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김한길, 솥 깨뜨리고 배 가라앉히다
<김영환의 세상읽기>파부침주(破釜沈舟)의 결단을 환영하며
지난 대선 전에 했어야 할 야권의 대통합이 이제야 이뤄졌다. 어려운 결단이 전격적으로 내려졌다. 가깝게는 6.4지방선거에 희망이 생기고 멀리는 다음 대선에 정권교체의 서광이 비치게 되었다. 통합신당 탄생은 2012년 대선패배와 2017년 대선 사이에서 가장 큰 정치적 사건이자 분수령이 될 것이다.
통합선언으로 정치권의 안개가 걷혔다. 기초선거 공천여부와 야권연대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란이 해소되고 불확실성이 제거되었다. 지방선거에서 1대 1 구도가 선명해져 국민의 선택을 편하게 했다. 야권분립에도 불구하고 연대나 공조는 없다고 주장하던 불편한 진실로부터 야권이 헤어 나오게 된 측면도 있다.
물론 안철수의원이 새정치를 포기했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그의 결단은 과오라기보다는 현실정치의 한계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결과에 대한 평가는 오로지 정치개혁을 확실하게 해내느냐에 달려 있다.
신당의 울타리 안에 기존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군에 안철수의원이 더해져 막강한 전력을 갖추게 되었다. 국민은 미래권력을 보고 정당을 지지하게 된다. 안철수의원은 이상만으로 될 수 없는 현실적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는 상황에서 새정치를 실현할 정치적 기반을 확보했다. 새정치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에게 큰 기대와 희망을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참으로 잘된 일이다. 김한길대표와 안철수위원장의 용단을 높이 평가하고 환영한다.
이번 통합선언의 계기는 불리함을 무릅쓰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은 민주당의 기초선거 무공천 결정이었다. 새정치를 실천적으로 보여준 이 결단이 통합의 큰 명분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의 통합결정은 새누리당과 박근혜대통령의 공약파기와 개혁후퇴가 만들어 낸 작품이다.
파부침주(破釜沈舟)! 초나라 장수 항우가 진나라를 치러갈 때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혔다'는 고사(故事)로서, 결사의 각오와 결의를 나타내는 말이다. 사실 민주당이나 새정치 연합은 지지율의 정체, 인물난, 야권분립으로 인한 완패의 위기에 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집권여당이 기초공천을 강행하는데 반해 결사의 각오로 무공천이라는 파부침주를 결행했다. 여기서 양당의 통합이라는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길이 열렸다. 파부침주를 통해 기사회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신당 앞에는 많은 난관과 과제가 놓여 있다. 새정치와 정치개혁을 위한 신당이라면 명실상부 신당답게 제대로 해야 한다. 창당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나눠먹기 지분싸움의 불협화음을 경계해야 한다. 통합 후에는 친노, 비노, 친안 등 계파정치의 재현을 막아 하나로 녹여내는 일도 중요하다. 신당의 노선이 기존 민주당과 어떻게 다른가를 보여줘야 한다. 관념적 급진론과 정치투쟁주의가 아니라 민생중심 대중노선의 확립이 필요하다.
전격적으로 통합선언을 했듯이 신당창당을 계기로 새로운 정치로 성큼 다가가야 한다. 과거와 같은 정치행태에 발목 잡히는 순간 통합의 대의와 명분은 용두사미로 끝날 수도 있다. 이번 통합이 과거 숱하게 보아왔던 또 하나의 그런 통합, 벼랑 끝에 몰려 면피와 위기탈출의 출구로 전락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17년 정권교체로 민주개혁정부 하에서 남북통일을 실현하겠다는 원대한 비전과 희망으로 오늘의 통합결정을 승화시켜나가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글/김영환 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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