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7위’ 맨유, 왜 역대급 순위 추락일까
숙적 리버풀 홈으로 불러들여 0-3 대패 수모
전 시즌 우승팀 4위 밖 추락은 EPL 역사상 한 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가장 지기 싫은 상대 리버풀에게 대패 수모를 겪었다.
맨유는 16일(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 리버풀과의 홈경기서 이렇다 할 모습 한 번 보이지 못한 채 0-3 패했다.
이로써 맨유는 14승 6무 9패(승점 48)째를 기록, 사실상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어려워졌다. 6위 에버턴과는 승점 3 차이지만 한 경기를 더 치렀고, 챔스진출 마지노선인 4위(승점 60)와의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유로파리그 티켓 확보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굴욕과도 같았던 리버풀전 패배이지만, 올 시즌만을 놓고 본다면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맨유는 올 시즌 리그에서 자신들보다 순위가 높은 팀들에게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전형적인 중위권 팀의 모습인 맨유라 할 수 있다. 이대로라면 맨유의 올 시즌 순위는 7위로 마감될 가능성이 무척 높다.
맨유 팬들을 비롯해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맨유의 7위는 어색할 수밖에 없는 순위다. 그도 그럴 것이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 맨유는 단 한 번도 3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디펜딩챔피언의 다음 시즌 7위 추락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딱 한 번 존재했다.
10개월 동안 38라운드를 치러야 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다는 것은 그만큼 팀 전력이 강하고 안정적이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특급 선수들은 물론 두터운 선수층을 보유해야만 가능한 게 리그 우승이다. 그래서 우승팀들은 꾸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며, 설령 다음 시즌 우승에 실패하더라도 이에 근접한 성적을 내곤 한다.
실제로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을 이뤄 유니폼에 금색 로고를 단 맨유, 아스날, 첼시, 맨시티 등은 이듬해 연속 우승 또는 3위 이내의 성적을 기록했다. 4위 밖으로 밀려난 유일한 팀은 1994-95시즌 우승팀 블랙번 로버스다.
블랙번의 우승 이후 행보는 묘하게 올 시즌 맨유와 닮아있다. 당시 블랙번은 케니 달글리시 감독 체제 하에 앨런 시어러, 크리스 서튼 등 당대 최고 공격수들을 앞세워 1994-95시즌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우승 후 달글리시 감독이 갑작스럽게 사임하는 큰 변화를 맞는다. 결국 블랙번은 맨유에게 우승트로피를 내준 것도 모자라 7위로 급전직하하는 수모를 겪었고, 시어러마저 뉴캐슬 이적을 선택해 다시는 우승에 근접하지 못했다.
당시 블랙번은 우승을 위해 선수 영입에 있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우승 후 이렇다 할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고, 계속된 전력 누수를 막지 않았다는 게 맨유와 다른 점이다.
반면, 맨유는 세계적인 클럽답게 매년 선수영입과 관리에 있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특히 올 시즌에는 새로운 사령탑 입맛을 맞춰주기 위해 마루앙 펠라이니와 후안 마타를 영입하는 데만 6450만 파운드(약 1128억원)의 이적료를 지출했다. 이는 2007-08시즌 이후 최다 지출액이며, 특히 마타의 이적료는 맨유 역사상 최고액 영입 액수이기도 하다.
맨유는 지난 시즌 우승 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은퇴를 선언,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 체제로 탈바꿈했다. 물론 28년 만에 맞이한 새로운 감독이라 올 시즌 어느 정도의 부침은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맨유는 매 경기 감독의 일관되지 못한 전술로 선수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으며, 로테이션 시스템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이번 리버풀전에서 현지 중계진은 맨유가 0-2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퍼거슨 전 감독을 카메라에 담았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 입술을 꾹 다문 그는 영락없이 분노를 참고 있는 모습이었다. 퍼거슨 감독 표정이 맨유 현 주소라 해도 과언이 아닌 씁쓸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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