대표팀은 마지막 3연전을 앞두고 기성용, 구자철 등 기존 핵심전력들의 줄부상으로 중원 구성에 어려움을 겪자 최강희 감독은 K리그에서 '회춘' 모드를 보이고 있던 김남일을 대안으로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김남일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레바논과의 원정경기에서 김남일은 선발로 출전했지만 국제 경기에서 적응하지 못했고, 이후 홈에서 열린 우즈벡-이란전에는 모두 부상으로 결장했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은 당장의 결과에 대한 아쉬움보다 베테랑 김남일의 가치에 더 주목했다. 무엇보다 축구선수로서 황혼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국가대표팀에 승선할 정도의 기량과 자기관리, 리더십을 겸비한 김남일의 베테랑로서의 매력을 확인했다. 김남일이 인천과의 재계약이 결렬되자 가장 먼저 손을 내민 것이 최강희 감독이었다.

여기에는 흔히 '노장'을 바라보는 세간의 편견과는 전혀 다른 최강희 감독만의 소신이 있었다. 최강희 감독은 단순히 나이가 많다고 노장은 한물갔다거나 다루기 어렵다는 식으로만 취급하는 세간의 시각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2009년 다른 팀에서 등 떠밀리다시피 방출돼 재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받던 이동국과 김상식을 데려와 화려하게 부활시킨 것이 좋은 예다.

이동국과 김상식은 최강희 감독의 부름을 받아 전북 유니폼을 입은 이후,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의 K리그 우승을 합작했고,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준우승(2011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강한 팀을 꾸리기 위해서는 베테랑의 경험과 노련미가 젊은 선수들의 패기와 적절한 조화를 이뤄야한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라이언 긱스나 에드윈 판 데 사르 같은 선수들을 불혹의 나이까지 중용한 것도 같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팀은 물론이고 선수 개인으로서도 베테랑만의 대체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는 게 최강희 감독의 지론이다.

최강희 감독 본인은 현역시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유니폼을 벗어야 했던 아픈 경험이 있다. 서른을 넘어 늦깎이로 국가대표로 발탁돼 뒤늦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최강희 감독은 노장선수에 대한 편견을 몸소 체험해본 경험이 있기에 제자들에게는 절대 나이와 경력으로 선을 긋지 않는다.

최강희 감독의 묵묵한 믿음과 신뢰가 이동국이나 김남일 같은 노장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비결이기도 하다. 이동국과 김상식이 그러했듯, 김남일도 최강희 감독 품에서 또 화려하게 비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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