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중소기업 기살리기 "신용보다 기술"
기은·산은 중소기업 '기술평가' 통한 자금 공급에 박차
"IP(지적재산권)금융을 올해 2000억 원까지 확대하고 IP금융 관련 신상품을 개발하겠다"(홍기택 산업은행장)
"일선의 영업점에서도 언제든지 기술등급을 평가할 수 있는 기술평가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권선주 기업은행장)
지난 11일과 12일 각각 개최된 산업·기업은행 기자간담회에서 홍기택 산은 행장과 권선주 기은 행장이 강조한 것처럼 최근 정책금융의 최대 화두는 '기술평가 시스템' 구축을 통한 중소기업 육성이다.
중소기업의 성장·경쟁력 확보가 '창조경제'의 핵심인 만큼 국책은행들은 이러한 정부의 방침에 발맞춰 관련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2일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한 기술평가시스템 구축방안'을 발표한 것도 이같은 일환에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담보가 취약한 중소기업들의 원활한 자금 수급을 위해 지난해 7월, 10명으로 구성된 기술평가팀을 꾸렸다. 10명중 6명은 기술평가를 위해 '금융'과는 관련이 없는 전문 기술 인력으로 채워졌다. 올해 1월에는 3명의 전문 인력을 추가로 뽑았다.
이들은 자동차, 바이오기술, 정보통신기술, 화학, 학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제조업 일선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도 있다. 기업은행은 기술평가팀의 9명을 특채로 뽑는 등 기술평가를 위한 인력을 확보에 분주하다.
기업은행의 기술평가팀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70건의 기술평가를 진행했다. 올해는 기술평가 건수를 700건으로 늘려 중소기업 자금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행은 3월말 지적재산권(IP)담보 대출 상품까지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IP펀드도 4월중 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존 중소기업에 대한 여신심사는 재무제표, 담보 등 기업의 자산을 중심으로 평가를 했지만 기술평가가 활성화되면 신용등급이 저평가 돼있는 중소기업들의 신용도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이미 자체적으로 기술평가 시스템을 갖추고 금융권의 기술평가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산은은 기술금융관련 인력만 120여 명이다. 이들 가운데 20~30명은 기술평가부에 배치돼 있고 15명 가량은 기술금융부에서 기술평가와 금융을 연계해 중소기업들이 좀더 쉽게 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머지 인력도 영업점에 배치돼 각종 업무를 맡고 있다.
산업은행의 경우 1999년부터 '산업기술실'에서 기업들에 대한 기술평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산업기술실에서 기업들의 기술 평가에 부적합 판정를 내리면 여신을 취급하지 않는 등 기술평가 부문을 정착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산은은 IP담보대출 등 기술평가 사항을 금융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지난 2012년 9월, '기술금융부'를 신설하고 2013년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기술금융부 신설이후 지난해 산은이 IP·기술평가와 관련, 기업들에 대출한 자금의 규모는 1504억이었다. 올해는 2000억으로 그 목표 금액을 상향 조정해 중소기업 육성에 힘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신용평가를 위주로 대출이 이뤄졌기 때문에 신용이 우수한 기업과 신용불량 기업으로 금융이 양분화됐다"면서 "하지만 기술평가를 시작하면서 신용·재무 등급이 좋지 않아도 혜택을 보는 중소기업들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일부 시중은행들도 더디지만 기술평가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7월 기술평가 전담부서인 '산업기술평가팀'을 신설했다. 11명의 팀원 가운데 5명은 기술평가 전담인력으로 이공계출신의 내부인사와 외부의 기술평가 전문인력으로 구성됐다. 우리은행도 창조금융팀과 산업분석팀을 통해 기술평가 시스템 구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기술평가 시스템 도입과 활용은 아직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 "시중은행은 기술평가는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관련 시스템을 정착시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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