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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해산심판서 전현직 대통령 들먹거리며...


입력 2014.03.11 19:17 수정 2014.03.11 19:25        이충재 기자

통진당 "박 대통령도 투쟁했다" 정부측 "DJ의 연방제통일론 위헌적"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및 정당활동 가처분신청 사건 3차 변론이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도 연방제통일을 주장했다. 그러면 김 전 대통령도 북한의 주장을 따른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도 야당 대표시절에 사학법 장외투쟁에 나섰다. 투쟁은 정당한 정치활동 방법이다.”

이번에는 전현직 대통령을 물고 들어갔다. 1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및 정당활동정지 가처분사건 3차 변론에서 통진당측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거론하면서 ‘전현직 대통령도 우리와 같은 언행을 했다’는 논리를 폈다.

특히 통진당측은 “김대중 전 대통령도 연방제 통일론을 주장했다”며 “김 전 대통령도 북한의 통일론을 따른 것이냐”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측 참고인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다른 나라에서도 연방제라는 표현을 쓸 수는 있다”며 “하지만 통진당의 ‘연방제’ 방식은 북한과 같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이어 “김 전 대통령의 시각도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덧붙였다.

통진당측은 또 “유 원장이 2012년 한 강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진이 북한에 걸려있다고 김 전 대통령이 간첩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유 원장은 “탈북자의 말을 인용한 것뿐이다”고 답했다.

통진당측은 정부측이 반정부 시위 등을 정당활동의 위헌적 요소로 지적한데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표 시절 사학법 투쟁을 거론하면서 “박 대통령도 장외투쟁에 나선 바 있다”며 “투쟁은 정당한 정치활동 방법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통진당은 지난 2012년 비례대표 부정선거 등 ‘선거제도를 무시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겨냥, “선거를 부정하는 대표적인 형태는 쿠데타와 국가기관에 의한 선거 개입”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지도부 호칭에 있어서도 정부측은 “김정일” “김씨 일가”라고 지칭했지만, 통진당측은 “김정일”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통진당 DNA 일치한다"vs"민주화운동 속에서 나온 개념"

이날 변론에서는 ‘통진당 강령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나느냐’를 두고 정부측과 통진당측의 격론이 벌어졌다.

정부측은 “통진당은 북한이 통일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폐지, 평화협정 체결 등을 똑같이 주장하는 등 DNA가 일치한다”고 했고, 통진당측은 “정부입장과 다른 것일 뿐, 북한과 같은 주장이라고 자유민주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유 원장은 통진당의 최고 이념인 ‘진보적 민주주의’와 관련, “이는 김일성이 1945년 평양노농정치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처음 사용했고, 통진당의 강령은 김일성의 발언에서 유래했다”며 “용어 뿐만 아니라 내용 및 구성체계이 북한의 진보적 민주주의 노선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왼쪽 두번째)를 비롯한 당 관계자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진당 정당해산심판 및 정당활동 가처분신청 사건 3차 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유 원장은 “진보당이 추구하는 ‘자주적 민주정부’는 북한이 사회주의 혁명을 이루려는 정부를 의미한다”며 “강령에 적시된 코리아 연방제는 북한이 주장하는 ‘고려민주연방공화국’과 방식 등에서 유사하다”고 말했다.

통일론에 대해서도 “통진당은 우리 정부의 연합제 통일이 아닌 북한이 주장하는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방안을 추구한다”며 “북한이 남조선혁명을 포함한 혁명의 과정 중 하나로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는 것에 통진당이 동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통진당은 북한이 통일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국가보안법 폐지’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를 동일하게 주장하고 있다”며 “이는 적화통일의 걸림돌이 되는 주한미군을 철수시켜 군사적 공백상태를 야기하고 안보수사기관을 무력화해 무력으로 적화통일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을 추종하는 반국가활동 자체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명백히 위배하는 것”이라며 “통진당은 북한노선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대변, 추종하고 있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한다”고 말했다.

반면 통진당측 참고인 정창현 국민대 교양과정학부 겸임교수는 “북한의 연방제 통일론은 1980년대 북한이 주장한 것”이라며 “현재 북한의 통일론이 낮은 단계의 연방제로 변화됐는데도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통진당과 북한의 통일론이 동일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정 교수는 “통진당이 통일의 전제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게 아니다”며 “통진당 강령에는 통일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 평화협정을 체결한 이후에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어 “군사독재 시절 발생한 국가보안법 사건에 대해 최근 무죄 판결이 잇따른 것은 당시 민주화운동을 좌경시하고 북한과 결부시켜 탄압했던 사실이 밝혀진 것”이라며 “비록 이들이 사용하는 용어나 개념이 다소 투박하고 생소할 수는 있지만 여러 질곡을 거쳐 헌법의 근간이 된 점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진당이 주장하는 민중과 진보적 민주주의 등은 오랜 민주화운동 속에서 나온 개념인데, 이를 북한의 주장과 동일시하는 데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설사 다른 요인들로 통진당의 해산이 결정된다 하더라도 이 개념 자체가 정당 해산의 이유가 돼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이날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진당 해산”, “이적단체 해체”, “종북정당 몰아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헌법재판관들이 자유 대한민국을 위해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며 “하루빨리 종북정당을 해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통진당 대표는 1,2차 변론에 이어 또 다시 당원들과 함께 방청석에 자리했다.

한편 헌재는 다음달 1일 오후 2시에 4차 변론기일을 열고 정부가 제출한 자료들에 대한 증거조사를 진행한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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