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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기사 운전하다 '쿵'…보험 안심하다 '독박'


입력 2014.04.09 17:36 수정 2014.04.09 18:35        윤정선 기자

대리기사 월 평균 10만원씩 보험료, 혜택 기대에 못 미쳐

보험사와 대리업체간 리베이트 주장 제기

9일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 지난 2월20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한 달간 대리기사 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모두 대리운전업자보험이 혜택에 비해 비싸다고 답했다. ⓒ데일리안

#신입사원 A씨는 회식자리에서 자신의 상관의 차를 운전하고 갈 대리기사를 불렀다. 10분 후 대리기사가 도착했고 A씨는 식당 지하에 주차돼 있던 차를 입구까지 몰고 나와달라고 부탁했다. 대리기사가 차를 몰고 나오는 과정에서 반대쪽에서 내려오던 차량과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당황했지만 대리기사가 보험에 들었다고 말해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차주가 차에 타지 않았다며,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리기사가 보험에 가입했어도 사고 발생 때 대리기사나 이용자 모두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대리기사 사이에서도 '대리운전업자보험'의 실효성에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

일각에선 대리업체와 보험사 사이에 '검은 거래'가 있기 때문에 보험혜택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험사가 대리업체에는 '웃돈'을 주면서 상대적으로 약자에 위치한 대리기사를 상대로 장사한다는 추측도 무성하다.

9일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 지난 2월20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한 달간 대리기사 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모두 대리운전업자보험이 혜택에 비해 비싸다고 답했다. 또 대리기사 대부분 월평균 10만원(연118만7000원)정도 소속 회사에 보험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 대리기사는 "대리기사 중 사고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 사람은 보험이 무의미하다고 말한다"며 "특히 대리기사가 운전하다 사람을 쳤을 경우, 대리기사나 이를 이용한 고객 모두 대리운전업자보험이 보장하는 게 거의 없다고 느낀다"고 하소연했다.

대리운전 교통사고로 차량이 파손된 경우 차주는 본인 차량과 상대방 차량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자동차 보험이 제공하는 렌터카 이용료나 영업손해, 차량가치 하락 등은 보장하지 않는다.

신체 피해는 더 깐깐하다. 우선 차주 본인의 신체적 피해는 대리운전업자보험에서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제3자가 다치면 일차적 책임은 차주가 떠안는다. 대리운전업자보험은 대부분 차량 수리비만 보장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리운전업자보험은 차주의 책임보험 가입한도를 초과한 금액을 추가로 보상해준다. 예컨대 제3자의 병원비가 1200만원이 나왔는데, 차주가 든 보험이 1000만원까지 보장한다면 대리운전업자보험은 그때서야 200만원을 보장해준다.

이마저도 차주가 함께 타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가 났다면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다. 대리기사가 차주가 있는 곳까지 차를 가져오던 과정(탁송)에서 접촉사고가 났다면 보험에 안 든 것과 마찬가지다.

보험사 관계자는 "대리운전업자보험은 차주와 동승해야 효력이 발생한다"며 "만약 차주가 동승하지 않은 채 대리기사가 운전하다 사고가 발생했다면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각에선 대리운전업자보험 보장이 짠 이유가 보험사 리베이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보험사가 대리운전업체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보니 혜택은 줄고 대리기사가 부담하는 보험비는 올라간다는 얘기다.

B 대리기사는 "이미 경력이 오래된 대리기사는 다 알고 있는 게 보험사 리베이트"라며 "보험사는 대리업체와 계약을 맺을 때 대리기사 몇 명을 채우면 보험료를 얼마 깎아 준다는 식으로 영업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험사가 보험료를 할인해준다고 해도 대리기사가 회사에 내는 보험료는 똑같다"며 "결국 보험사가 깎아준 보험료는 사실상 대리업체가 챙기는 뒷돈"이라고 쏘아붙였다.

대리업체 관계자도 "대리기사 모두 보험을 믿지 못한다"며 "결국 이 때문에 발생한 피해는 대리기사는 물론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사람에게도 전가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료 할인은 보험사가 단체로 계약했을 때 제공하는 혜택"이라며 "대리기사가 회사에 보험료 명목으로 내는 돈은 대리업체와 대리기사 간의 문제이지 보험사와 대리기사 간의 문제는 아니다"고 대답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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